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을 포함한 NXC 본입찰이 다음달 중순으로 연기됐다. 비밀리에 부쳐졌던 넥슨 인수전 정보는 투자은행(IB)업계와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서서히 베일을 벗는 모습이다.
모건스탠리, 도이치증권 등 매각주관사에 따르면 NXC 인수 본입찰 적격인수후보는 텐센트, 카카오, MBK파트너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베인캐피털 등 5곳이다. 넷마블의 경우 MBK파트너스 등 사모펀드(PEF)와 컨소시엄을 맺고 간접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초대형 매물인 만큼 적격인수후보 간 눈치싸움도 한층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여전히 열쇠는 텐센트
텐센트는 넥슨 인수설이 흘러나올 때부터 유력한 인수주체로 떠올랐다.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를 유통하며 넥슨에 연간 1조원가량의 로열티 비용을 지불하는 텐센트에게 넥슨 인수는 절실하다. 가입자당 평균수익(ARPU) 비중이 높은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점도 텐센트에게는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텐센트의 행보를 보면 넥슨에 대한 인수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살펴볼 수 있다. 지난 11일 텐센트는 일반 기업용 목적으로 60억달러(약 6조819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는 올해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회사채 발행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텐센트가 넥슨 인수를 위해 실탄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지난 11일 기준 주당 398.2홍콩달러로 계산할 경우 55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넥슨 매각가가 10조~15조원으로 상당한 재정적 지출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정 금액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텐센트는 전략적 투자자(SI) 혹은 재무적 투자자(FI) 가운데 입맛에 맞는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시 말해 경영권을 직접 노리거나 아니면 지분투자로 간접적인 영향권 아래 둘지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정부의 감시권 아래 있는 텐센트가 무리하게 넥슨 경영권을 가져가기보다 지분투자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는다.
SI·FI로 나설 수 있는 기업들은 여전히 텐센트와의 연대를 희망한다. 아마존, 컴캐스트, 일렉트로닉 아츠(EA) 등 글로벌기업들이 넥슨 인수전에 합류할 것이라는 소식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넥슨 인수는 텐센트, FI, SI 등 다자 간 컨소시엄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텐센트가 적격인수후보 자격을 얻었고 넷마블과 카카오의 지분도 확보한 만큼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텐센트가 중국업체들과 협업해 게이밍폰을 개발하는 점도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SI 입장에서 볼 때 넥슨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중국 내 유통되는 텐센트 게이밍폰에 게임콘텐츠를 대거 탑재할 수 있어 높은 매출을 가져갈 수 있다. 현재 텐센트는 퀄컴 CPU를 사용한 게이밍 스마트폰을 개발하기 위해 에이수스, 레이저, 웬타이 테크놀로지. 블랙샤크 등 현지기업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매수·범위 변수는?
여전히 변수는 존재한다. 넥슨 일본법인에 대한 공개매수조항과 매각대상의 범위가 큰 축을 담당한다.
일본에서는 30% 이상 지분을 사들여 최대주주에 오를 경우 의무공개매수조항이 적용된다. 기존 대주주를 제외한 나머지 소액주주에게 동일한 매각기회를 주는 조항이다. 넥슨의 지주사인 NXC가 한국기업이라 해도 일본 금융당국의 판단에 따라 의무공개매수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 의무공개매수조항이 적용되면 매각가는 현지 증시를 반영해 최대 17조원까지 뛰어오른다. 인수전 초기 높은 관심을 받다 둔화된 것은 가격 변동성이 주효했다.
그러나 IB업계에 따르면 매각주관사단이 일본 금융청으로부터 의무공개매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서를 받았다. 즉 NXC 경영권을 사들인 기업이 넥슨 일본법인의 나머지 지분에 대한 의무공개매수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를 종합하면 매각 범위는 김정주 대표와 특수관계인의 NXC 보유지분(98.64%)이며 매각가의 경우 10조원에 그칠 수 있다. 여전히 높은 가격이지만 의무공개매수조항이 제외돼 금액 부담이 다소 완화됐다.
마지막 변수는 김 대표의 결정이다. NXC 보유지분 전체를 매물로 내놨던 김 대표가 블록체인사업을 가져갈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는 최근 김 대표가 미국 암호화폐 중개사 ‘타고미’에 투자한 것이 알려졌기 때문. 타고미는 개인 투자자들이 유리한 가격에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도록 돕는 대행사다. 김 대표가 암호화폐사업을 통해 글로벌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면 NXC가 보유한 관련 사업체를 그대로 가져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NXC의 지분구조를 보면 벨기에법인인 NXMH가 유럽암호화폐거래소 ‘비트스탬프’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코빗’은 NXC가 갖고 있어 사실상 넥슨 일본법인만 떼어 팔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NXC의 넥슨 일본법인 지분 47.98%의 매각가는 6조원으로 평가받는다. 10조원대 인수전이 절반 가까이 축소된 규모로 진행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인수전이 빠르게 진행되며 주체에 따라 넥슨의 사업구조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리스크가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고 넥슨이 국내외 신작 등 사업을 활발히 진행함에 따라 기업실사 등 매각작업을 서두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내 마무리될 것으로 보였던 NXC 매각이 본입찰 연기로 하반기까지 미뤄질 전망”이라며 “일정은 미뤄졌지만 오히려 변수가 해소되고 있어 본입찰 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텐센트의 개입이 불가피하고 PEF가 FI로 나설 가능성이 높아 넥슨에 대한 사업구조 개편도 피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9호(2019년 4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