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열현 교보생명 사장. /사진제공=교보생명


윤열현 교보생명 사장이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신창재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주들과 협의에 주력해야 할 시기여서 사실상 회사 살림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윤 사장은 사회생활 37년을 모두 교보생명에서 지낸 정통 ‘교보맨’으로 영업채널 전문가로 손꼽힌다. 주주간 갈등과 업황 불황 등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에 신 회장의 빈자리를 메꾸는 살림꾼 역할이 중요해졌다.

윤 사장은 올해 차세대시스템 도입을 마무리해 효율성을 높이고 신상품 개발과 헬스케어서비스 도입 등으로 외풍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살림 책임질 구원투수로 등장

교보생명은 지난달 윤 전 상임고문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로써 신 회장과 윤 사장의 각자대표 체제가 구축됐다. 1958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대표이사가 2명 이상이면 공동대표 또는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대표이사로서 책임은 동일하지만 결재 과정에서 차이가 난다. 공동대표 체제는 어떤 사업을 진행할 때 두 대표의 서명이 모두 필요하지만 각자대표는 해당 영역을 맡은 대표이사의 서명만 있으면 된다.


교보생명의 각자대표 체제 결정은 윤 사장의 인사 배경과 동일선상에 있다. 신 회장은 최대주주로서 재무적투자자(FI)와 갈등 국면에 놓여 있다. 자칫 경영권이 뺏길 시나리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따라서 각자대표 체제 도입은 신 회장이 주주들과 협의에 집중하는 동안 사업의 전반적인 부분은 윤 사장에게 일임하겠다는 취지다.

윤 사장의 낙점 배경도 관심거리다. 당초 교보생명은 윤 사장을 내정하면서 대표이사까지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주 간 문제가 생각보다 깊어지다 보니 아예 각자대표 체제를 꾸려 신 회장의 부담을 더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통 교보맨… 조직안정화 주력
교보생명이 윤 사장 이전에 사장을 둔 것은 신용길 생보협회장이 2013년 교보생명 사장을 역임한 게 마지막이다. 윤 사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그는 1958년생으로 1982년 교보생명에 입사한 뒤 줄곧 근무한 ‘교보맨’이다. 그만큼 회사 안팎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윤 사장은 2005년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신영업지원팀장(상무)을 맡았다. 당시 그는 대형 보험사 최초로 외국계 점포 형태인 설계사(FP)지점 체제 구축을 진두지휘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강서지역본부장, 강남FP지역본부장 등을 지내며 현장을 두루 경험했다. 특히 강남지역본부장 재직 시절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강남 부유층 공략을 적극 추진했다. 강남지역 네트워크가 강한 설계사를 대거 영업했고 지점 확대와 지원단 조직 등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갔다.

2014년에는 FP채널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2017년 채널담당 기획역(부사장)을 마지막으로 현직에서 물러나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현장과 채널담당 임원을 모두 경험한 보험업계 대표 영업채널 전문가로 손꼽힌다. 내부에서는 강한 카리스마보다는 덕장 이미지를 오래 쌓았으며 신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널 전문가를 사장으로 내세운 이유는 지난해 좋지 못했던 실적을 반등시키고자 하는 목적이 크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506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전년보다 17.1% 감소했다. 어려운 시기에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대부분 생보사가 보장성 중심의 영업을 강화하는 만큼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 금리리스크 확대, 변액보험 규제 강화 등 시장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윤 사장이 부사장들에 비해 연배가 높아 조직 장악력이 뛰어날 것이란 기대감도 인사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이석기 경영지원실장 겸 자본관리담당(1965년생), 박봉권 자산운용담당(1963년생), 최학수 전략채널담당(1960년생) 등이 모두 1960년대 생이다. 윤 사장보다 나이가 많은 임원은 황주현 IT지원실장(1953년생)뿐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신 회장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덜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장직을 신설했다”며 “여러 사안을 고려한 결과 조직을 이끌어 갈 적임자로 판단해 윤 사장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시스템 구축 등 내실 관리 집중

교보생명은 신 회장과 FI 등 주주 간 갈등의 기로에 서있다. 경영권 위기설까지 나오는 만큼 내부 동요를 막고 회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윤 사장의 최우선 임무다.

교보생명은 올해 말 2000억원가량을 들여 차세대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당초 지난해 말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연기돼 오는 9~11월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다. 대부분 생보사가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상태인 만큼 윤 사장도 올해 차질없이 일정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다.

핵심인 상품 부문은 종신보험, CI보험 등 가족생활보장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올 들어 치매도 보장하는 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을 선보인 게 대표적이다. 보험업계 화두로 떠오른 치매보험 라입업을 (무)교보실속있는치매종신보험과 (무)교보가족든든치매보험 2종으로 확대해 경쟁력을 높였다.

이와 동시에 블록체인 기반의 헬스케어 서비스를 강화해 보험 트렌드를 선도할 계획이다. 건강정보를 토대로 한 질환예측 서비스인 ‘평생튼튼라이프’를 운영하는 가운데 올 들어서는 ‘교보치매케어서비스’를 선보여 상품 개발과 헬스케어 서비스의 이원화 전략을 강화했다.

윤 사장은 “지난해 마케팅이 침체된 측면이 있는데 지난해 말부터 반등해 올 들어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며 “마케팅 강화를 통해 이러한 기조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9호(2019년 4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