함영주 KEB하나은행장/사진=KEB하나은행
검찰이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함 행장이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혐의다.


함 행장은 1일 오후 2시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에 출석한다. 함 행장의 영장심사는 곽형섭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판사의 심리로 진행하며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결정될 전망이다.
'현직 은행장' 구속영장 청구라는 사상초유에 사태를 맞은 KEB하나은행은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법원이 검찰의 구속영장을 통과시키면 함 행장은 구속된다. 
 
일각에선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영장 실질심사에서 기각된 만큼 함 행장의 영장도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검찰이 이달 안에 시중은행의 채용비리 의혹 조사결과를 합동발표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어 안심하긴 이르다.  

◆구속되면 조기퇴진 가능성도

검찰은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행장실과 인사부, 하나은행 서버 등을 압수수색했고 2013~2016년 하나은행 채용 과정에서 부당한 평가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달 인사부장 출신 2명을 구속기소했다. 이번에는 현직 행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라는 점에서 검찰이 강한 수사의지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이 채용비리 의혹 물증을 확보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올해 통합 3주년을 맞아 '인사제도 통합'으로 원뱅크(One Bank)실현에 나선 KEB하나은행은 갑작스런 현직 행장의 구속영장 소식에 당혹한 모습이다. 특히 검찰 수사가 함 행장에 그치지 않고 더 윗선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CEO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함 행장을, 29일에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각각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검찰에 함 행장과 김 회장이 채용비리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제시했고 당시 하나금융은 적극 부인한 바 있다.

이번 사태는 함 행장의 구속 여부를 떠나 그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의 수사압박이 강해지는 만큼 현직 행장을 유지한 채 조사를 받으면 조직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내년 2월 임기가 만료되는 함 행장도 조기퇴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금융권 관계자는 "KEB하나은행이 통합 이후 조직정비를 착실하게 해나가던 시점에서 현직 행장에 대한 검찰 수사압박이 강해지면 조직에 부담을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KEB하나은행은 채용비리 혐의를 강한 어조로 부정해왔다. 금감원의 검사 결과에도 함 행장과 김 회장의 채용비리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의혹이 불거지자마자 물러났지만 함 행장은 현직을 유지하며 버틴 것도 이 같은 입장에서다.

하지만 함 행장이 구속되면 직무해제는 불가피하다. 함 행장이 김정태 회장 유고 시 직무대행을 맡을 하나금융의 2인자로 꼽히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공백은 지주회사에도 큰 타격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구속된다고 하더라도 유죄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봐야 한다"며 "아직 직무해제 가능성을 논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금감원 정기검사 예고… 갈등 재점화되나 

KEB하나은행의 가시밭길은 이 뿐만이 아니다. 금감원은 이번달 KEB하나은행에 정기검사를 벌일 예정이다. 통상 2년 마다 시행하는 정기검사지만 금감원과 하나금융이 지난해 말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3연임을 두고 벌어진 갈등이 재점화될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KEB하나은행 본점/사진=KEB하나은행

특히 함 행장이 구속되면 금감원의 조사결과가 더 민감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지난 3월13일부터 4월2일까지 하나금융 채용비리 관련 특별검사를 벌였다. 금감원이 특정 금융사에 대해 연이어 검사를 진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금감원은 경영실태평가에서 건전성 위주로 살펴볼 계획이다. 여기에 하나금융 회장 선출로 미뤘던 지배구조 검사도 진행한다. 금감원은 윤석헌 원장 취임으로 조직개편을 마무리하고 내부조직을 다진 만큼 그 어느 때보다 현장검사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권 지배구조 검사는 현장조사 뿐 아니라 서면조사로 꾸준히 검사하고 있었다"며 "현장에선 사외이사의 실질적인 독립성과 다양성 등을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달 시중은행 채용비리 의혹 조사결과를 합동 발표할 계획이다. KEB하나은행과 함께 채용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는 KB금융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채용비리 의혹에 직접 걸려있다.

채용비리에서 한 켠에 비켜섰던 신한은행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금감원은 지난달 신한금융에 추가 조사를 벌인 결과 신한금융 계열사 임원 자녀 등 특정 지원자를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마무리 수순이던 채용비리 사태가 수면 위로 올라와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시중은행이 신규채용을 늘리면서 외부 심사인력을 충원하는 등 자정노력을 하는 상황에 현직 은행장의 구속으로 이전보다 더 큰 후폭풍이 몰려올 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