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사진=머니S 임한별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가 보유한 1000억원 규모의 주식이 이미 담보로 잡혀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회장 일가가 상속 과정에서 경영권을 지키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 회장과 자녀 3명의 보유주식 중 주식담보나 연부연납 등으로 담보인 물량은 373만주, 이날 종가 기준 125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중 올 2월 담보대출 계약이 끝나는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지분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전무 지분 각 25만주를 제외하면 담보 규모는 1104억원으로 소폭 줄어든다. 대부분 주식담보나 연부연납(납세담보) 용도다.
상속세는 최소 1700억원대로 추산된다.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계열사 지분 매각, 주식담보를 통한 대출, 배당 확대 등이 있다. 문제는 어느 하나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의미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조양호 회장의 유가증권의 가치는 3454억원”이라며 “상속세율 50%를 적용하면 조양호 일가가 내야 하는 상속세는 1727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진그룹은 현재 행동주의펀드 KCGI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다. KCGI는 한진칼 지분율을 종전 12.68%에서 이날 13.47%로 0.79%포인트 높였다.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분율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여력이 안 된다는 의미다. 조 회장은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율이 17.84%로 보유 주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자녀들에게는 아직 이렇다 할 승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배당확대도 장담하기 어렵다. 한진칼이나 대한항공은 저배당주에 속한다. 상속세 마련을 위해 배당을 갑작스레 늘리는 것에 이사회나 주주들이 동의할지 미지수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찬성 가능성이 높지만 경영권 분쟁을 겪는 만큼 갈등이 예상된다.
남은 방안은 주식담보대출인데 이미 1000억원 규모가 담보로 잡혀 있는 만큼 부담이 크다. 전체 보유지분 대비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한진칼 보유주식 대부분이 조 회장 물량인 점을 감안하면 자녀들의 선택은 쉽지 않다.
공익재단을 활용해 상속세 규모를 낮추는 방안도 있지만 조 회장 일가가 갑질 등 논란으로 사회적 이미지가 좋지 못한 가운데 상속 과정마저 투명하지 못할 경우 세간의 질타가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상속세를 장기 분할납부하는 방안도 있지만 재원을 확보하지 못하는 이상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박광래 애널리스트는 “현재는 보유증권을 기초로 해서 상속세 규모를 가정한 것으로 부동산이 포함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며 “여론으로부터의 공격에 지쳐 상속을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주요 주주들과의 빅딜을 통해 일가는 임원 자리를 유지하면서 회사를 전문경영인에게 넘겨줄 가능성도 있다”고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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