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풀영업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신웅수 기자
지난달 22일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카풀·택시업계 상생방안 논의에 돌입했다. 이후 세차례의 회의를 진행하며 카풀·택시업계의 기대를 높였지만 어느 쪽도 만족할 만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애초부터 업계가 상생해 소비자 편익을 증진시킨다는 본질적 요건에서 벗어난 논의였다.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가 택시산업의 성장계획에 초점을 맞추면서 관련 논의가 한쪽으로 치우쳐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까지 이어졌다.
◆기득권 지키기로 비화
지난 11일까지 사회적 대타협 기구는 세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그마저도 1차 회의에는 카풀 측 대표 성격을 띤 카카오모빌리티가 참석하지 않았고 택시업계와 당정 관계자들만 논의에 참여했다.
1차 회의가 열린 지난달 25일 택시업계는 일종의 자구책을 제시하며 논의의 포문을 열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4개 택시단체는 택시 중심의 공유경제 추진 방안을 공개했다.
출·퇴근시간과 심야시간에 택시를 통한 카풀을 진행하자는 의견으로 사실상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던 비즈니스모델을 택시에서 하겠다는 것. 해당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차고지 입·출고 의무제 폐지와 개인택시 운행을 기존 3교대에서 탄력적으로 개선하는 법 개정도 요구했다.
사회적 대타협 기구 출범 전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TF 위원장의 “택시단체와 전향적 논의를 거쳐 합리적 규제 완화와 택시 발전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기조를 알아챈 듯 택시업계는 공격적으로 제안하기 시작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참여하기 시작한 2차 회의에서도 주요 논의사항은 택시였다. 택시에 정보기술(IT)플랫폼을 적용해 카풀을 제공하는 합의안이 마련됐다. 카풀서비스를 시행해도 자가용은 배제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1차 회의에서 나온 택시업계의 일방적 의견을 고스란히 수용한 셈이다.
사회적 대타협 기구 회의 일지. /사진=뉴스1, 그래픽=머니S
다시 사회적 대타협 기구 출범 전으로 돌아가보자. 당정은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통해 택시사업을 발전시키는 정부대책을 우선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 대책은 택시기사 월급제, 감차사업 및 규제완화책 등의 안건이었지 택시를 활용한 카풀서비스는 아니었다. 당정은 택시업계의 발전 방향에 초점을 맞춘다는 명분으로 택시카풀에 대해 합의하자고 양측을 설득하고 있다.
전 위원장은 해외 공유경제 사례는 우리나라의 실정과 맞지 않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택시업계의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대타협’이라는 의제로 출발한 ‘기구’의 필요성이 퇴색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미국 등 영토가 넓은 나라는 택시가 부족해 자가용을 이용한 영업을 많이 하는데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영토도 좁고 대중교통도 완비됐다”며 “우리나라만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의원회관 내 6간담회실에서 열린 3차 회의 결과는 아예 공표조차 되지 않았다. 회의 때마다 합의문을 공개했던 전 위원장은 취재진에게 브리핑이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던 것과 달리 논의가 끝나자마자 급하게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같은 날 국회 앞에서 벌어진 택시기사 분신 사고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라진 이용자 목소리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서 진전을 보이지 못하자 이용자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상현씨(28)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나온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카카오 카풀 베타서비스만 종료되고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어 답답하다”며 “택시는 심야시간 승차거부에 요금인상까지 하는 마당에 카풀은 이용조차 못하게 막아놓지 않았나. 카풀서비스를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가 택시 편만 드는 것 같아 오히려 반감을 갖게 된다”고 토로했다.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소비자나 이용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단체가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일부 택시단체는 기구에서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현역 국회의원들에게 ‘카풀 반대 동의서’를 배부했다.
카풀 이용자 모임 ‘카풀러’를 운영 중인 김길래 대표는 기구가 택시업계와 카카오의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논의를 진행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3차 회의까지 진행했지만 택시 쪽에 치우친 내용만 논의해 아쉽다”며 “사실상 택시와 카카오의 비즈니스를 위한 회의로밖에 비쳐지지 않는데 이용자나 국민 의견이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카풀의 공유경제는 이동 중 내 차의 빈 좌석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나눔활동을 하는 것일 뿐”이라며 “운송 중인 택시에 IT서비스를 접목하는 것에 그치면 우리나라에 공유경제가 안착할 수 있는 환경은 마련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자를 대표해 카풀러도 기구에 참여하려고 시도했지만 TF 측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전 위원장 측에 기구 참여 내용을 전달했는데 카풀 이용자 모임이 참여할 경우 균형을 맞추기 위해 택시 이용자 모임도 참석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카카오 카풀 측은 1명이고 택시는 4개 단체가 참석하고 있으며 그 와중에 노조 2개 단체가 기구에 포함됐다. 그러면 당연히 카풀이용자단체가 들어가야 하는데 TF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0호(2019년 2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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