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사진=머니S 임한별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숙환으로 갑작스레 별세하면서 한진가 전체가 심상치 않은 위기에 빠졌다. 한진그룹은 고 조중훈 회장 타개 후 4형제로 그룹이 쪼개졌고, 이후 다른 형제와 거리를 둔 메리츠금융그룹만 온전한 경영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핵심인 한진그룹은 조 회장의 별세 및 배우자와 자녀들의 갑질 논란에 휩싸였으며 경영권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조남호 회장은 한진중공업이 경영난에 시달리는 가운데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경영권까지 박탈당했다. 고 조수호 회장의 한진해운은 아예 파산했고 배우자인 최은영 전 회장을 실형을 선고 받았다.
◆쉽지 않은 ‘상속’… 주가는 ‘야속’
한진그룹은 고 조중훈 회장이 창업주로 1945년 인천에서 설립된 한진상사가 모태다. 2002년 고 조 회장이 타계한 이후 항공, 중공업, 해운, 금융 등 4개 그룹으로 쪼개졌다.
초반엔 모두 승승장구 했지만 이후부터 상황이 돌변했다. 한진그룹은 행동주의펀드 KCGI가 지분을 확대하면서 경영권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지난달 이사회에서는 조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며 경영권을 박탈당했다. 한진칼은 이번 주총에서 지켜냈지만 내년이 진짜 승부처라는 게 금융투자업계 시각이다.
고 회장 별세로 지분 상속이 이뤄져야 하는데 만만치가 않다. 1700억원대로 추산되는 상속세 재원은 계열사 지분 매각, 주식담보대출, 배당 등으로 마련해야 하는데 경영권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지분 매각을 피해야 한다.
주식담보대출로 가능한 금액은 600억원 선으로 추산되며 나머지는 배당으로 충족시켜야 하는데 여의치가 않다.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전통적인 저배당주고 이를 갑작스레 늘리려면 주주 동의가 필요한데 합의를 이끌어낼지 미지수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조 회장 일가가 가지고 있는 한진칼과 한진의 지분가치가 1217억원이지만 이는 보유증권을 기초로 가정한 것이어서 부동산이 포함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부동산 및 기타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만큼 일가가 지불해야 하는 상속세금 계산의 보수적인 버전일 수 있고 여론으로부터의 공격에 지쳐 상속을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날 한진그룹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한진칼은 전 거래일 대비 17.66%, 한진은 12.21% 각각 급등했고 한진칼우는 가격제한폭(상한가)까지 올랐다. 대한항공은 1.57%, 대한항공우는 10.14% 각각 상승해 비정한 모습마저 비춰졌다.
◆중공업·해운 붕괴… 메리츠만 건실
한진중공업과 한진해운은 조선·해운업 불황 여파로 2014~2015년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진중공업은 보통주 9152만주(지분율 30.98%)를 전량 감자하기로 결정했으며 조남호 회장의 지분 53만주(0.5%)도 소각키로 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68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실행할 계획이다.
한진중공업은 최대주주가 된 산업은행(16.1%)을 비롯해 국내외 채권단 지분율이 80%를 보유하게 됐다. 지난달 주주총회에서는 새 대표이사에 이병모 인하대 교수가 선임됐고 조남호 회장의 퇴진하게 됐다. 핵심 계열사인 한진중공업이 더 이상 조씨 일가의 기업이 아니라는 의미다.
한진해운은 2017년 아예 파산했다. 고 조수호 회장 배우자인 최은영 전 회장은 자율협약 신청에 앞서 미공개 정보를 입수한 뒤 지분을 팔아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징역 1년6월, 벌금 12억원, 추징금 4억9000만원의 실형을 받았다. 세계시장을 호령하던 한진해운은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조정호 회장의 메리츠금융그룹만 승승장구하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메리츠화재는 실적 면에서 명실상부한 ‘빅5’ 손보사로 거듭났다. 메리츠종금증권도 2015년 아이엠투자증권과 합병한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조정호 회장도 고액연봉 논란에 2013년 7월 경영에서 물러난 경험이 있다. 이후 9개월 만인 2014년 3월 메리츠금융지주 사내 등기이사로 선임돼 경영일선에 복귀했지만 각 계열사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겼다.
특히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이 조정호 회장의 믿음에 부합했다. 김 부회장은 2011년 메리츠종금증권으로 자리를 옮겼고 2014년 조정호 회장과 함께 사내 등기이사에 선임됐다. 김 부회장은 메리츠종금 사장 재직기간(2012년 4월 말부터 2015년 1월 말) 회사 주가를 387%나 끌어올렸다.
2015년 1월에는 메리츠화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2017년 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지난달 말 메리츠화재 주가는 2만4300원으로 2015년 1월 말에 비해 99% 올랐다. 그는 취임 후 2년에 걸친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사업가형 점포 도입 등 혁신경영에 나선 것이 성공적이라는 평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가는 계열사 간 관계가 그리 돈독하지 않은 편으로 알려졌다”며 “조정호 회장은 복귀 후 그룹 전반을 살펴보는 정도의 역할을 하고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면서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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