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옥에는 기업의 철학과 문화가 녹아있다. 최근 기업들이 조직문화 혁신에 나서면서 사옥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사옥 로비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사무실은 직원들의 편의를 고려한 공간으로 진화했다. 사옥의 이유있는 변신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KEB하나은행 직원 A씨는 출근 후 좌석을 선택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A씨가 일하는 서울 을지로 신사옥에서는 스마트 오피스를 도입,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업무가 가능하다. 졸음이 쏟아지는 오후에는 8층 캡슐룸으로 향한다. 잠시 눈을 붙이고 나오니 업무능률이 쑥쑥 오른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사옥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과 더불어 근로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도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업무시간을 줄이는 대신 그 안에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중 한가지가 사옥 내 공간을 바꾸는 것이다. 그 결과 사무공간은 가변적으로, 휴식공간은 파격적으로 변했다.
◆개방형 사무실 속 개인 공간
사무실 칸막이가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신사옥 시대를 연 롯데그룹 내 계열사, 아모레퍼시픽, 쿠팡 등은 모두 사무실 내 칸막이를 없앴다. 직원간 소통을 활발하게 하고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심지어는 지정 좌석이 없는 사무실도 등장했다. 일명 ‘자율좌석제’다. SK그룹은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자리를 선택할 수 있는 ‘공유좌석제’를 도입했다. 이미 SK하이닉스와 SK C&C에서 이 제도를 시행 중이며, 다음달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리모델링을 통해 다른 계열사에도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밖에 한화그룹, 롯데그룹 내 계열사들도 올해부터 자율좌석제를 실시했다.
이 같은 개방형 사무실은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2000년대에 도입한 개념이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본사에는 칸막이가 없다. MS는 지난 2004년 공간과 업무 생산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전세계 사무실에 반영했다. 한국 MS의 ‘프리스타일 워크플레이스’도 이 중 하나다. 한국 MS 직원들은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자신의 업무 유형에 맞는 장소를 선택해 근무한다. 이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직원 업무 효율성이 15~30% 증가했다.
사옥 내 개인 공간도 늘어나는 추세다. 대개 자율좌석제를 도입한 기업에서 집중력 저하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1인 공간을 마련한다. 지난해 11월 신사옥에 입주한 아모레퍼시픽은 사무공간에 칸막이를 없애고 오픈형 데스크를 설치하는 한편 층마다 1인용 업무공간을 뒀다. 혼자 일에 집중하고 싶을 때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복지시설, 어디까지 누려봤니
업무 생산성을 강화하는 대신 휴식은 제대로 보장한다. 기업들은 사옥 내에 카페테리아, 옥상정원, 수면실, 마사지실 등 복지시설을 늘리고 있다. 일할 땐 일하고 쉴 땐 쉬는 문화를 구축하려는 이유에서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6월 사옥을 이전하면서 ‘릴랙스룸’, ‘사이다룸’ 등 휴게공간을 마련했다. 직원들은 릴랙스룸에서 전동 안마의자를 이용하고 사이다룸에서 전문 마사지사에게 30분간 안마를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카카오게임즈는 직원들의 업무 효율과 몰입, 창의력 증진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라이나생명도 지난해 11월 사옥 리모델링에 나섰다. 새 단장을 마친 사옥에는 다트·보드게임이 설치된 오락공간과 북카페가 들어섰다. 또 방치됐던 옥상에 정원을 조성해 직원들이 재충전 시간을 갖도록 했다.
라이나생명도 지난해 11월 사옥 리모델링에 나섰다. 새 단장을 마친 사옥에는 다트·보드게임이 설치된 오락공간과 북카페가 들어섰다. 또 방치됐던 옥상에 정원을 조성해 직원들이 재충전 시간을 갖도록 했다.
지난해 9월 완공된 KEB하나은행 을지로 신사옥도 복지시설에 신경을 쓴 모습이다. 사옥 7층 '스마트워크센터'에는 각종 서적과 노트북을 배치해 휴식과 업무를 병행할 수 있도록 했다. 8층 '캡슐룸'에서는 업무에 지친 직원들이 수면을 취할 수 있다.
이 같은 공간 변화는 직원들의 창의성과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 한국생산성 본부가 지난 2014년 발표한 ‘공공기관 스마트워크와 조직 창의성 보고서’에 따르면 조직의 창의적 환경 조성과 창의적 성과물 산출 간에는 매우 높은 상관관계(0.73)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의성을 중시하는 IT업계에서 사옥 내 복지시설에 주목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판교 테크노밸리의 게임업계는 ‘사옥 자체가 복지’라는 말이 나올 만큼 탄탄한 복지시설을 갖춘 것으로 유명하다.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에는 사우나, 극장, 도서관, 피트니스센터 등이 마련돼 있다. 사내 메디컬센터에서는 회사 소속 전문의를 통해 저렴하고 편리하게 병원 진료를 받을 수도 있다. 또 NHN 엔터테인먼트는 판교 사옥 옥상에 ‘루프탑 글램핑존’을 만들고 텐트, 바비큐장비, 파라솔 등을 제공해 직원들에게 인기다.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에는 사우나, 극장, 도서관, 피트니스센터 등이 마련돼 있다. 사내 메디컬센터에서는 회사 소속 전문의를 통해 저렴하고 편리하게 병원 진료를 받을 수도 있다. 또 NHN 엔터테인먼트는 판교 사옥 옥상에 ‘루프탑 글램핑존’을 만들고 텐트, 바비큐장비, 파라솔 등을 제공해 직원들에게 인기다.
사무환경업계 관계자는 “최근 워라밸 트렌드와 함께 기업의 사무환경이 변하고 있다”며 “개방형 사무공간과 다양한 휴식공간은 직원들의 행동양식에 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 기업의 혁신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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