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 폐업률 80% 시대.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 최저임금 인상,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워라벨 문화 등이 맞물리면서 자영업자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 자영업자 폐업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연간 100조원에 이르지만 여전히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는 다가서지 못했다. 머니S는 정부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기 위해 직접 자영업자를 만났다.<편집자주>

/사진=이미지투데이
충북의 한 지역에서 6년 동안 보세 옷가게를 운영했다는 이진백씨(가명·52) 는 올 초 가게를 닫았다. 사람들은 백화점 옷에 익숙해졌고 보세 옷가게는 그저 먼 '추억'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지난 7일 기자가 들른 이씨의 가게는 텅 비어있었다. 이씨는 "요새 하루에 옷이 한벌 정도 팔린다"며 "이제 정말 문을 닫아야 하나 생각한다. 6년 넘게 옷만 팔다가 다른 일을 시작하려니 막막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SPA 브랜드나 스포츠용품으로 새롭게 출발하고 싶지만 그 시장에 관해 잘 모르기도 하고 (폐업할까) 두려워 포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전 동구에서 여성의류 전문점을 운영하는 박모씨(56·여)는 빠르게 진화하는 모바일시장에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SNS 광고까지 확산되면서 보세 옷가게인 박씨의 가게를 찾는 손님은 크게 줄었다. 매일 오전 7시 가게문을 열어 남들보다 부지런히 살려고 노력하지만 그가 손에 쥐는 돈은 많지 않다. 박씨는 "평생 옷가게만 생각했던 내가 자식에게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슬프고 참담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와 백화점 선호도 상승 영향을 받아 보세샵들이 잇달아 문을 닫고 있다. 연예인·SNS 스타 등을 활용한 기업 마케팅까지 활발해지면서 환경은 더욱 악화되는 실정이다. 머니S가 3일간 서울 동대문·대전 등 보세 옷가게를 취재했을 때 자영업자들의 한숨과 탄식은 멈출 줄 몰랐다.

◆SNS 마케팅, 중년층에겐 '벽'
SNS 인플루언서들을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롯데백화점의 플랫폼 '네온'(NEON)'. /사진=롯데백화점 제공
의류업계는 최근 '인플루언서(influencer·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 마케팅 경쟁에 나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 1인 방송, 블로그 등에서 수만명 이상 팔로워를 보유한 사람들이 운영하는 패션·뷰티 브랜드를 단독으로 유치해 젊은 고객을 백화점으로 유입하는 차별화 전략을 펴는 것이다. 

잡지에서 트렌드를 익히고 동네 이웃에게 제품을 홍보하는 상인들과는 대조적인 풍경이다. 특히 SNS·유튜브 등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중년층 상인들에게 '인플루언서'는 그저 먼 이야기다.
대전 중구 지하상가에서 보세 옷가게를 운영하는 강모씨(46·남)는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SNS를 활용해 옷가게를 홍보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울 따름"이라며 "딸에게 부탁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을 배워보려고 노력했는데 쉽지 않다. 그저 동네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게(오프라인 보세매장)로서는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또 "대기업의 장악으로 (보세 매장에서) 옷을 구매하던 풍경은 끝났다"며 "인터넷을 잘 활용한다고 해도 대기업과 제휴된 쇼핑몰을 우리가 이길 수 있겠냐"고 하소연했다. 이어 강씨는 지난해부터 적자가 지속된 탓에 월세는커녕 대출이자 갚기 어려워 집이라도 내놔야 할 판이라고 덧붙였다.

◆백화점 '웃고' 보세시장 '울고'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2층에 선보인 SNS 인플루언서 브랜드 편집매장 '아미마켓'. /사진=머니투데이 DB
실제로 롯데·신세계 등 백화점업계는 다양한 인플루언서를 활용한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화장품 편집매장 '시코르'에 인플루언서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기초케어 브랜드 '헉슬리'와 네일케어 브랜드 '다이애나젤팁'이 대표적이다. 헉슬리는 SNS 등 온라인에서 '인생 미백에센스'로 입소문이 난 브랜드로 신세계와 손잡고 오프라인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또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2월 서울 소공동 본점 2층에 인플루언서 브랜드를 한데 모은 편집매장 '아미마켓'을 선보였다. 이 매장에는 '듀이듀이', '핀블랙', '갈롱드블랑' 등 팔로워수가 최소 3만명 이상인 파워 인플루언서 브랜드들이 입점했다.

이와 관련, 롯데 관계자는 "지난해 3월 본점에서 인플루언서 마켓 팝업 행사를 진행했는데 20~30대 고객이 몰려 3일간 1억3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말했다. 주말·공휴일 등 손님이 몰리는 날은 하루 매출이 2000만원을 훌쩍 넘는다고 귀띔했다.

이는 보세 옷가게의 매출을 훨씬 웃도는 것이다. 기자가 취재한 옷가게의 하루 매출은 대부분 50만원 안팎이었다. 한 매장은 최근 한달 간 매출이 1000만원 이하라고 밝혔다. 건물 임대료와 원재료비, 운송비 등을 지불해야 하는 점을 감안할 때 그들이 가져가는 돈은 많지 않았다.

◆동대문 도매시장도 '침체'
서울 동대문종합시장 외부 모습. /사진=강산 기자
한숨이 늘어난 건 서울 동대문시장도 마찬가지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동대문 도매·종합시장은 우리나라 의류업의 '산실'로 불렸던 곳이다. 하지만 최근 폐업하는 보세 옷가게가 속출하면서 상권도 함께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10일 기자가 동대문시장을 찾았을 때 손님들의 발걸음은 끊긴 상태였다. 거리에서 물건을 정리하는 상인과 중국인 관광객들이 대다수였다. 특히 목이 가장 좋은 곳으로 꼽히던 종합시장 입구쪽 일부 매장도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비어 있었다.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옷가게 상인들도 장사를 접을지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한 옷가게 주인은 "옷을 직접 만들어 판매했는데 이제는 손님이 없어 의류 제작 주문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원단시장에서 만난 박모씨(30·자영업)는 "보세시장이 안되니 원단시장도 마찬가지로 힘들다"며 "우리는 원재료를 공급하는 사람인데 옷을 구매하지 않으니 원단도 당연히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출이 얼마나 줄었냐'고 물으니 "5년 전보다 (매출이) 3배 이상 줄었을 것"이라며 "인근 원단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 모두 매출이 떨어졌다고 들었다. 종업원도 한명만 남기고 내보낸 상태에서 살 궁리를 찾으려니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의류 도매시장의 침체는 몇년간 이어질 것"이라며 "물가 상승·최저임금 인상·모바일시장 확대 등을 고려했을 때 보세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이어 "정부는 소상공인에게 안정적인 삶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대기업에 편중된 의류업 생태계를 개선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