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무술년은 한국 축구의 희비가 교차한 한해였다.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예선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상대로 2-0 승리를 거두며 최고의 이변을 연출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벼랑 끝까지 몰렸으나 우여곡절 끝에 금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유럽 각지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엄청난 대활약을 선보이거나 오랜 침묵을 깨고 부활을 예고한 선수가 있는가 하면 출전기회를 따내고자 분투한 선수도 있었다.


2017-2018시즌을 화려하게 마무리한 손흥민은 2018 러시아 월드컵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좋은 모습을 선보였다. 이번 시즌 소속팀 토트넘 핫스퍼에서는 체력적인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11월 부터 반전에 성공하면서 결국 최고의 연말을 보냈다. /사진=로이터

1. 시즌 초 주춤했던 손흥민. 최고의 연말 보내다
손흥민의 올 한해는 마치 롤러코스터와 같았다. 2017년 1월 골 폭죽에 이어 4월에도 5골 1도움을 올리며 생에 두 번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사무국 선정 이달의 선수상을 차지하며 2017-2018시즌을 마무리했다. 그의 시즌 최종 성적은 18골 11도움으로 개인 통산 최다 공격 포인트였다.

월드컵에서는 16강 진출에 실패했으나 손흥민은 유종의 미를 거뒀다. 멕시코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환상적인 왼발 감아차기 만회골을 터트렸으며 독일전에서는 주세종의 역습 패스를 받고 추가골을 넣으며 ‘디펜딩 챔피언’에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굴욕을 선사했다.

손흥민은 2개월 후 곧바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한국 대표팀은 8강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연장전 끝에 4-3으로 진땀승을 거뒀으나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을 3-1로 꺾으며 결승에 안착했다.


한국 대표팀은 결승전에서 연장 승부 끝에 ‘숙적’ 일본을 2-1으로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대회서 활약한 손흥민 역시도 금메달과 함께 2년의 병역 면제혜택을 받아 공백 없이 유럽 무대활동을 이어가게 됐다.

그러나 이후가 문제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새롭게 한국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한 후 A 매치 일정까지 소화한 손흥민은 이례적으로 “지쳤다”고 표현할 정도로 강행군을 이어갔다. 대표팀에서는 물론 소속팀에서도 부진이 이어지며 10월까지 무득점에 그쳤다.

지난달 1일(한국시간) 리그컵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멀티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같은달 24일 첼시전에서 50m 단독 돌파 후 환상적인 골을 터뜨리며 완전히 제 페이스를 되찾았다. 12월에는 무려 7골 3도움을 기록하며 생애 세번째 EPL 이달의 선수상을 노릴 기세다. 손흥민은 같은 기간 유럽 통산 100호골과 토트넘 소속 50골이라는 기록까지 작성하면서 2018년을 최고의 결과로 마무리했다.

2. 뉴캐슬로 새롭게 둥지 튼 기성용. 팀의 주축으로 자리잡다

기성용은 2012년 8월 스완지 시티에 입단해 2013-2014시즌 선덜랜드 임대기간을 제외하고 약 5년간 웨일즈의 소도시에서 활약했다. 그러나 스완지 시티가 리그 18위로 강등을 당하면서 기성용은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이 이끄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새롭게 둥지를 텄다.

뉴캐슬에서 이전 팀 동료 존조 셸비와 재회한 기성용은 지난 9월 맨체스터 시티 전 이후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서 좀처럼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벤투 감독은 기성용을 11월 A매치 명단에서 제외하면서 그가 소속팀에 전념할 수 있게 배려하기도 했다.

여기에 뉴캐슬이 단 한차례의 승리도 거두지 못하며 강등권에 허덕이자 베니테즈 감독은 ‘기성용 카드’를 꺼내기 시작했다. 반전의 시발점이 된 경기는 지난달 4일(한국시간) 왓포드전이었다. 이날 후반 6분 교체 출전한 기성용은 프리킥 상황에서 아요세 페레스의 헤딩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면서 팀의 시즌 첫승을 이끌었다.

이후 베니테즈 감독에 눈도장을 찍은 기성용은 7경기 연속 선발로 나서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해당 기간 뉴캐슬은 4승 1무 2패 호성적을 거뒀다.

완벽히 주전을 꿰찬 기성용은 지난 26일(한국시간)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2019 AFC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대회에 출격할 준비를 마쳤다. 어느덧 한국나이 30세로 팀의 최고참급이 된 기성용은 후배들과 함께 58년 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에 나선다.

올해 여름 뉴캐슬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기성용(오른쪽)은 한동안 경기 출전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달 왓포드전에서 결승골을 도운 후 7경기 연속 선발 출전에 나서면서 팀의 중원을 책임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3. 독일에서 부활의 날갯짓을 활짝 편 이청용
이청용에게 지난 3년은 최악의 시기였다. 크리스탈 팰리스로 이적하면서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한 이청용은 출전시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단 한차례만 선발 출전하며 팀 내 입지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 감각도 무뎌지면서 러시아월드컵에서는 최종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시즌 후 구단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은 이청용은 독일 분데스리가 2부리그 소속 VfL 보훔의 부름을 받고 새롭게 출발했다. 개막 후 꾸준히 기회를 받은 이청용은 지난 10월30일(한국시간) 레겐스부르크전에서 도움 해트트릭을 기록하면서 부활의 서막을 알렸다. 이청용의 활약을 눈여겨본 벤투 감독도 이청용을 대표팀에 승선시켰다.

이후 도움 1개를 추가하며 시즌 11경기에 출전해 4도움을 기록한 이청용은 독일 축구전문매체 ‘키커’가 매긴 전반기 평점에서 2.75를 부여받으며 독일 분데스리가2 전체 선수 중 3위를 차지했다. 오랜 침묵 끝에 부활을 선언하면서 이번 아시안컵에도 승선한 이청용은 ‘절친’ 기성용과 함께 한국 대표팀을 이끌 전망이다.

2.분데스리가 무대서 안착한 홀슈타인 킬의 이재성(위쪽)과 함부르크SV의 황희찬. /사진=구단 공식 홈페이지

4. 새로운 무대서 순항한 이재성· 골 결정력 문제 드러낸 황희찬
이재성은 명실상부 K리그 최고의 선수였다. 소속팀 전북 현대에서 K리그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했으며 지난 시즌에는 리그 MVP를 차지했다. 시즌 후 유럽무대 도전을 선언한 이재성은 독일 2.분데스리가(2부 리그) 소속 홀슈타인 킬로 이적했다.

한국 나이 27세로 전성기에 접어든 이재성은 새로운 리그에서도 본인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함부르크SV와의 데뷔전에서 2도움을 기록한 이재성은 하이덴하임과의 홈 데뷔전에서도 도움 1개를 기록하며 쾌조의 출발을 선보였다.

이재성은 무릎 부상으로 한달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전반기 동안 3골 7도움을 기록하며 리그 도움 4위, 공격 포인트 14위에 이름을 올렸다. 독일 첫 시즌임을 감안한다면 인상 깊은 출발이었다.

지난 이적시장 말미에 함부르크로 입성한 황희찬은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 우승에 기여한 후 소속팀에서도 본격적으로 경기에 나섰다. 저돌적인 돌파가 장점인 황희찬은 2.분데스리가에서도 평균 드리블 성공 2.8회를 기록하며 그의 가치를 증명했다. 이는 리그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전반기를 마친 현재 소속팀 함부르크는 승점 37점으로 1위에 위치해 있어 한 시즌 만에 복귀가 유력하다. 그러나 황희찬은 13경기 동안 단 2골 1도움에 그쳤다. 좋은 찬스에서 번번히 골을 넣지 못하며 고질적인 결정력 문제를 노출했다. 공격수라는 포지션을 감안했을 때 황희찬의 전반기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구자철(왼쪽)과 지동원. 두 선수 모두 2019 AFC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 승선하면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5. 다사다난 ‘지구특공대’, 후반기에는 반전 성공할까
2011년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합류한 구자철은 어느덧 분데스리가 200경기 출전(현재 199경기 출전) 기록을 앞두고 있다. 유럽 5대 리그 소속 한국선수로는 차범근(308경기)과 손흥민(248경기)에 이어 역대 세번째다.

FSV 마인츠를 거쳐 2015년 8월부터 FC 아우크스부르크에 정착한 구자철은 2011-2012, 2012-2013시즌 임대기간을 포함해 아우크스부르크에서만 115경기 출전 22골 7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분데스리가 잔류를 이끌었다. 지난 시즌에도 후반기에 2골을 넣으며 활약했다.

구자철에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꾸준함이다. 상승세를 타다가도 고질적인 발목 부상으로 잠시 주춤하는 일이 잦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11월 호주와의 평가전에서도 요추와 고관절을 다치며 잠시 그라운드를 떠났다.

지난 19일(한국시간) 헤르타 베를린전에서 한달 만에 복귀전을 치른 구자철은 시즌 2호골이자 천금 같은 동점골을 터뜨리며 건재함을 알렸다. 이날 활약에 힘입어 불투명했던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도 포함되면서 제 기량을 펼칠 예정이다. 구자철은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5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오른 좋은 기억이 있다.

구자철의 팀 동료인 지동원은 더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 시즌 2.분데스리가 소속 다름슈타트로 임대 후 아우쿠스부르크로 복귀한 지동원은 단 5경기 출전(선발 1경기)에 그쳤다. 지난 9월15일(한국시간) 마인츠05 원정 경기서 시즌 첫 골을 기록했으나 세레머니 도중 부상 당했다.

이후 두달 동안 재활을 거친 지동원은 복귀 후 두 경기에 출전하면서 경기감각을 끌어 올렸다. 헤르타 베를린전에서는 구자철과 함께 선발로 나섰다. 후반기에 더 많은 득점을 올리면서 ‘골 못넣는 공격수’라는 오명을 떨쳐내지 못한다면 지동원의 팀 내 입지는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기여했으나, 파울루 벤투호에서 부름을 받지 못하며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는 제외된 이승우. 최근 소속팀 헬라스 베로나에서 5경기 연속 선발로 나서며 분위기를 올리고 있다. /사진=헬라스 베로나 공식 SNS

6. 아시안게임 맹활약 이승우, 아시안컵 제외 아픔 딛고 상승세 노린다
이승우는 리오넬 메시,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 월드클래스급 선수들을 배출한 FC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서 활약하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2013년 바르셀로나가 국제축구연맹(FIFA)에 유소년 이적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약 9개월간 공식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바르셀로나B팀에 합류하지 못한 채 팀을 떠난 이승우는 지난 시즌 당시 세리에A 소속 헬라스 베로나로 이적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이승우는 이탈리아 무대서 단 한 경기에서만 선발로 나서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소속팀 베로나도 세리에A 최하위에 그치며 2부 리그로 강등됐다.

그러나 이승우는 지난 5월6일(한국시간) 시즌 첫 선발경기이자 리그 최종전이었던 AC 밀란전에서 깜짝 데뷔골을 넣었다. 이날 활약에 힘입어 러시아월드컵 최종 명단에도 오르며 본선 무대를 경험하기도 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선제골을 넣는 등 총 4골을 넣으며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내는 데 크게 공헌하며 주가를 높였다.

이후 새롭게 부임한 벤투 감독의 눈도장을 찍지 못한 이승우는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서도 제외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달 24일(한국시간) 팔레르모전을 시작으로 6경기 연속 선발로 나서면서 팀의 무패 행진(3승 3무)에 기여하는 등 반전을 꾀하고 있다. 특히 지난 30일(한국시간) 포지아 전에서는 문전 앞에서 환상적인 바이시클킥으로 골문을 열며 2018년 마수걸이 골까지 터뜨렸다.

올해 역사적인 1군 데뷔전을 치른 이강인(왼쪽, 발렌시아)과 정우영(바이에른 뮌헨). 조만간 리그 데뷔전 소식도 전할 전망이다. /사진=발렌시아 공식 홈페이지, 로이터

7. 1군 데뷔전 치른 이강인·정우영, 기대되는 최고 유망주들
올해 한국 축구의 대형 유망주 2명이 역사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이들 모두 현재 각 리그를 대표하는 명문팀에 속해있는 만큼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먼저 스페인 발렌시아 유스팀에서부터 두각을 나타낸 이강인은 올해 1월 발렌시아 B팀인 발렌시아 메스타야에 공식적으로 합류했다. 이번 시즌에는 1군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는 등 팀 내에서 기량을 인정받은 이강인은 지난 10월 31일(한국시간) 코파 델 레이(국왕컵) 32강 에브로전에서 1군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그의 나이는 만 17세253일(현지시간 기준)로 발렌시아 구단 역사상 최연소 기록이었다.

이후 1군과 2군을 넘나들며 훈련에 매진한 이강인은 지난 23일(한국시간) 우에스카 전에서 교체 명단에 포함됐지만 아쉽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데뷔전은 무산됐다. 그러나 팀 내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발렌시아 내에서도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만큼 그의 리그 데뷔전도 조만간 지켜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인천 유나이티드 산하 대건고에서 독일 최고의 명문 바이에른 뮌헨에 입단한 정우영은 지난 28일(한국시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벤피카전에서 역사적인 데뷔전을 가졌다. 유럽 축구 최고의 무대에서 만 19세에 불과한 유망주가 그것도 뮌헨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누빈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현재 팀 내 2군 소속으로 9골을 터뜨리며 맹활약 중인 정우영은 지난 15일(한국시간) 하노버전에서 교체 명단에 오르는 등 1군 출전 기회를 꾸준히 엿보고 있다. 울리 회네스 뮌헨 회장이 정우영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니코 코바치 감독도 2군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계획인 만큼 정우영의 분데스리가 데뷔전도 시간문제라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