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계에 지주회사 전환 바람이 거세다. 지주회사 제도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절 복잡한 대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풀기 위해 도입됐다. 지난해 9월말 기준 국내 지주회사는 일반지주 164개, 금융지주 9개 등 총 173개로 늘었다. 지주회사 체제는 지배구조의 투명화, 안정적인 경영권 등이 순기능으로 꼽히는 반면 총수일가의 지배력이 커지는 역기능을 드러내기도 한다. <머니S>는 오는 6월 38년 만의 공정거래법 개정을 앞둔 국내 지주회사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나아가 지주회사 선진형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했다.<편집자주>

[지주회사의 두 얼굴] ④·끝 ‘선진화 모델’ 만들려면


올해 국내 기업의 지주회사 전환이 화두다. 정부가 1981년에 도입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을 38년 만에 개편키로 하면서 기업들이 지주회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과거 기업의 지주회사 전환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거미줄처럼 얽힌 지배구조를 해결할 완벽한 대안으로 꼽혔다. 하지만 손자회사, 증손회사에 피라미드식 출자가 늘어나면서 총수일가의 배를 불리는 복마전이 됐다. 
이에 정부는 신규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강화하고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의 의결권 행사 한도를 축소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했다.


개정안에는 지주회사가 반드시 보유해야 하는 자회사와 손자회사 지분율을 현행 상장사 20%, 비상장사 40%에서 각각 30%, 50%로 높이는 내용이 담겼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 총수일가 지분율 기준을 현행 상장사 30%, 비상장사 20%에서 20%로 일원화한다. 해당 회사가 50%를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대상에 포함됐다. 

◆세금 완화, 이스라엘‧미국 벤치마킹

경제 전문가들은 선진형 지배구조인 지주회사 관련제도 강화에 공감하며 강력한 규제 마련을 촉구한다. 반대로 대기업 규제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먼저 학자들과 시민단체는 기업의 지배구조 핵심인 지주회사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주회사 제도의 선진화 모델은 2013년 12월 ‘경제력 집중법’을 제정한 이스라엘이 꼽힌다.

이스라엘은 기업의 출자방식을 지주회사→자회사의 2층 지배구조로 단순화했다. 상장기업이 다른 상장기업에 출자하면 해당 기업은 다른 상장기업으로 출자를 하지 못하는 구조다.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증손회사까지 출자할 수 있는 우리나라보다 촘촘한 규제다.

또한 이스라엘은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을 뒷받침하는 추가 규제도 마련했다.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의무비율을 올리지 않는 대신 주주가 확보한 의결권(계열사 지분 포함)이 33% 미만일 경우 이사회 구성과 역할, 임원의 보수, 지배주주의 이해와 관련된 거래 등 행위규제를 강화했다.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올리도록 유도한 정책이다. 그 결과 올해 시가총액 합계 약 250억달러에 이르는 약 40개 상장기업들이 자회사를 매각하거나 지분을 조정할 예정이다.
미국도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 규제가 없는 대신 세금 부과기준을 올렸다.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율 85% 이상이 돼야 배당금이 면세되고 50% 이하면 배당금의 70% 이하만 과세소득에서 제외된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이스라엘과 북미는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이 많을 정도로 재벌기업이 많다”며 “우리나라도 지주회사 제도를 개편해 경제력 집중을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는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율을 스스로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경제적 유인이 필요하다”며 “배당금의 ‘익금불산입’(세법상 이익에 포함하지 않는 것)을 허용하는 지분율을 높이거나 상속세 완화 등 과세정책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락가락 규제, 속도조절‧공감대 쌓아야

당정은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오는 6월 처리할 계획이다. 전부개정은 일부개정과 달리 법률을 대대적으로 고쳐 이전 법 폐지 및 신규 법 제정 효과를 낸다. 법 개정규모가 크기 때문에 시행 시기는 공포 1년 이후로 잡았다.

당장 지주회사 전환에 막대한 비용 부담이 생긴 기업들은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규제 대상 총수 지분기준을 20%로 낮추는 등 입법예고안이 통과되면 규제 기업 수는 2018년 기준 231개사에서 607개사로 늘어나서다.

경제전문가들은 공정거래법이 정부의 과잉규제, 대기업 길들이기로 전락할 것이란 비난을 쏟아낸다. 공정거래법 위반 시 형벌조항에 따라 예상치 못한 수사와 기소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될 수 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각 기업마다 지배구조가 다른데 정부가 방침을 정해 놓고 천편일률적으로 따르라고 하면 기업 길들이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위반할 경우 형벌조항이 강화돼 기업의 경영환경 불안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 개편이 대기업 집단규제에 효과적인지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권마다 바뀌는 대기업 규제가 기업의 성장 동력을 떨어트리고 있어서다.

1995년 정부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도입했으나 1998년 제도를 철폐했다. 2001년에는 구조조정 추진에 초점을 두고 출자총액제도를 부활시켰고 현재는 대기업의 부당지원행위 규제에서 사익편취 방지를 위한 제도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법 개정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해 3월 개정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후 8월에 입법예고했다. 1997년 일본이 오일쇼크로 인한 정유사 가격담합을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을 5년간 개정한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 정부는 1973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뒤 공정거래법 개정 논의를 시작해 1974년 중간보고서를 발표, 국회 논의를 거쳐 1977년 법안을 최종 통과시켰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는 “국내 대기업은 외국과 상품, 용역, 자본을 이동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는데 공정거래법은 국내 시장만 고려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시대착오적”이라며 “공정거래법이 재벌개혁에 목적을 둔 상투적인 법으로 개정되지 않으려면 규제개혁에 대한 논의를 선행하고 국민 공감대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0호(2019년 2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