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주식시장에서 이런 사례는 드물지 않다. 수백억원짜리 회사가 돈 한푼 오가지 않고 서류 몇장만으로 팔리고 해외에서 금광을 개발한다거나 대규모 매출 계약을 체결했다는 등 확인하기 어려운 허위 정보를 공시해 주가를 띄우기도 한다.
그러나 허위공시와 주가조작은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로 자본시장법상 명백한 범죄행위다. 물론 이들이 자본시장법을 몰라서 무리수를 두는 것이 아니다. 사연을 알고 보면 구구절절한 에피소드가 많다.
많은 이들이 대부분 자금력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했다 위기에 몰린다. 돈은 없지만 능력만으로 자수성가하는 사업가를 꿈꾸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건실한 사업가보다 견조한 엑시트(차익실현)를 노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른바 ‘자본시장의 신데렐라’다. 아쉽게도 이들 중 많은 경우는 신데렐라가 되지 못하고 전과자로 전락한다.
문제는 이들의 몰락이 대부분 소액주주 수천, 수만명의 몰락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그 투자금은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모은 결실일 수도 있고 소중한 자식의 학자금일 수도 있다. 이는 자신의 꿈을 위해 남의 인생을 망치는 극악무도한 행위다. 금융당국은 무자본 M&A의 경우 이를 공시하게 하고 있지만 제도 시행 이후에도 유사사례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투자자 보호장치가 미흡해 보인다.
이에 상장사 대표나 주요 경영진에 한해 전과를 의무적으로 공개할 것을 당국에 제안한다. 이는 배임·횡령·사기·주가조작 전과가 있는 자들을 자본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든지 새롭게 출발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투자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이자 당사자에게는 감당해야 할 과거다. 낙인을 찍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단순한 정보로서 투자 판단에 중요한 요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가의 전과를 공개한다는 것에 개인의 인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지만 우리 사회에 돈을 천시하는 경향이 팽배하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본다. 회사 대표의 인권은 투자자가 먹고사는 일에, 다시 말해 재산권에 문제가 없는 다음에 챙길 문제다.
당신이 어떤 회사에 전 재산을 투자했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에게 그 회사 대표는 대통령보다 중요한 사람이 된다. 당장 개인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없는 정치인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면서 소중한 재산을 맡기는 기업가에는 왜 한없이 관대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무엇보다도 절실한 문제다.
사기·배임·횡령·주가조작 4관왕을 달성해 옥살이를 하고 나온 전과자가 엑시트를 목적으로 상장사 무자본M&A를 하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그가 뛰어난 수완으로 그 기업의 가치를 올려 정당한 대가를 받고 되판다면 이는 마땅히 칭찬받아야 할 사안이다. 다만 뛰어난 경영능력을 증명할 때까지 받을 의심의 눈초리 역시 당연히 그가 감내해야 할 짐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8호(2018년 11월28일~12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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