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에도 정계는 다사다난했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집권한 새정부는 1주년을 맞았고 정치인들은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이익을 좇아 이합집산했다. 연초부터 남북관계 개선의 징조를 알리는 ‘동남풍’이 불어오더니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는 남북 단일팀이 출전하고 4월 판문점에서는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았다. 나아가 남북정상회담은 ‘핵 버튼’으로만 대화하던 북미 정상의 ‘비핵화 대화’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하루건너 피바람이 몰아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따라다닌 ‘다스 실소유주’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며 국민은 또 한번의 ‘전 대통령 구속’을 지켜봐야 했고 정치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사태가 터지면서 전도유망했던 정치인의 실체가 드러났다.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출마자를 겨냥한 온갖 의혹이 불거지며 줄줄이 낙마사태가 일어났다. 머니S는 바람 잘 날 없던 2018년의 정계 이슈를 두 차례에 걸쳐 돌아봤다.
지난 4월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가운데 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처음 만났다./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역사적인 4.27 판문점선언… 3차례 남북정상회담 올 초 남북이 판문점 연락채널을 개통한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남북 정상이 만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처럼 가볍게 바라봤던 ‘연락망 복원’이 남북관계 복원의 시발점이 돼 남북 정상은 올해 3차례나 만났다.
남북이 화해의 물꼬를 트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평창동계올림픽이다. 판문점 연락망이 개통된지 일주일이 채 안 된 1월9일 남북은 고위급회담을 갖고 평창올림픽 북한 대표단 파견과 군사당국회담 개최 등이 담긴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이어 17일 평창 실무회담에서는 남북 개막식 공동입장·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등에 합의했다.
2월에는 북한정권의 실세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한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담은 친서를 문 대통령에게 전하며 "문 대통령을 빠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한 시간에 북한 방문을 요청한다"는 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구두로 전했다.
지난 4월27일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분리선에서 만나 악수를 나눴다. 이후 의장대 사열을 받으며 이동했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우리 군 사열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례로, 김정은 위원장은 편안한 자세로 사열을 받았다./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3월에는 김여정 특사에 대한 ‘답방’ 차원으로 우리 측의 대북 특별사절단 방북이 있었다. '대북전략통'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대미관계 핵심'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국내 외교와 안보를 책임지는 투톱이 방북해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하며 본격적인 남북교류의 길을 열었다. 그리고 대망의 4월27일, 판문점 남측지역인 평화의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이날 회담에서 특히 감동적인 장면은 군사분계선(MDL)을 가운데 두고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마주본 모습이었다. 오전 9시29분쯤 문 대통령이 손짓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올 것을 권유했고 김 위원장은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북한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남한 땅을 밟은 것이다.
남한 땅을 밟은 김 위원장에게 문 대통령은 "나는 언제쯤 (북에) 갈까요?"라고 묻자 김 위원장은 "그럼 지금 넘어가보자"며 문 대통령의 손을 잡아끌었다. 남북정상이 두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을 함께 넘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4월27일 판문점에서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눴다./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그리고 한달여 뒤인 5월26일 기습적인 두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는 예정된 회담이 아니어서 자리가 끝난 뒤 발표됐다.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은 4·27 판문점 선언의 이행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두번째 남북정상회담은 바로 전날 북미정상회담이 취소되고 하루 만에 진행된 것이어서 남북 정상이 언제라도 편하게 만날 수 있다는 신선한 충격을 줬다. 세번째 남북정상회담은 9월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열렸다. 이 회담에서 남북 정상은 '9월 평양공동선언'이라고 이름 붙인 정상회담 합의서에 서명했다. ▲비무장지대(DMZ)에서의 적대 관계 종식을 통한 남북간 군사적 긴장 완화 ▲동·서해안 철도·도로 연결과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정상화 등을 포함한 경제협력 ▲2032년 올림픽 공동개최 등 문화·예술 분야 협력 ▲북한 동창리 미사일과 영변 핵 시설 등의 핵무기 폐기 등을 골자로 하는 내용에 남북이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평양 백화원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에 합의한 뒤 "남북은 처음으로 비핵화 방안을 협의했다"며 "매우 의미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멀지 않았다"며 "남북은 앞으로도 미국 등 국제사회와 비핵화의 최종달성을 위해 긴밀히 협의하고 협력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무개차를 함께 타고 지난 9월18일 평양국제공항에서 백화원 초대소로 이동하고 있다./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MB 구속… 만천하에 밝혀진 “새빨간 거짓말” 이처럼 남북관계가 순풍을 탈 때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소위 ‘똥줄이 타고’ 있었다. 올 들어 다스 실소유주를 밝히려는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돼서다.
다스(DAS) 수사팀은 올 1월 다스 본사, 다스의 서울사무소가 있는 서초동의 영포빌딩, 이상은 다스 회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와 관련한 혐의를 수사 중이던 중앙지검 특수2부도 1월12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 김희중 전 1부속실장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검찰은 압수수색 이틀 뒤 김 전 기획관과 김 전 비서관을 상대로 뇌물수수·국고손실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측근이 구속되자 이 전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1월17일 이 전 대통령은 서울 삼성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검찰 수사에 대해 "보수 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반발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분노’라는 단어를 써가며 문 대통령의 심경을 밝혔다. 청와대는 "이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전했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유용 및 민간으로부터 불법자금 수수 혐의, 다스를 통한 수백억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3월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 전 대통령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검찰은 영포빌딩의 지하 2층을 압수수색하며 출처가 청와대로 보이는 자료를 확보했다. 또한 이 전 대통령 주변 인물에 대한 조사를 이어갔고 일부 측근을 기소했다. 검찰은 압수물, 관련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다스의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으로 적시, 국정원 특활비수수 관련 의혹 주범도 이 전 대통령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어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게 지난 3월1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다.
3월14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포토라인에 선 이 전 대통령은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많은 분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한다"고 정치보복을 시사하는 듯한 말을 남기고는 조사실로 향했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21시간 가까운 조사과정에서 자신을 둘러싼 각종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환조사까지 마친 검찰은 닷새 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조세포탈,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로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에 불참하겠다고 밝히면서 심문기일에 대한 혼선도 있었다. 하지만 법원은 예정대로 3월22일 서류심사를 통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논현동 자택에 머무르던 이 전 대통령은 검찰에 의해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가운데 지난 3월23일 이 전 대통령이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는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사진=임한별 기자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이후 방문조사를 통해 각종 혐의에 대한 보강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검찰은 3월26일과 28일, 4월2일 등 총 3차례 방문조사를 시도했지만 이 전 대통령이 모두 거부했다. 결국 검찰은 이 전 대통령 구속기간에 직접 조사하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측근 수사를 이어가며 혐의를 입증했고 결국 이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 후 5회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게 아니라 조사 자체를 거부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특가법)상 뇌물 및 국고손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횡령 및 조세포탈,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 16가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5월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지난 9월6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50억원, 추징금 111억여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1992년부터 2007년까지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비자금 약 349억원을 조성하고 축소 신고를 통해 법인세 31억4500만원 상당을 포탈한 것으로 봤다. 또 삼성에 다스 소송비 67억7000여만원을 대납하게 하고 국정원에서 특활비 7억원을 받는 등 110억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도 있다. 10월5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이날 이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에 대해 징역 15년과 벌금 130억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82억여원을 명령했다.
법원은 이날 2007년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대선 경선 때부터 제기된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주라고 넉넉히 인정된다"며 "김성우(다스 전 대표), 권승호(다스 전 전무)를 비롯한 전·현직 임직원들의 진술, 이병모(청계재단 사무국장) 외장하드에서 발견된 문서, 도곡동 토지 매각대금 계좌 내역 등에 의해 입증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0월12일 항소 접수 마지막 날까지 고심한 끝에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