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송사업 노사·민간전문가·시민사회·담당 공무원 등으로 이뤄진 택시 노사민전정 협의체는 올 하반기 서울시 택시 기본요금을 15~25%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이는 2001년(25.3%)에 이은 최대 인상폭으로,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시민이 적지 않았다. 또 최근에는 승차공유(카풀)업체인 '풀러스'가 정부 규제와 택시업계 반발에 부딪혀 경영난을 겪고 있다. 카풀 요금은 택시비의 70~80% 수준으로 알려졌다. 머니S가 택시비 인상에 따른 시민 반응과 4차산업혁명 시대에 나아가야 할 관련 산업의 방향을 점검해봤다.<편집자주> 

지난해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뉴시스

"4차산업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규제와 택시업계 반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승차공유업체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4차위)가 승차공유(카풀) 서비스 관련 규제 완화를 시도했지만 카풀 규제와 관련된 논의는 전무했다.


지난해 12월, 올 2월과 4월 등 총 3차례에 걸쳐 4차위 해커톤(마라톤 회의)이 진행됐지만 승차공유 관련 안건은 채택되지 못했다. 함께 논의해야 할 당사자인 택시업계가 아예 논의자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을 발표한 카풀업체 풀러스 측은 "해커톤이 무산된 뒤에는 4차위로부터 어떤 제안이나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면서 "우리가 직접 택시업계를 만나 조율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4차위가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카풀서비스를 고수할지,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할지 고민 중"이라면서 "이번 사태는 정부 중재 아래 택시업계와 만나 함께 합의를 도출해야지 한쪽에서만 해결방안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4차위는 "국토부 등 관계부처를 비롯해 관계자들과 접촉하면서 내부적으로 해커톤 개최 시기를 결정하기 위해 검토 중이다"면서 "올 하반기 중 승차공유 관련 해커톤을 다시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사진=뉴시스

앞서 4차위는 지난해 출범 이후 "카풀 앱 문제를 민·관 협의를 통해 주도적으로 해결해보겠다"고 줄곧 외쳐왔다. 현 정부의 규제 혁파 의지가 가장 뚜렷하게 반영된 곳이어서 국내 정보기술(IT)·스타트업 업계가 거는 기대도 컸다.
하지만 카풀업체와 택시업계가 대화조차 못하고 끝나면서 정부의 부담만 가중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몇몇 신생기업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4차위도 별 수 없구나'라고 느꼈다"면서 "4차산업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도전했는데 풀러스처럼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에 벌써부터 힘이 빠진다"고 전했다.

이가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사업운영 매니저는 "4차위가 지난해부터 중점적으로 풀려고 했던 카풀 문제가 시작도 하지 못하고 끝나면서 다른 산업군에서도 (4차위 역할에 대해) 의구심이 커는 상황"이라면서 "정부가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해 결국 정부의 리스크만 키웠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4차산업혁명 위원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뉴시스

이처럼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구성된 4차위는 4차산업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포용적 성장으로 이끌기 위한 컨트롤타워이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4차위 관계자는 "4차위 본연의 업무는 심의를 조정하는 것이지 정책 설계나 예산 집행을 자유롭게 하는 조직이 아니다"며 "해커톤이라는 방식을 통해 반대되는 양측의 접점을 찾아서 조율해주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뉴시스

이처럼 카풀관련 논의가 표류하는 사이 정부가 나서서 확실한 선을 정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5년째 법인택시를 몰고 있는 곽경호씨(45·남)는 "이번에 (카풀업체에) 양보하면 다음에는 무엇을 요구할지 걱정"이라면서 "차라리 정부가 나서서 확실히 선을 그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카풀앱 드라이버(운전자)인 직장인 김성철씨(가명·32·남)는 "카풀 드라이버로 용돈을 벌고 있지만 불법 논란이 일고 있어 계속해야 할지 고민된다"면서 "양측이 합의해 합법 또는 불법 여부를 빨리 정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