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박수근(왼쪽 두번째) 위원장 등 위원들이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1차 논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배훈식 기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둘러싼 논의가 수렁에 빠졌다. 지난해 7월 출범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가 수개월간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를 논의해 왔지만 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며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우리나라는 1991년 ILO에 가입했지만 ILO가 정해놓은 핵심협약 8개 가운데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 2개,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 2개 등 4개를 아직까지 비준하지 않았다.
2010년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당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약속했는데 EU는 올 4월9일까지 성과물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노사관계 개선위는 1단계로 ILO 핵심협약을 위한 노동자 단결권을 논의한 후 2단계로 이에 대한 경영계의 입장을 논의할 방침이었다.
공익위원들은 1단계 논의 결과로 지난해 11월 ▲해고자·실업자 노조 가입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 삭제 ▲정부의 노조설립 심사권 축소 ▲특수형태종사자 노동권 보장 ▲공무원·교원의 노조가입 확대 등을 발표했다.
하지만 2단계 경영계의 요구사항을 놓고 노사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EU의 요구기간을 넘긴 지금까지도 비준을 하지 못한 상태다.
현재 노동계는 조건없는 조속한 비준을 요구하는 반면 경영계는 경영계의 요구사항을 반드시 수용해야한다고 맞선다.
재계가 비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적대적인 노조 관계를 고려해 강화된 노조의 권한에 대응할 사측의 방어책을 마련해 달라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유럽의 산별노조 체제와 달리 노사 간 교섭과 관계형성이 기업 단위에서 이뤄지는 ‘기업별노조 체제’가 중심을 이룬다. 특히 노사 간 대응활동이나 단체교섭, 쟁의행위 가정에서 협상보다는 파업 등의 대립적이고 투쟁적인 관행이 굳어져왔다.
이런 가운데 ILO 핵심협약이 비준되면 노동계는 단결권을 대폭 강화하게 된다. 이경우 노사간 힘의 균형이 노조쪽으로 기울어져 사측의 경영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 있으므로 사측의 대응권한도 함께 강화해야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단결권이 확대되면서 부당노동행위 관련 고소·고발의 남발, 관행적 파업의 증가, 직장점거에 따른 피해 증가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재계의 요구사항은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제도 개선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쟁의행위 찬반투표절차 보완 ▲단체협약 유효기간 확대 등 5가지다.
경총은 “비준 관련 논의는 노사간 균형성을 감안해 노사관계 개선위의 ‘1단계 공익위원 합의안’과 ‘2단계의 경제계 요구안’을 상호 균형된 협상의제로 해 패키지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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