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9일까지 발행된 은행채 규모는 총 123조5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83조1820억원)보다 40조3680억원 늘어난 규모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당초 증시 활황에 따른 머니무브와 유동성 확보 수요 등이 은행채 발행 증가 배경으로 거론됐지만 실제 시중은행들의 조달 수요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시중은행들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 주요 유동성 지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시장 상황과 만기 구조 등을 감안해 은행채 발행 규모를 조절하고 있다. 최근에는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일부 대체 조달 수요가 발생한 영향도 있었지만, 전체 발행 급증을 설명할 정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발행 증가분 대부분은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특수은행이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올해 들어 42조6200억원의 은행채를 발행해 지난해 같은 기간(9조500억원)보다 약 4.7배 증가했다.
산업은행도 산업금융채권 27조3100억원과 첨단전략산업기금채권(첨단기금채) 7600억원 등 총 28조7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주력 조달 수단인 산업금융채권 발행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14조2700억원)보다 13조400억원 늘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채권 발행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해 들어 한국수출입금융채권 11조3600억원과 공급망안정화기금채권 2조7700억원 등 총 14조13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한국수출입금융채권 발행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3조4900억원)보다 7조8700억원 증가했다.
증권가에선 특은채가 정책성 자금 수요 확대에 힘입어 일반 은행채와 차별화된 공급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이후 특은채가 전체 은행채 발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상승해 70%를 웃돌고 있다. 특은채는 역사적 평균을 웃도는 순발행 기조를 유지하는 반면 일반 은행채는 대출 규제 강화와 제한적인 여신 증가 영향으로 공급 압력이 과거보다 낮아진 상태다.
박문현 KB증권 연구원은 "5월 은행권은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이 증가했지만 수신 증가 규모가 이를 크게 웃돌면서 조달 부담은 제한적이었다"며 "실제로 특수은행채 중심의 제한적인 순발행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6월에도 반기 말 법인자금 유입과 대기업의 단기 여유자금 예치 등이 이어질 경우 수신 증가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출 증가 규모보다 수신 증가 폭이 클 것으로 예상돼 은행권의 조달 수요는 여전히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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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은행채, 그중 첨단채·공급망채 발행량에 시장 주목"━
시장에선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정책이 특은채 발행 증가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생산적 금융 전환 과정에서 공공 부문의 자금 공급 역할이 커지면서 공사채와 특은채 발행이 동반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시중은행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대출 증가세도 제한적이어서 자산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 여신 공급의 중심이 시중은행에서 정책금융기관으로 이동하는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실제로 기업은행은 오는 2030년까지 총 300조원을 투입하는 'IBK형 생산적 금융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산업은행은 첨단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국민성장펀드 조성 재원 마련을 위해 올해부터 첨단기금채를 발행하고 있다. 첨단기금채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국가 첨단전략산업 지원을 위한 채권으로, 총 75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조성의 마중물 역할을 맡고 있다.
공급망안정화기금채도 올해 처음 발행된 채권이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4월 정부 보증을 바탕으로 5억달러 규모의 첫 외화 공급망안정화기금채 발행에도 성공했다. 조달한 재원은 공급망 위기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기업 지원에 활용될 예정이다.
정부가 자본규제 합리화를 통해 74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 공급을 유도하고 있는 점도 특은채 발행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채권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주체도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일반 은행채 공급 부담은 이전보다 크게 낮아진 반면, 특수은행채가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첨단산업 지원을 위한 첨단채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공급망채 발행 규모가 향후 채권시장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박문현 KB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시중은행들의 대규모 은행채 발행이 채권시장 금리 상승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현재는 가계대출 관리로 시중은행채의 영향력은 줄어들었다"며 "오히려 특수은행채, 그중에서도 첨단채나 공급망채 발행량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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