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 실적이 대폭 감소했다. 한미 금리역전으로 인한 환차손 확대와 보장성보험 중심으로의 사업구조 개편에 따른 비용 증가가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순익이 가장 많이 증가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매각이익 1조원을 제외하면 감소폭은 더 커진다.
대부분 생보사는 달러 강세에 따른 대규모 환차손 발생과 국내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변액보험 최저보증준비금 증가 등으로 실적이 크게 나빠졌다.

다만 2017년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선 흥국·푸본현대·KDB생명 등 일부 중견·중소형사는 체질개선 효과로 톡톡히 보며 손익이 개선됐다.


◆금리변동 직격탄… 환차손·변액 보증준비금 가중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생보사 18곳의 당기순이익은 3조843억원으로 전년 대비 3450억원(10.1%) 감소했다. 18곳 중 11곳의 실적이 나빠졌다.

한화생명은 4465억원으로 2422억원(35.2%) 가장 많이 감소했고 AIA생명(-2190억원, -76.2%), 농협생명(-1995억원, 적자 전환), 동양생명(-1352억원, -71.2%), 미래에셋생명(-1145억원, -51.8%), 메트라이프생명(-896억원, -41.4%), 오렌지라이프(-290억원, -8.5%), BNP파리바카디프생명(-188.억원, -97.1%), DGB생명(-131억원, 적자 전환) 등은 실적이 악화됐다.


실적 감소는 환차손 여파가 주요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해 4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반면 한국은행은 2017년 11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1년간 동결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면서 달러강세 기조가 두드러졌고 이는 환차손 심화 현상을 가져왔다.

생보사들은 최근 3~4년간 수익률 제고 및 장기채권 물량 확보를 위해 해외투자를 적극 늘려왔는데 해외 비중이 높을수록 환차손 타격도 더 컸다. 손익 감소폭이 큰 한화생명과 농협생명이 대표적이다.

시장금리 하락으로 인해 운용자산이익률이 저조했고 이에 따른 변액종신보험의 최저보증준비금 증가도 영향을 끼쳤다.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변액보험 판매가 증가하는 추세인데 투자이익률이 하락하면 보증준비금을 더 쌓아야 한다. 메트라이프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이 영향이 이에 해당한다.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2017년 PCA생명 인수에 따른 염가매수차익이 1800억원 반영돼 지난해 기저효과로 순익이 줄었다. 환차손 및 변액보험 보증준비금 여파도 있었지만 해외투자 규모를 대폭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타격은 덜했다. AIA생명은 지난해 법인 전환에 따른 법인세 납부 영향을 받았다.

◆흥국·푸본현대·KDB생명, 구조조정 효과 '톡톡'

순익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삼성생명으로 지난해 1조733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4705억원(37.2%) 늘었다. 단 실적 개선은 지난해 5월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삼성전자 지분 1조원을 매도한 효과여서 이를 감안하면 전체 생보사 순익 감소폭은 더 확대된다.

푸본현대생명(1259억원, 흑자전환), KDB생명(831억원, 흑자전환), IBK연금보험(195억원, 51.3%), 흥국생명(148억원, 32.3%), 신한생명(104억원, 8.6%)도 순익이 늘었다. 흥국생명, 푸본현대생명, KDB생명의 경우 2017년 구조조정을 단행한 효과가 지난해 발휘되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해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 개선 과정에서 최대주주가 변경됐고 이후 방카슈랑스 채널 폐쇄, 종신보험 판매 억제 등의 전략을 폈다. 흥국생명과 KDB생명도 RBC비율 개선 차원에서 2017년 희망퇴직·지점 통폐합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 효과를 봤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운용자산 증가에 따른 투자손익 개선 및 사업비 집행 감소에 따라 손익이 개선됐다”고 설명했고 KDB생명 관계자는 “대체투자 확대에 따른 투자손익 증대와 비용집행구조 개선 등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업황 부진·금리부담 여전…“올해도 힘들 듯”
올해도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경기 부진으로 보험업황이 좋지 못한 가운데 회계기준 변경 이슈로 인해 자본관리 부담은 여전하다. 미국은 올해도 2~3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은행은 국내 경기 하방리스크로 인해 섣불리 금리를 올리기도 어려워 한미 금리차가 좁혀질 개연성은 높지 않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1.75%로 미국보다 75bp(1bp=0.01%포인트) 낮다.

지난해 말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948%로 9월 말보다 40.9bp나 떨어졌다. 이달 8일 10년물 금리는 1.973%로 여전히 2%를 밑돌고 있다. 8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137.00원으로 지난해 말(1116.00원)보다 1.88% 오르는 등 달러 강세 기조가 지속돼 환율 부담도 여전하다.

수익성이 좋은 종신보험의 경우 부채듀레이션 규제 강화로 자산-부채관리(ALM)가 쉽지 않다. 중소형사의 경우 종신보험 판매 확대가 부담스러운 만큼 주력을 건강보험 중심으로 전환했다. 변액보험은 증시부진과 저금리 장기화로 운용이 쉽지 않다는 게 고민거리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심화된 달러강세 여파로 환차손 부담이 매우 가중된 상태”라며 “업황 부진, 회계기준 변경, 저금리에 따른 투자이익률 하락 등으로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