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스 인사동 루프톱에서 포즈를 취하는 황보석 총지배인. 호텔을 배경으로 서울서 가장 오래 됐다는 익선동 한옥마을이 펼쳐진다. /사진=박정웅 기자
#1. 소년은 ‘비서’를 꿈꿨다. 워낙 사람을 좋아한 데다 특히 윗사람을 보좌하는 일이 천성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수행비서가 제격이라는 말도 자주 들은 터였다. 꿈을 향한 그의 발걸음은 대학 진학 과정에서 잠시 멈추는 듯 했다. 비서 관련학과는 그때만 해도 여대에만 있었다.#2. 청년은 ‘호텔’에서 꿈을 키우기로 했다. 대상이 고객으로 바뀌었지만 돕는 일은 매 한가지라는 생각에서였다. 천성적으로 잘하고 앞으로도 잘 할 수 있는 게 ‘도와주는’ 일임을 거듭 확인했다. 호텔경영을 전공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스물여섯의 청년은 졸업 한 학기를 남기고 호텔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것도 낯설기 그지 없는 미국에서였다. 중년을 앞둔 서른여덟, 그는 인터내셔널 호텔의 총지배인이 됐다. 업계에선 보기 드문 일이었다. 이제는 16년 경력의 중후한 호텔리어가 됐다. 황보석씨(41) 얘기다.
그는 3년 만에 총지배인이 돼 이비스 앰배서더 서울 인사동(이비스 인사동)에 돌아왔다. 2013년 이 호텔의 개장 멤버(오퍼레이팅 매니저)로 3년 간 ‘열일’을 했다. 개장 공신이라는 평이 자자했다. 월등한 평판에 이비스 버젯 앰배서더 동대문(이비스 동대문)의 총지배인으로 승진했다. 3년 동안 이비스 동대문을 잘 키웠다. 총지배인의 체급은 3년 만에 2성급에서 3성급으로 올라갔다. 그만큼 어깨도 무거워졌다.
◆경력 16년 호텔인, 비즈니스호텔 비추다
황보석 이비스 인사동 총지배인을 부임 이틀 만인 지난 8일 만났다. 호텔 지하층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은 책상 하나에 회의 테이블 하나가 전부였다. 실제 그의 사무실은 고객과의 접점인 호텔 곳곳이었다. 루프톱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서도 ‘고객 모시는’ 일은 계속됐다. 고객의 층수를 확인하곤 자신의 카드를 태그한 뒤 층수를 눌렀다. 행동이 앞서는 컨시어지의 면모가 눈에 띄었다. 짬을 내 만난 인터뷰어보다 고객이 우선이었다.
황보석 총지배인은 미국에서 비즈니스호텔의 전망을 미리 봤다. 16년 전에 우연히 벌어진 일은 그에게 큰 힘이 됐다. 앞서서 국내 비즈니스호텔을 뜯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당시 그는 노스시애틀의 홀리데이 익스프레스에서 근무했다.
“아마도 미국 전역 호텔에 보낸 이력서만도 200통이 넘을 겁니다. 졸업 전 ‘실전’ 영어를 배울 작정이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미국 지도를 펼쳤는데 막막하기도 했습니다.”
인턴으로 미국의 호텔에 발을 들인 그는 메이드, 컨시어지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다. 낯선 땅, 생소한 문화, 그리고 언어 장벽에도 호텔리어의 꿈은 멈추질 않았다. 가장 힘든 건 역시나 고객 만족이었다. 일본 손님이 많은 곳이어서 서비스에 눈길이 꽂혔다. 무릎을 꿇는 식의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서비스는 아니었다.
“서비스는 고객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굽신굽신하는 게 아닙니다. 컨시어지면 가이드답게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제공하면 됩니다. 캐주얼하면서 깔끔한 서비스 말입니다. 당시 국내에는 그런 서비스 문화가 드물었습니다. 일종의 과잉 친절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서비스다운 서비스를 익혔다는 설명이다. 또 캐주얼한 비즈니스호텔의 맛도 봤다. 맨몸으로 나선 미국행의 큰 선물이었다.
인터뷰 전 이비스 인사동의 평판을 조회했다. 리뷰 사이트의 평점은 괜찮았다. 객실, 직원, 위치, 조망 전 분야를 통틀어 8.1점(10점 만점)을 기록했다. 특히 위치(8.4점)와 청결도(8.2점), 서비스(8.2점) 만족도도 높은 편이었다. 이 평점은 4000여건의 고객 후기를 기반으로 했다.
“평점이 좋아야 하고 이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룹사의 서비스 퀄리티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오픈한 지 5년이 지났음에도 자리를 지키는 후배들이 많습니다. 평점은 이 후배들 덕택입니다.”
◆서울 핫플레이스 익선동에 둥지 짓다
이비스 인사동 루프톱에서 바라본 익선동 한옥마을. /사진=박정웅 기자
서비스는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일이다. 황보 총지배인은 고객과의 괴리가 생기면 직원 이직이 잦다고 했다. 호텔 서비스는 사람(고객)과 사람(직원) 사이의 일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 둘 사이가 가까울수록 만족도는 그만큼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자신의 에피소드도 꺼냈다.“부임 기사가 나가자마자 외국에 계신 고객이 축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프론트와 컨시어지 업무를 할 때 만난 분입니다. 호텔을 찾을 때마다 안부를 묻곤 했던 분인데 놀랐습니다. 물론 서비스 규정 상 고객과의 불필요한 교류는 엄격히 제한됩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인지라 서비스가 끈끈한 정으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이런 이유로 단골이 된 분이 많습니다. 호텔을 떠날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이비스 인사동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관광 100선’에 집중하고 있다. 호텔 바로 앞 익선동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익선동은 서울 도심관광의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MBC 인기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빅뱅의 승리가 동생과 함께 이곳을 찾아 국내외 반향이 더욱 커졌다.
좁은 골목길과 낮은 한옥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익선동. 골목을 비집다보면 큼지막한 건물이 눈에 띄는데 바로 이비스 인사동이다. 세간의 이목을 끈 ‘핫’한 골목에 있다보니 황보 총지배인의 마음가짐도 남달랐다.
“여행지에 가면 현지인처럼 움직이는 것도 여행의 묘미 중 하나입니다. 명동은 외국인이 워낙 많아 외국인끼리 어깨가 부딪히지만 익선동은 다릅니다. 아직은 내국인 여행객이 많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사람처럼 외국인도 익선동을 즐기는 콘텐츠을 만들어 해외 마케팅에 나설 계획입니다.”
그는 직원과의 소통을 강조한다.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직원도 많기 때문이다. 그는 “효과적인 교육만한 게 있나”라면서 “재미있게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면서 자연스레 업무에 대한 책임감을 갖도록 소통 창구를 늘 열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16년. 호텔계에서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이다. 총지배인이 된 그는 예비 호텔인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영어, 스펙, 백그라운드…. 물론 있다면 좋겠지만 총지배인의 필수 조건은 아니다”면서 “고민과 준비를 하면서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이 있으면 호텔에서의 꿈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6호(2018년 1월21~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