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시장의 두 얼굴-하] ‘장지동 물류센터’ 가보니


새벽배송이 온라인 유통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1인가구와 전업주부 중심으로 새벽배송 수요가 급증하면서 새벽배송시장은 2015년 100억원에서 지난해 4000억원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시장의 성장과 함께 부작용도 생겼다. <머니S>는 국내 새벽배송시장을 조명하며 인기요인과 부작용,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알아봤다. 또 직접 물류센터를 방문해 유통과정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배송된 마켓컬리 상품./사진=심혁주 기자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지난달 26일 밤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또 다른 하루를 준비하는 마켓컬리의 서울 장지동 물류센터를 찾았다. 4℃를 유지하는 냉장창고 속에서도 마켓컬리 물류센터 직원들은 추위를 잊은 채 분주한 모습이다.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실내인 이곳은 바깥보다 추웠다. 직원은 신선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객들이 잠들 시간에도 400여명의 직원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밤 11시부터 배송이 시작되는 오전 1시까지가 가장 바쁜 시간이다.
◆AI 접목시켜 폐기율 1%

“길 찾기 힘드셨죠? 처음 오면 다들 신기해하십니다.”


길을 잃어 헤맨 기자에게 강재규 물류센터 팀장이 웃으며 말을 건넸다. 마켓컬리 물류센터 첫인상은 웅장했다. 이곳에는 상온·냉장·냉동 등 약 2만3000㎡ 면적의 창고가 있다. 마켓컬리는 매일 900여개 업체에서 보낸 물건을 온도별로 4개 창고에 나눠 보관한다. 당일 선주문한 상품들은 각 창고에 보관하는데 페기율이 1%로 매우 낮다. 일일 주문량을 예측하고 구매패턴을 정리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의 힘이다.

밤 11시30분 냉장창고를 찾았다. 냉장창고는 당일 각지에서 온 전복, 돌문어, 갑오징어 등 해산물과 채소류를 보관하는 곳이다. “이거보세요 살아 있습니다”며 한 직원이 주꾸미를 보여줬다. 1층 냉장창고 직원들은 각자 맡은 상품을 지역 단위로 1차 분류한다. 분류된 ‘물품 꾸러미’는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2층으로 간다. 2층에서는 고객 개개인이 주문한 물품을 묶어 2차 분류가 이루어진다.

대형마트에 온 듯 바코드를 찍는 소리에 눈길이 갔다. 한 직원이 QR코드를 찍자 200개 고객 바구니 중 일부에 초록 불빛이 들어온다. 다른 직원이 꾸러미를 들고 라인을 돌며 초록 불빛이 들어온 바구니에 물건을 넣고 버튼을 누르면 분류가 끝난다. 간단했다. 제품이 담겨야할 바구니에만 불이 켜지기 때문에 실수도 없었다. 바코드를 찍던 직원은 “불빛이 다 알려주니까 실수할 일이 없습니다. 단순하죠”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 과정이 끝나면 고객이 주문한 상품이 바구니에 모두 모인다. 바구니는 다시 1층으로 내려간다.


/사진=심혁주 기자

◆“신선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마무리는 포장단계다. 1·2차 분류를 거친 바구니는 송파구, 용산구, 의정부 등 지역끼리 모여 있다. 직원 3~5명이 상품을 지퍼백과 버블랩(일명 뽁뽁이)을 감싸며 박스에 차곡차곡 담았다. 버블랩으로 달걀을 포장하던 직원은 “배송도 중요하지만 물품이 훼손되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 포장까지 마친 상품은 창고에서 나올 수 있다. 당일 전국에서 모인 상품들이 고객에게 갈 준비를 마치는 것이다.

창고를 한 바퀴 도니 시계는 자정을 가리켰다. 창고부터 포장까지 모든 단계를 살피는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 모든 과정이 4개 창고에서 각각 이뤄진다. 마켓컬리에서 물품을 주문하면 박스가 여러개 오는 경우가 있다. 창고별로 각각 포장작업이 이뤄지면서 생기는 일이다. 마켓컬리 직원은 “상품 별로 보관방법이 다르고 포장방법이 다르다. 냉동·상온 상품을 하나씩 시킨 고객은 2박스, 냉동상품만 4개 시킨 고객은 1박스를 받는 식이다”고 설명했다.

창고를 나서려던 중 1층 외각에 빈 포장박스 수백개가 눈에 띄었다. 마켓컬리는 냉장·냉동 상품이냐 상온이냐, 물품 수량에 따라 포장지에 차이를 둔다. 이곳에서 제작되는 박스는 ‘에코박스’. 강 팀장은 “보통 냉동식품은 스티로폼 박스를 이용하지만 환경을 생각해 특수 제작된 종이박스에 담고 있다”고 말했다. 설명을 듣고 보니 에코박스 재질이 더 알차 보였다.


/사진=심혁주 기자

◆ “배송매니저 컨디션·배송량 모두 고려한 뒤 최적 동선으로”

“조심하세요. 지나갑니다” 오전 12시30분, 배송시간이 가까워지자 직원들이 더욱 분주하게 움직인다. 포장이 끝난 박스들은 배송차량을 기다린다. 이곳에서 하루 동안 1~2만개 박스가 서울·경인지역으로 뻗어나간다. 박스에 파묻힐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오전 1시가 가까워지니 창고 앞에 배송차량이 늘어섰다.

배송매니저 600명이 지역별로 물품을 배차 받는다. ‘특정 지역에 물품이 몰리는 경우가 생길 수 있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직원은 “그럴 일이 없다. 다 고려해서 배차한다”고 말했다. 마켓컬리에는 배차부터 동선까지 배달 전반을 관리하는 팀이 따로 있다.

같은 시간 사무실에는 10여명의 경로설정 전문가가 두개의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이들은 주문데이터와 지도를 이용해 최적의 배달동선을 짠다. 배송매니저 컨디션, 개인 사정에 맞춰 배송량을 조절하기도 한다. 배송 시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이들이 나선다. ‘건물을 못 찾겠다’는 요청을 받은 한 직원은 재빨리 사진을 보내며 “이 사진에 보이는 장소로 가시면 된다”고 전달했다.

마지막 단계 샛별배송. 오전 1~2시에 배송이 시작된다. 고요한 새벽 도심을 달리는 배송차량 600대가 각 40~60개의 신선상품 박스를 실었다. 고객이 전날 밤 11시까지 주문한 상품은 오전 7시 전까지 집 앞으로 무사히 배달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2호(2019년 3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