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이후 퇴직연금 수익률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부진과 시장금리 하락 여파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확정기여(DC)형 상품 수익률이 급락했다. DC형은 노후자산을 조금이라도 더 불리기 위해 가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원했지만 투자자에게 돌아온 것은 암울한 미래 뿐이다.

◆생·손보사 DC형 수익률 울상

22일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퇴직연금을 취급하는 11개 생보사 모두 DC형 수익률이 3월 말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운용 규모가 20조원으로 가장 큰 삼성생명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최근 1년간 수익률이 0.71%로 3월 말보다 189bp(1bp=0.01%포인트)나 급락했다. 한화생명 수익률은 0.96%로 154bp, 교보생명은 0.07%로 250bp 각각 떨어졌다.

이 밖에 푸본현대생명(-50bp), 미래에셋생명(-294bp), 신한생명(-182bp), 동양생명(-87bp), 흥국생명(-61bp) 등도 부진했다.

3월 말에는 모든 11개 생보사 모두 2~3%대의 수익률을 올리는 등 확정급여(DB)형보다 우수했지만 지난해 말에는 푸본현대생명, IBK연금보험, DB생명 3곳만 DB형보다 나은 수익률을 냈다. 삼성생명 등 6개 생보사는 수익률이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손보사도 마찬가지다. 삼성화재는 DC형 수익률은 1.52%로 3월 말보다 70bp 하락했고 현대해상(-32bp), 롯데손보(-86bp), KB손보(-118bp), DB손보(-18bp)도 모두 떨어졌다. 한화손보는 10bp 상승했지만 19억원에 불과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투자규제 완화 노력도 도로묵
DC형은 가입자가 퇴직연금 운용 방식을 직접 결정하는 상품이다. 조금이라도 더 노후자산을 불리려는 근로자가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대기업에 비해 이직이 잦은 중소‧중견기업 근로자의 가입 비중이 높았지만 저금리 장기화, 임금피크제 도입 등으로 대기업 근로자의 가입 빈도도 높아지고 있다. 수익률 제고가 주목적이다.

금융당국도 규제 완화로 수익률 제고에 힘을 보탰다. 2015년에는 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의 원리금 비보장 자산의 투자 한도를 40%에서 70%로 확대했고 원리금 비보장자산 중 투자위험이 낮은 BBB 이상 회사채나 최대 손실폭이 10% 미만인 상품 등은 비위험자산으로 구분해 적립액의 100%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에는 원금보장 상품 투자 대상에 저축은행 예적금을 추가했고 DC형과 IRP는 자산의 100%까지 타깃데이트펀드(TDF)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TDF는 가입자의 생애주기에 따라 변동하는 자금 사정에 맞춰 주식 등 고위험 투자자산과 저위험 투자자산의 비율을 조정해 투자하는 펀드다.

◆증시부진 직격탄… 전망도 우울

지난해 하반기 들어 증시가 급락하고 시장금리 하락폭이 커지면서 DC형 상품 수익률도 고꾸라졌다.

지난해 1월 말 2566.46까지 올랐던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말 2041.04로 장을 마감해 1년간 20.5% 떨어졌다. 같은 기간 국고채 10년물 수익률은 2.769%에서 1.948%로 82.1bp 하락해 운용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미중 무역분쟁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 및 우리나라의 경기 하방리스크 등이 겹친 여파다.

올해도 상황은 불투명하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잔존하는 가운데 좋지 못한 경기 전망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비둘기파적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인상 횟수를 줄이는 정도여서 한미 금리차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9일 기준 코스피지수는 2177.62로 거래를 마쳐 연초보다 소폭 올랐지만 낙관은 어려운 상황이고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1.979%로 여전히 2% 밑에서 맴돌고 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관계자는 “DC형 가입자들은 조금이라도 더 수익을 내기 위해 주식 등 고위험 자산군에 투자하지만 지난해는 증시부진으로 수익률이 저조했다”며 “DC형이 DB형보다 공격적이지만 노후 대비 차원에서 여전히 은행 예적금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수익률 제고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