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단말기 완전자급제’(이하 완전자급제)가 통신업계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와 통신업계, 소비자들이 완전자급제 도입을 주장하는 반면 휴대폰유통상인들은 ‘결사반대’를 외친다.
완전자급제는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판매처를 분리해 휴대폰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단말기를 유통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구입한 후 통신사대리점에서 서비스 개통만 진행해야 한다.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유통까지 모두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진행하는 현재의 방식보다 구매 과정이 한단계 더 늘어나지만 ‘월 통신요금’ 등 약정사항을 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제도의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은 “휴대전화 유통과정을 투명하게 하려는 정부의 의지와 부합한다”며 “혼탁한 통신요금을 투명하게 하면 소비자가 더 저렴한 가격에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완전자급제 도입에 반대하는 이들은 “완전자급제는 허울뿐인 정책”이라며 “오히려 선택약정 할인 같은 기존의 서비스를 받지 못해 소비자들이 더 많은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과연 완전자급제는 통신비를 인하시킬까.

◆천정부지 치솟는 단말기 값


완전자급제의 핵심은 ‘단말기 가격 인하’다. 이동통신사는 서비스와 요금으로만 경쟁하고 단말기 제조사는 단말기 가격을 두고 업체끼리 경쟁하면서 궁극적으로 단말기를 비롯한 통신요금 인하를 불러올 수 있다는 취지다. 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정치권은 업체간 경쟁을 촉발해야 통신요금까지 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구조로는 제조사가 단말기 가격을 두고 경쟁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단말기 가격이 오르는 것”이라며 “완전자급제를 도입해야 경쟁을 유도할 수 있고 가격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통신사는 여론 탓에 통신비를 낮추는데 제조사는 비싼단말기를 판매해 이익을 보고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주장대로 지난해 도입된 선택약정할인 25%는 확실하게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를 불러왔다. 이로 인해 통신사의 요금체계가 고가 중심의 요금체계로 개편되는 부작용이 속출했지만 기존 요금제를 계속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통신요금은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최근 단말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양상이다. 최근 출시됐거나 출시가 예정된 스마트폰은 모두 100만원을 넘는다. 삼성전자의 최신작인 ‘갤럭시노트9’ 512GB(기가바이트) 모델은 출고가가 135만원이며 LG전자의 ‘LG V40씽큐’는 104만9400원이다.

애플 아이폰도 비싸기는 마찬가지다. 아이폰XS맥스 512GB 모델은 미국 현지가격이 1449달러(약 163만원)에 달한다. 이 흐름은 2016년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2016년 평균 83만원 수준을 유지하던 단말기 출고가는 2년만에 10% 넘게 올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원하는 통신요금 인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단말기 가격을 잡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통신업계 한 전문가는 “통신요금 할인율이 올라도 단말기 할부금이 그 자리를 메우는 양상”이라며 “최근에는 통신사가 고가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한층 커졌다”고 말했다.

완전자급제 논의에 한산해진 휴대폰유통점. /사진=뉴스1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완전자급제 도입이 단말기 가격 인하를 통해 전체적인 통신요금 인하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변 의원은 “단말기 자급률이 높은 시장에서는 단말기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났다”며 “완전자급제 시장에서는 통신사의 출고가보다 35%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고 주장했다.
◆완전자급제 부작용 우려

완전자급제의 가장 큰 쟁점은 제조사가 단말기 가격을 인하할지 여부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단말기 가격의 실질적인 할인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현재 국내 스마트폰 단말기시장은 삼성, 애플, LG전자가 주도하는 양상이다. 중국 화웨이, 샤오미 등의 제품이 최근 관심을 끌었지만 보안 이슈에 직격탄을 맞고 상승세가 꺾였다.

이처럼 기존 제조사와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업체, 단말기의 등장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완전자급제의 도입이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시장은 투명해지겠지만 새로운 플레이어의 진입장벽이 높아지게 된다”며 “완벽한 기존 업체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세계시장에서 비슷한 가격으로 제품이 출시되는데 제조사가 국내에서만 출고가를 낮출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완전자급제 도입에 찬성하는 이들은 제도가 시행되면 통신사가 유통망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 등의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어 통신서비스 분야에서도 요금을 내릴 것이라고 말한다. 통신사 관계자는 “이통3사가 가입자 유치를 위해 지급하는 장려금만 매년 1조원이 넘는다”며 “자급제가 도입되면 통신사에 자금여력이 생기고 이를 통해 요금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통신유통업계 관계자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시행된 뒤 이통사는 마케팅 비용을 줄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통신요금은 내리지 않았다”며 “이것이 완전자급제가 통신요금을 인하하지 못하는 이유다. 자금여력이 생긴 통신사가 요금을 인하할 것이라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오히려 통신사는 비축한 자금을 5G(5세대) 통신 상용화를 위해 투입하고 통신요금은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