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상거래시장이 커지면서 관련법 개정 가능성이 높아진다. 소비자가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등에서 물건 구입 후 피해를 입었을 시 판매자뿐만 아니라 플랫폼 제공사업자에게도 책임을 묻는 것을 골자로 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 법률안’(전상법 개정안)이 연내 통과될 것으로 보여서다.
하지만 개정안 통과 시 우려되는 파장도 만만찮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특히 오픈마켓업계는 사업자와 판매자 모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법 개정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법 개정, 오픈마켓 ‘혼란’ 가중?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발의한 전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통신 판매중개업자와 통신판매업자 등 온라인쇼핑몰을 지칭하는 법 규제 상 다양한 명칭을 ‘전자상거래 사업자’로 통칭하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통신판매중개업자는 중개자임을 고지만 하면 소비자보상 책임을 면한다. 하지만 상당수 소비자가 플랫폼사업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를 진행하고 있어 이들 업체에도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전 의원이 발의한 전상법 개정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2002년 제정된 전자상거래법은 현재 구조와는 맞지 않는다”며 “통신판매중개자의 모든 책임이 면책되지 않도록 법 개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전 의원이 이번 개정안 발의 전 공정위와 협의를 거친 만큼 이번 개정안 통과에는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전상법 개정안은 전자상거래 관계자에게 혼란을 안겨주고 있다. 오픈마켓업계는 법 개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소비자 피해를 나몰라라’하고 있다는 지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현재 소비자와 판매자가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1차적으로 양측의 중재를, 그래도 해결이 안되면 법적으로는 면책임에도 본사 차원에서 보상을 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법안 개정 시 오픈마켓업체들은 신세계·롯데 등 유통공룡들이 운영하는 쇼핑몰과 같은 법적 지위를 갖는다. 자체 유통망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쇼핑몰과 애초에 같은 규제를 받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오픈마켓에 입점 중인 판매자들은 이번 전상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장기간 안정적으로 오픈마켓에서 판매를 영위한 업체들은 법 개정 후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오픈마켓 3사(G마켓, 옥션, 11번가)에서 8년간 사무용의자를 판매 중인 판매자는 “판매자 귀책사유인데도 소비자보상을 해주지 않으면 본사로부터 패널티가 부여된다”며 “심하면 판매정지까지 당해 굳이 문제를 확대시킬 이유가 없다. 분쟁을 원만히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오픈마켓의 경우 판매자의 연락두절이나 교환, 환불불가에 따른 소비자 민원이 많은 편이다. 이런 분쟁을 야기하는 업체는 대부분 규모가 작은 영세업체라는 게 판매자들의 지적이다. 오히려 법 개정 후 업체 등록요건이 강화돼 이런 문제업체를 걸러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형 포털도 규제될까
반대로 오픈마켓이나 중개앱 진입장벽이 높아져 영세업자들의 몰락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개사업자들이 업체 등록 심사를 더 엄격하게 해 창업기업이나 영세업자들이 판매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판매자 수수료 인상 우려도 있다. 한 오픈마켓 판매자는 “상품 판매를 위해서는 오픈마켓 내에서 광고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만만찮다”며 “상품수수료, 배송비, 광고비 등을 빼면 만원짜리를 팔아도 몇푼 남지 않는다. 괜히 전상법 개정안으로 오픈마켓들의 소비자보상 책임만 커져 우리 수수료만 인상되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전상법 개정안 관련 지난 1월 열린 토론회에서도 유사한 우려가 제기됐다. 김윤태 온라인쇼핑협회 부회장은 “통신판매중개업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전자상거래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아져 일자리가 줄어들고 커머스 기업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등 ‘제2의 최저임금 급속인상’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며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편 전상법 개정안은 비단 오픈마켓업계뿐만 아니라 플랫폼사업자에게도 민감한 사안이다. 배달앱이나 숙박액도 모두 통신판매중개업자다. 이들도 전자상거래 사업자로 분류되면 소비자 피해 시 보상책임이 생겨서다. 특히 네이버나 다음 등 대형 포털사업자도 이번 전상법 개정안 규제에 포함될 지 관심사다.
오픈마켓업체들은 전상법 개정안 규제 범위가 명확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분류된 모든 사업자가 해당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일각에서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사업자는 이번 전상법 개정안 규제대상에 미포함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 데 따른 우려다. 특정 사업자만 규제대상으로 분류되면 동일 경쟁시장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현재 전재수 의원 측은 1월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개정안을 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오픈마켓 G마켓·옥션·11번가 등은 통신판매중개업자다. 자사 플랫폼안에 판매자들이 들어와 제품을 판매하는 식이다. 판매자와 소비자가 만나도록 ‘중개’를 해줘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분류된다. 반면 위메프, 티켓몬스터 등 일부 소셜커머스업체는 통신판매업자다. 이들은 직접 제품을 매입해 판매한다. 당연히 판매에 따른 모든 분쟁에 대한 책임을 진다. 반대로 통신판매중개업자들은 ‘중개’만 해줬기 때문에 법적으로 소비자피해에 따른 보상 책임이 없다.소셜커머스업체인 쿠팡은 최근 오픈마켓을 시작해 통신판매업자이면서 동시에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분류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6호(2019년 4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