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사 vs 손쉬운 장사
금리 높다고 나쁜 곳?… ‘고신용자 위주 영업’ 고쳐야

대출 고객에게 ‘좋은’ 금융회사의 기준은 단연 낮은 금리와 높은 한도다. 더 낮은 대출금리로 많은 금액을 빌려주는 곳이 ‘좋은 곳’이다.

그렇다면 저축은행에 이 질문을 던지면 어떨까. 상황은 다소 복잡해진다. 고신용자가 고객인 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은 주요 고객인 중신용자(4~7등급)는 물론 은행 대출이 꽉 차 넘어온 고신용자(1~3등급), 제2금융권 이용가능 마지노선인 저신용자(8~10등급)의 일부까지 고객으로 둬서다. 고신용자만을 상대로 중금리대출을 내보내는 곳과 저신용자에게 고금리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곳 중 어느 곳이 더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단순히 고금리대출이 많다고 ‘나쁜 곳’, 반대로 중금리대출이 활발하다고 무조건 ‘좋은 곳’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대형사의 ‘고금리 이자장사’
‘좋은 저축은행’을 판별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기준은 가계(개인)신용대출 평균금리다. 담보대출의 경우 확실한 담보물이 있어 낮은 금리 적용이 수월하다. ‘손쉬운 영업’이란 비판을 받는 건 이 때문이다. 반면 가계신용대출은 서민들이 급히 돈을 빌릴 때 주로 이용한다. 담보물이 없어 신용도가 낮은 이용자를 대상으로 얼마나 정교한 대출심사가 가능한지가 관건이다. 가계신용대출이 전체 대출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낮아도 서민금융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건 이 때문이다.

이 기준으로 볼 때 가계신용대출에 연 20% 이상의 고금리를 적용할수록 ‘나쁜 곳’이라고 볼 수 있다. 대형 저축은행일수록 고금리 비중이 높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대출을 취급한 저축은행 32곳 가운데 평균 대출금리가 고금리 기준인 연 20% 이상인 곳은 7개사다. 이중 4곳이 자산 순위 상위 10개사에 속하는 대형업체다. 자산순위 2위와 7위인 OK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의 평균 대출금리가 각각 연 21.19%, 20.27%이고 10위인 모아저축은행은 20.53%다. 9위 OSB저축은행의 경우 연 22.68%로 전체 저축은행 중 가장 높은 금리를 적용했다.


기타 대형업체의 경우도 높긴 마찬가지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과 3위 한국투자저축은행이 각각 연 19.78%, 19.95%로 20%에 근접한다. 대형 저축은행을 두고 “고금리대출 관행으로 ‘이자 장사’에 몰두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


◆IBK·하나. ‘손쉬운 영업’
가계신용대출에 적용한 평균금리만 놓고 보면 고금리를 부여한 저축은행일수록 ‘나쁜 곳’이다. 그러나 따져야 할 게 더 있다. 얼마나 많은 저신용자를 고객으로 뒀는지다. 저신용자는 제2금융권 대출조차 막히면 사실상 법정 최고금리(연 24.0%)가 적용되는 대부업권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단순히 고금리대출 비중이 높다고 나쁜 곳이라고 보는 건 무리가 있다. 서민금융 관점에선 고신용자 비중이 높은 대출영업은 담보대출과 마찬가지로 ‘손쉬운 영업’에 불과하다.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이 고금리대출을 취급하지 않으면서도 비판을 받는 이유도 비슷하다.

예컨대 IBK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연 12.33%로 전체 저축은행 중 2번째로 낮다. 금리 수준만 놓고 보면 분명 ‘좋은 곳’이다. 하지만 어느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했는지 보면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 이 회사의 가계신용대출 고객 중 1~3등급인 고신용자 비중은 무려 37.25%(1등급자 0.76%, 2등급자 15.39%, 3등급자 21.10%)에 달한다. 고객 10명 중 4명가량이 고신용자란 얘기다.

반면 중저신용자에겐 벽이 높았다. 전체 고객 중 7~8등급자 비중은 각각 1.83%, 1.23%에 불과하다. 다른 저축은행들의 활발한 영업 대상인 6등급자 비중도 7.5%로 상당히 낮다. 중저신용자인 6~8등급 고객 비중은 10.56%로 고신용자 비중(37.25%)에 비해 4분의1 수준이다. 서민금융회사임에도 관리하기 편한 고신용자 위주의 ‘손쉬운 영업’에 몰두한 것이다.


하나저축은행 역시 손쉬운 영업에 활발했다. 같은 기간 하나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연 15.26%로 전체 저축은행 중 4번째로 낮지만 고신용자 비중이 21.28%(1등급자 5.18%, 2등급자 8.13%, 3등급자 7.97%)에 달한다. IBK저축은행보단 낮은 수준이지만 다른 저축은행과 비교했을 땐 높다. 하나저축은행 역시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영업은 소홀했다. 이 회사의 7등급 고객 비중은 8.95%, 8등급자는 0.22%에 불과하다.
하나저축은행은 특히 고신용자에게도 높은 대출금리를 부여했다. 1등급자에게 취급한 평균 신용대출금리는 연 11.56%, 2등급자의 경우 12.42%, 3등급자는 12.79%다. IBK저축은행이 1등급자에게 평균 연 7.69%, 2등급자 10.16%, 3등급자 10.27%를 적용한 것과 비교된다.

◆‘좋은 저축은행’ 3곳 살펴보니

이처럼 2가지 관점, 즉 ‘얼마나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가’와 ‘얼마나 많은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내보내느냐’ 중 어느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좋은 저축은행’의 기준은 달라진다.

평균 대출금리는 낮지만 서민에게 벽이 높은 IBK 또는 하나저축은행과 중저신용자도 많이 받지만 고금리를 적용하는 OK저축은행 중 어느 곳이 더 좋다, 나쁘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OK저축은행의 경우 가계신용대출 고객 중 6~9등급자 비중이 58.46%(6등급자 39.38%, 7등급자 15.96%, 8등급자 3.08%, 9등급자 0.04%)에 달하는 반면 1~3등급자 비중은 6.64%(1등급자 1.4%, 2등급자 2.37%, 3등급자 2.87%)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 고신용자들도 연평균 13.94~17.96%의 적잖은 금리를 적용받는다.

‘좋은 저축은행’의 기준은 이렇게 상대적이지만 명확한 원칙은 있다. ‘보다 많은 중저신용자에게 좀더 낮은 대출금리를 적용하라’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이 원칙에 충실한 곳은 KB, 대한, 세람저축은행이다. KB저축은행은 6~8등급자(전체의 51.37%)에게도 평균 연 15.24~16.03%의 중금리를 적용한다. 대한저축은행의 ‘O론’은 8등급 고객 비중이 48.79%지만 이들에게도 연평균 19.37%의 준수한 금리를 적용한다. 세람저축은행의 ‘론바로’의 경우 8, 9등급 고객 비중이 89.88%에 달하는데 각각에 다른 저축은행보다 월등히 낮은 연평균 20.45%, 20.63%를 부과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0호(2019년 2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