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군의 KF-16 및 F-16 전투기 60여 대가 군산공항에서 공군 훈련의 하나인 ‘엘리펀트 워크’을 하고 있다. 엘리펀트 워크는 통상 1개 공군 부대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전력에 최대 무장을 장착한 채 활주로에 밀집대형으로 전개해 출격 직전까지 지상 활주를 하는 훈련이자 시위 비행이다. 최근 중국인이 군산공항 주변에서 전투기와 관제탑 간의 군사교신을 도청한 사건이 적발돼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뉴스1



경찰이 한·미 공군기지 주변에 도청시설을 설치해 전투기와 관제탑 간 교신을 엿들은 60대와, 주한미군기지에서 한·미 연합훈련 자료 등을 빼돌린 40대 중국인을 이적활동 등의 혐의로 각각 구속했다. 조사 결과 두 사람 모두 중국 인민해방군 출신으로 드러나 조직적인 스파이 활동 가능성이 의심되고 있다.


60대 중국인은 한·미 공군이 주둔한 전북 군산공항에서 불과 수백m 떨어진 호텔 객실에 수신기와 안테나 등 전문 장비를 설치하고 공군 교신을 도청해왔다. 2024년부터 2년 넘게 한·미 훈련 시점에 맞춰 방한해온 것으로도 조사됐다. 40대 중국인은 평택 미군기지 정문 근처에서 군용물품 가게를 운영하며 기지에 근무하는 한국인 여성에게 접근해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을지자유의방패(UFS)' 자료와 미군 지휘부 인사자료 등을 입수하고, 기지 내 무기 이동 상황을 직접 촬영하기도 했다.

군산공항은 평상시 서해안 지역 영공 방어를, 유사시 한반도 증원 공중전력의 전개와 작전을 지원하는 군사요충지다. 이런 곳에서 군 교신을 도청한 것은 명백한 스파이 행위다. 그런데도 60대 중국인은 경찰 조사에서 "항공기 교신을 듣는게 취미" 운운했다고 한다. 한미연합군·주한미군·미8군·유엔군 등 한·미 연합전력의 핵심 지휘부가 자리 잡은 평택 미군기지 주변에서 상인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한국인을 포섭해 정보를 수집한 것 역시 전형적인 고정간첩의 수법과 닮았다. 경찰은 휴대전화·노트북 포렌식 등을 통해 사건의 배후와 수집한 기밀 데이터의 중국 유출 여부, 공범과 여죄 등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문제는 적국인 북한이 아닌 외국을 위한 군사기밀 유출 등도 처벌할 수 있도록 개정된 간첩법이 다음 달 13일부터 시행돼 이번에 구속된 용의자들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대신 간첩죄보다 법정형이 가벼운 일반이적죄나 통신비밀보호법·군사기지법 위반 혐의 등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보안 당국은 새로운 간첩법이 시행되는 다음 달 13일부터 외국을 위한 스파이 행위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 합당한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우리 국익을 해치는 외국의 정보활동에 대한 보안·방첩 태세를 강화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군사기밀 탈취뿐 아니라 반도체·배터리 등 국가 핵심 산업기술을 노리는 산업스파이, 정치·경제·사회계 주요 인사에 대한 포섭과 영향력 공작 등 다양한 비밀활동이 모두 대상이다. 특히 국가보안법·데이터보안법·반간첩법 등을 통해 중국인과 중국계의 국가 정보활동에 대한 협조 의무화하고, 응하지 않으면 처벌까지 하는 중국의 특성을 각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 협력할 것은 협력하되 불법적인 스파이 활동만큼은 주권과 국익, 국민 보호 차원에서 철저히 감시하고 근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