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영업비밀’로 불리는 가산금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가산금리 산정방식을 손질할 계획이다. ‘묻지마’ 금리 인상을 막겠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8개 은행의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살펴봤다. 이를 통해 가산금리를 엉터리로 책정한 은행에는 제재와 시정명령을 부과하고 가산금리 모범규준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가산금리는 업무원가, 법적비용, 자본증권발행 조달비용, 리스크 프리미엄, 유동성 프리미엄, 신용 프리미엄, 목표이익률, 가감조정금리 등 총 8가지 항목을 토대로 결정한다. 은행은 가산금리의 산정기준과 시기 등을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는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일부 은행이 합리적인 근거없이 목표이익률을 높게 설정해 가산금리를 올린 사례를 확인했다”며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가산금리 산정방식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경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영업비밀인 가산금리가 공개되는 것도 곤란한데 정부의 개입으로 금융시장 질서가 혼란스러워 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은행은 은행연합회를 통해 기본금리와 가산금리를 공시하며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산금리 주요항목인 목표이익률을 올릴 때 담당임원 3~4명이 참여하는 심사위원회의 의결 절차도 추가했다. 은행권이 자정노력을 하고 있는데 금융당국이 또 다른 기준을 내세워 혼란만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다.
또한 금융당국이 합리적인 가산금리 산정에 묘안을 찾을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은행마다 업무원가를 결정하는 영업망과 조달비용이 달라 일률적인 대책을 내놓기 어려워서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1450조원으로 늘어난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가산금리를 앞세워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가산금리는 이번 금리인상기에도 논란의 대상임은 분명하다. 그동안 은행은 가산금리를 올려 손쉽게 금리장사를 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자 금융당국이 가산금리를 산정하는 항목의 합리성을 따지며 강도높은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은행이 오랫동안 갈고 닦은 금리산정이 비밀스럽게 감춰둔 비합리적 행태로 평가 절하되는 순간이다.
정말 가산금리 산정이 비합리적일까. 지난해 은행권에선 인터넷은행 출범 후 스스로 대출금리를 스스로 내리는 메기효과가 나타났다. 인터넷은행이 저렴한 금리를 내세우자 은행간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면서 가산금리가 내려가는 효과도 거뒀다. 고객들은 그 어느 때보다 저렴하게 은행 대출을 이용하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대출금리 결정권한은 은행에 있다. 금융당국의 개입에 금리가 조정될 수 있지만 언제나 금리 방향키는 은행이 쥐고 있다. 은행은 가산금리 논란에 결자해지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산금리 체계가 확립되길 기대해본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5호(2018년 6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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