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농협금융지주
농협중앙회가 업무 효율성 개선보다 계열사 부담금을 늘려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농협금융지주는 100%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로부터 배당을 받지 않기로 한 뒤 농업지원사업비 부담을 대폭 늘려 이를 보존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이 금융지주사에 대한 배당 압박이 사라졌다. 2015년 금융당국으로부터 고배당 지적을 받은 후 2016년부터 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있으며 올해도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농업지원사업비는 대폭 증가했다. 농협중앙회는 모든 계열사로부터 농업사업지원비를 받고 있다. 농업사업지원비는 과거 명칭사용료로 농협지주 계열사가 브랜드를 빌려 사용하고 내는 일종의 브랜드수수료로 보면 된다. 이 비용은 계열사 이익금으로 부담하므로 농업사업지원비가 늘면 실적은 줄게 된다.


연간 농협지원사업비 총액은 ▲2012년 4351억원 ▲2013년 4535억원 ▲2014년 3318억원 ▲2015년 3526억원 ▲2016년 3835억원 ▲2017년 3629억원이고 지난해는 3858억원이 책정됐다.

◆계열사 실적 악화 ‘나몰라’

농협생명은 지난해 책정된 연간 농업지원사업비가 628억원, 농협손보는 83억원이다. 이는 2012년 신경분리(금융·경제지주 분리) 이후 6년 연속 증가했다. 농협생명은 2012년 대비 177%(401억원), 농협손보는 무려 2667%(80억원)나 급증했다. 농협금융지주 계열사의 농업지원사업비 비중도 농협생명은 2012년 5.2%에서 지난해는 16.3%로 높아졌고 같은 기간 농협손보는 0.07%에서 2.2%로 늘었다.


농업지원사업비는 명칭사용료로 지난해부터 용어가 변경됐다.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에는 영업수익 또는 매출액의 2.5% 이내에서 농업지원사업비 부과율을 적용토록 명시돼 있다. 농협 금융계열사는 농업지원사업비 부과 전과 부과 후 당기순이익을 모두 공시하는 데 부과율이 더 올라가면 실적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농협생명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에 해당하는 수입보험료가 5조814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5%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농협생명은 268억원으로 71.8%, 농협손보는 28억원의 83.2% 각각 급감했다. 양사 모두 2012년 신경분리(금융·경제지주 분리) 이후 최저 실적이다.

농협생명의 실적 감소는 보장성보험 중심으로의 체질전환, 미국 금리 상승에 따른 환헷지 비용 증가 등이 주 요인이지만 농업지원사업비 증가도 한 몫했다. 농협손보도 지난해 여름 폭염으로 인해 가축재해보험 손해율이 악화됐지만 지난해 급증한 농업지원사업비 영향도 만만치 않게 반영됐다.

농업지원사업비가 늘면 순익이 줄고 이는 자본으로 인정되는 이익잉여금 증가세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자본관리가 중요해지는 데 이를 감안하면 농업지원사업비가 큰 부담이다. 농협생명의 경우 지난 2017년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며 자본을 늘렸는데 이자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협 금융계열사는 배당은 농협금융지주에, 농업지원사업비는 농협중앙회가 직접 관리한다”며 “농업지원사업비에 대한 부과율은 매출액 대비 2.5% 이내에서 총회가 정하기 때문에 매출이 감소하더라도 부과율을 높일 경우 사업비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 농협금융지주, 각 사 / 단위: 백만원
◆배당 부담 농협은행 쏠림 현상 심화
배당은 양사 모두 2015년 이후 단 한 번도 단행하지 않았다. 농협생명은 2012년 신경분리 후 2015년까지 4년간 2906억원, 연 평균 727억원을 배당했지만 2016년 이후로 끊겼다. 같은 기간 농협손보는 연평균 224억원을 배당해오다 2016년부터 중단됐다. 양사는 모두 농협금융지주 지분율이 100%다.

배당의 쏠림현상도 고민거리다. 지난해 배당을 실시한 계열사는 농협은행(1900억원), NH투자증권(1500억원), NH아문디자산운용(130억원), 농협캐피탈(106억원) 등 7곳 중 4곳에 그친다. 이 중 NH투자증권(49.11%)과 NH아문디자산운용(70%)은 농협의 100% 자회사가 아니어서 배당수입에 한계가 있다. 다른 금융지주가 비은행 강화에 나선 것과 반대로 농협은 은행 의존도가 더 높아지는 모양새다.

농협은행이 양호한 실적을 내면서 배당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한 계열사의 쏠림은 그만큼 위험도가 높다. 농협은행은 2015년 조선·해운업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실적이 악화됐고 2016년 빅배스(대규모 부실상각) 단행 후에야 회복세로 돌아섰다.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지만 같은 현상이 언제든 되풀이될 여지가 크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해 9월 말 BIS총자본비율이 13.44%로 주요 금융지주 중 가장 낮았다. 신한금융(15.30%), 하나금융(14.89%)은 14~15%대다. 금융당국은 2019년 바젤Ⅲ 도입에 대비해 총자본비율을 14% 이상 유지토록 권고하고 있다. 계열사의 배당 여력이 낮아지면 농업지원 재원 감소는 물론 건전성마저 위태해질 수 있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고배당에 대한 지적을 받아 그 이후부터 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를 포함해 앞으로도 배당에 대한 계획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