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이쿼녹스. /사진=한국지엠

쉐보레 ‘이쿼녹스’가 한국지엠(GM) 경영정상화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글로벌 자동차시장은 물론 국내 트렌드 또한 SUV모델이 대세라는 점에서 한국지엠의 불펜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한국지엠은 최근 SUV 주력 회사로 변신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앞으로 5년간 15종의 신제품을 내놓으며 쉐보레 판매비중의 60% 이상을 SUV로 채우겠다는 구체적인 플랜도 제시했다.
그 시작이 이쿼녹스였다. 2004년 1세대 모델이 출시된 후 북미시장에서 누적판매량이 230만대를 넘어섰고 지난해만 29만대 이상이 팔렸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없어서 못 파는 차종이다. 한국지엠이 이쿼녹스 출시 계획을 발표했을 때만 하더라도 반응은 뜨거웠다. 중형 SUV 차급에서 범접할 수 없는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싼타페, 쏘렌토 등과의 경쟁도 내심 기대됐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없었다. 적어도 지금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참담한 결과가 나왔다.

◆단종 앞둔 차종과 같은 실적


지난 6월 한국지엠이 출시한 중형 SUV 이쿼녹스는 첫달 385대가 팔렸다. 당시 한국지엠 측은 “초기 선적물량이 적었다”며 “7월부터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다음달 이쿼녹스의 판매실적은 더 초라했다. 지난달 이쿼녹스는 191대 판매에 그쳤다. 최근 생산중단으로 단종이 예정된 중형 SUV 캡티바와 비슷한 실적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일부 모델의 경우 물량부족 문제로 여전히 구매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2차 선적분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는데 10월쯤에는 들어올 것이다. 하지만 수입일정 등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일부 트림 및 색상을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쿼녹스의 문제는 부족한 물량과 함께 ▲경쟁모델 대비 비싼 가격 ▲부족한 성능의 파워트레인 등이다. 이쿼녹스는 출시 초기 트림별로 2987만~4240만원의 가격대로 구성됐다. 국가별로 옵션 등에 차이가 있지만 미국 현지에서 판매 중인 가격보다 500만원 정도 저렴하다. 하지만 국내 고객은 체감하지 못했다. 경쟁차종인 싼타페, 쏘렌토 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기본가격이 좀 더 비싸기 때문.


1.6ℓ 디젤엔진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경쟁차종인 싼타페와 쏘렌토가 2.0ℓ 디젤·가솔린 터보, 2.2ℓ 디젤 등 다양한 엔진 라인업을 갖춘 것과 비교하면 선택의 폭이 매우 적다. 물론 이쿼녹스의 기본옵션이 경쟁모델과 비교해 더 다양하다는 점은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최고출력이 136마력인 이쿼녹스는 2.0ℓ 디젤 기준 186마력의 힘을 갖는 싼타페, 쏘렌토 등과 비교된다. 연비도 이쿼녹스가 경쟁모델에 비해 밀린다. 이쿼녹스의 복합연비는 13.3㎞/ℓ로 2.0 디젤엔진 기준 13.8㎞/ℓ인 싼타페, 쏘렌토보다 0.5㎞/ℓ 낮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이 SUV 차량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가 강력한 힘이다. 단순히 차고가 높고 크다는 이유로 타는 차는 아니다”라며 “이쿼녹스가 오히려 2.0ℓ 엔진을 달고 나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쉐보레 트래버스. /사진=한국지엠

▲트래버스·콜로라도는 괜찮을까
한국지엠은 SUV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수입모델 도입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지난 6월 부산모터쇼에서 대형 SUV 트래버스와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공개했다. 한국지엠은 연말쯤이면 두 모델의 구체적인 도입시기 등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트래버스의 강점은 큰 차체만큼 넓은 실내공간이다. 미국시장 기준으로 동급 최대 3열 레그룸(850㎜)과 트렁크 적재용량(2781ℓ)을 갖췄으며 2열시트 구성에 따라 최대 8명이 탑승할 수 있다. 콜로라도는 동급 최고출력과 강력한 트레일러 견인능력을 갖췄고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동급 경쟁모델이 막강했던 이쿼녹스와 달리 트래버스와 콜로라도의 경쟁모델은 국내에 많지 않다. 대형SUV인 트래버스의 경우 포드 익스플로러, 픽업트럭인 콜로라도는 쌍용자동차의 렉스턴 스포츠 정도다. 트래버스는 이미 북미시장에서 익스플로러와 경쟁하고 있어 익숙하다. 픽업트럭 경쟁모델은 쌍용자동차의 렉스턴 스포츠가 유일하다.

업계에서는 한국지엠이 앞으로 들여올 수입모델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고가정책의 변화와 수입물량 확보가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아우디, 폭스바겐 사례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두 브랜드는 배기가스 조작으로 판매정지를 당했지만 파격적인 할인 전략으로 고객몰이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입모델의 단점은 물량이 고객수요를 뒷받침하지 못할 경우 판매량에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앞으로 들여올 트래버스나 콜로라도 등도 인기모델이라 물량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0호(2018년 8월15~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