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최동준 기자
금융권에 인수·합병(M&A)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 10조원을 돌파한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충만한 실탄을 앞세워 비은행 계열사 확보에 나섰다.
금융권에선 ‘비은행 계열사 확보에 금융지주의 미래가 달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꽃 튀는 경쟁이 예상된다. 대표 계열사인 은행이 대출기준금리(코픽스) 개편으로 이자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4대 금융지주는 일제히 카드, 보험, 캐피털 등 비은행 계열사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M&A 결과에 따라 금융지주 순위표에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관심이 쏠린다.
◆신한 vs KB, 보험·캐피탈 강화
리딩뱅크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는 비은행 계열사 키우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신한금융은 올해 생명보험 계열사 강화에 공을 들인다. 최근 신한금융은 이사회에서 75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전환우선주 유상증자를 추진키로 결정했다. 오렌지라이프의 남은 지분(40.85%)을 확보하기 위한 실탄이다.
오렌지라이프는 신한금융의 14번째 자회사로 순익이 올해 실적에 반영된다. 지분 59%를 고려하면 1800억원대 순이익이 생겨 KB금융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은 인터넷은행 사업도 확장한다. 신한금융은 간편송금으로 대표되는 토스(비바리퍼블리카)와 손을 잡고 인터넷은행 인가에 도전장을 냈다.
신한금융은 토스의 혁신성에 금융전문성을 접목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심사(1000점 만점)에서 혁신성(350점)에 높은 점수를 주는 만큼 신한금융의 인터넷은행 진출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신한금융은 순이익 3조1567억원으로 KB금융(3조689억원)을 제치고 리딩뱅크를 탈환했다. 신한은행의 순이익은 2조279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2% 늘었고 신한금융투자는 18.6%, 신한생명은 8.6%, 신한캐피탈은 17.5%로 각각 순이익이 증가했다. 순이익 증가속도가 가장 느린 신한생명이 오렌지라이프 인수 효과를 입을 경우 계열사의 고른 순익 증가에 기여할 전망이다.
1위 자리를 뺏긴 KB금융은 올해 적극적인 M&A와 영업력을 강화해 반격에 나선다. 최근 KB금융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롯데캐피탈 예비입찰에 뛰어들었다. 롯데캐피탈은 지난해 9월 기준 총자산 7조5089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은 2016년 1055억원, 2017년 1175억원, 지난해 3분기 누적 959억원이다. 개인신용대출부터 중도금 대출, 기업운영자금, 자동차 리스·할부금융까지 다양하게 영위해 ‘알짜매물’로 꼽힌다.
KB금융은 롯데캐피탈을 인수해 KB캐피탈과 합쳐 캐피탈업계 2위에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다. KB캐피탈의 주력이던 자동차 할부금융 외에 개인금융도 확대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KB금융의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은 9366억원으로 2017년(1조1323억원)보다 1957억원 줄었다. 반면 국민은행 당기순이익은 2조2243억원으로 그룹 순이익(3조689억원)의 72.5%를 차지해 은행 쏠림현상이 커졌다.
금융권에선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3위 자리싸움’도 치열하다. 지난해 순이익만 비교하면 하나금융이 2조2402억원으로 우리은행(2조192억원)을 앞섰지만 비은행 계열사 M&A 결과에 따라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올해 지주사를 꾸린 우리금융지주는 과거 민영화 과정에서 매각한 자산운용, 신탁회사 인수에 팔을 걷었다. 우리금융은 하이자산운용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하이자산운용은 대체 투자에 강점이 있고 대체·특별자산 비중이 높아 종합자산운용사로서 모델을 다각화하고 있다.
현재 우리금융에서 우리은행을 빼고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리는 자회사는 우리카드뿐이다. 우리카드의 지난해 순이익은 1012억원에서 1265억원으로 25.0%(253억원) 증가했다. 우리금융은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 신탁사 중에서는 국제자산신탁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지주 전환 후 자본비율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규모가 큰 증권사나 보험사보다 자산운용사나 저축은행, 부동산신탁 등 규모가 작은 M&A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롯데카드 예비입찰에 참여하며 카드사업 확대에 나섰다. 하나금융의 전체 순이익 93.4%가 KEB하나은행일 정도로 은행 의존도가 높아 비은행 계열사 몸집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신용판매(개인·법인·체크카드)시장점유율은 롯데카드 9.57%, 하나카드 8.92%다. 두 카드사를 합치면 점유율은 18.49%로 올라 신한카드(22.73%)에 이어 KB국민카드(18.31%), 삼성카드(17.08%) 등을 제치고 단번에 2위가 된다. 롯데·하나카드의 중복 고객을 고려하면 실제 시장점유율은 단순 합계보다 낮겠지만 하위권에 머물던 하나카드가 단숨에 중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나금융은 인터넷은행 예비인가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통신업계 1위 SK텔레콤과 온라인 증권거래 1위 키움증권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금융·ICT 노하우를 결합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경기가 갈수록 나빠지고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금융지주도 더이상 이자마진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활발하게 이뤄지는 비은행 계열사 M&A가 금융지주 사업 포트폴리오를 변화시키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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