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 /사진=한국타이어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의 숨이 가빠졌다. 대표이사 취임 첫해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 풀어야 할 난제가 너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수십년째 한국타이어의 발목을 잡고 있는 ‘산재은폐’ 의혹이다. 국내 타이어시장 점유율 절반을 차지하며 올라선 정상에서 맞닥뜨린 실적부진도 조 사장의 어깨를 짓누른다.
삼재를 만난 듯 장인인 이명박(MB) 전 대통령 관련 의혹도 최근 다시 점화되는 분위기다. 문재인정부가 적폐를 일소하는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은 각종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MB와 관련된 기업들이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수십년째 해결 못한 ‘의혹’


산재은폐 의혹은 한국타이어에게 지우고 싶은 그림자다. 1990년대부터 이어진 분쟁이 최근 삼성전자 반올림 사건으로 재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반도체공장 근로자의 백혈병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과의 갈등을 해결하고 조정위원회와 함께 중재합의서에 서명하면서 11년을 끌어온 사태가 마무리됐다.

삼성전자 반올림 사건과 한국타이어의 산재은폐 의혹은 공통점이 있다. 공장근로자가 재직 중 암 등의 질병을 얻어 사망했다는 것이다.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에 따르면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23년 동안 직원 160명이 사망했는데 산재율은 0.9%에 불과하다. 산재협은 “세상을 등진 직원들의 사인은 암, 심근경색 등으로 나타났다”며 “타이어를 찌는 공정에서 발생하는 1급 발암물질인 벤조에이피렌 등 유해물질과의 인과관계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11월 박응용 산재협의회위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대응을 하지 않았지만 박씨 측이 주장하는 내용에 허위사실이 많아 소송을 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송 중인 상황이라 구체적으로 언급할 순 없지만 협의회가 주장하는 공장직원 사망자 규모가 사실과 다르다”며 “또 블로그 운영을 통해 자극적인 내용의 허위사실을 지속 유포하는 부분도 소송에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실적부진 해소 ‘불투명’
조 사장은 산재은폐 의혹 말고도 풀어야 할 과제가 또 있다. 국내 1위 타이어기업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실적이 부진하다. 한국타이어는 올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368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5.7%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2016년 상반기 16.74%를 기록한 뒤 내리막을 걷는 중이다. 지난해 상반기 13.22%로 3% 이상 떨어졌고 올 상반기에는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11.11%로 2% 이상 또 하락했다.

업계는 지난해 완공된 한국타이어 미국 테네시공장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400만본 생산능력을 갖춘 테네시공장은 지난해 3분기 완공됐다. 하지만 숙련도가 부족한 인력과 생산성 부진 등으로 지난해 생산량은 90만본에 그쳤다. 문제는 테네시공장의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증권가에서 전망하는 테네시공장의 손익분기점 도달 시점은 올 4분기 말이다.

실적부진의 또 다른 이유는 신차용 타이어(OE) 대비 매출 비중이 높은 교체용 타이어(RE)의 판매량 악화다. 한국타이어의 타이어 매출은 OE, RE 비중이 7대3 정도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역별로 한국과 중동 및 아태 등 기타 매출액이 각각 9%, 14%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MB 사위 논란 ‘재점화’

여기에 예상치 못한 악재가 또 겹쳤다. 국세청은 지난달 한국타이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2014년 이후 4년 만의 세무조사로 대기업의 탈세 및 비자금 조성 의혹을 주로 조사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맡았다. 한국타이어 측은 ‘정기조사’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새정부가 작업 중인 MB정부 시절의 적폐청산과 관련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앞서 지난 2월 조사4국이 세무조사를 벌인 포스코건설도 MB 관련 기업이다. 포스코건설은 2011년 산토스CMI를 1000억원에 인수했는데 MB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 현지를 방문한 후 계약이 이뤄졌다. 이후 손해만 본 채 재매각했다. 이에 포스코건설 관련 세무조사가 자원외교로 조성한 MB의 대규모 비자금 의혹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MB와 연관이 깊은 한국타이어의 세무조사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조 사장은 2001년 MB의 딸 이수연씨와 결혼했다. 업계는 국세청이 한국타이어의 내부거래와 상표권 사용료 및 총수일가 해외재산 등을 집중 조사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한국타이어그룹 계열사 신양관광개발은 내부거래 논란이 꾸준히 제기된 곳으로 조 사장이 32%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2014년부터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한국타이어 등과 내부거래로 매출 100%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약 24억원의 매출을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한국타이어를 통해 얻었다.

취임 1년차인 조 사장의 앞길을 가로막은 3가지 악재는 하나같이 모두 풀기 어려운 난제다. 조 사장의 머릿속이 한동안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필
1972년생/ 미국 드와이트잉글우드 고등학교·미국 보스턴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2004년 한국타이어 마케팅본부장 상무/ 2012년 한국타이어 경영기획본부장 사장/ 2018년 한국타이어 대표이사(현)

☞ 본 기사는 <머니S> 제553호(2018년 8월15~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