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투데이
#. 2주택자 김유리씨(가명)는 얼마 전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기 위해 대출을 문의했다. 전세계약 만료가 다가오는데 새 세입자가 안구해지는 데다 부동산경기가 나빠져서 매매로 내놓아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은행에서도 '거절'을 당했다. 정부의 다주택자 대출규제로 추가대출이 한푼도 안된다는 것이다. 은행 대출 담당자는 "예전에 전세금 반환용도의 대출상품이 있었는데 다시 출시될 지 모르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전셋값 하락과 주택거래 동결로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기 힘든 역전세난이 부동산시장 뇌관으로 떠올랐다. 특히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로 대출을 받기 힘들어진 집주인들이 새 세입자도 구하지 못할 경우 '전세금 미반환 사고'에 따른 피해가 확산될 전망이다.
이런 역전세난은 문재인정부의 대출규제와 고가 다주택자 과세강화로 집값이 내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러나 과거 박근혜정부 때도 역전세난 문제가 심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집값과 관계없이 주택공급이 급증해 수요가 부족한 상황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말인 2016년 12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년 반 만에 상승을 멈췄다. 부동산114 조사 결과 2016년 12월 마지막 주(26~30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보합을 유지했고 서울에서 전셋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강동구는 하락률이 0.22%였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전국 분양아파트는 40만가구 이상으로 외환위기 이후인 2003년 35만5000가구 이후 12년 만의 최대규모였다.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전세계약이 잘 안되는 상황에 매물이 계속 나와 대출을 받아서 전세금을 내준 집주인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서울 역전세난은 일찍이 징조가 있었다. 2013년 부산과 영종하늘도시, 광교신도시 등이 공급과잉으로 역전세난을 앓았고 세종도 2014~2015년 3만가구 입주대기로 역전세난이 심각했다. 2015년 들어 경북·충남 등도 입주물량이 2~3배 급증해 역전세난 우려가 제기됐다. 광주는 인구가 정체된 상태에서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 역전세난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016년에는 역전세난이 수도권으로 북상해 위례신도시, 강남 재건축사업으로 확산됐다. 전세 세입자를 구하기 힘들어 강남 전세가율이 2년 만에 하락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2015년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은 2009년 1월 52.3%에서 2015년 11월 73.7%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또 2014년 통계청 조사 결과 집주인의 43.6%는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전월세보증금이 금융자산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다음 세입자가 낸 보증금으로 기존 보증금을 상환하는 집주인이 많은데 주택경기가 하락하고 보증금이 하락하면 위험한 상태가 된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전체 집주인의 5.1%가 대출을 받아도 보증금 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추정했다.
일각에서는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고 일부 전세금 반환이 어려워진 집주인의 대출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대출규제로 세입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려면 집주인의 전세금 반환대출을 허용해줘야 한다"면서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은행이 세입자에게 직접 주는 방법이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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