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당국이 보험설계사 수수료 개편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동안 설계사 수수료 문제는 불완전판매를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됐다. 앞서 금융당국은 수차례에 걸쳐 수수료를 개선하려했지만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매번 답을 찾지 못했다.
이달 16일 보험연구원이 주최한 ‘소비자 보호 보험설계사 수수료 개선안’ 공청회는 다시 한번 수수료 문제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이날 ‘초년도 수수료 1200% 상한제와 초년도 수수료 50%, 초회 수수료 25%’를 제안하는 개선안이 나왔다.
보험설계사는 보험상품을 판매하면 소비자가 내는 월 보험료를 기준으로 수수료를 받는다. 이번 개선안에는 계약 성사 후 1년 안에 받는 설계사 수수료가 월 보험료의 1200%를 넘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초년도에 전체 수수료의 절반 이상을 받을 수 없도록 했고 처음 받는 수수료도 전체 수수료의 25%로 제한했다.
우리나라에서 설계사는 계약을 성사하면 소비자가 내는 월 보험료의 1400~1700%를 수수료로 받는다. 보험계약이 1년 지속되면 전체 수수료의 70~90%을 챙길 수 있다. 한 예로 월 납입 보험료 10만원짜리 보험상품을 팔면 설계사는 수수료로 최대 17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계약자가 보험을 1년간 유지하면 90%(153만원)를 받고 나머지 10%(17만원)는 이후에 받는다.
‘계약을 성사시키고 수수료만 받으면 그만’이라는 인식으로 불완전판매가 발생하니 이를 막자는 개선안이 필요했던 이유다.
소비자연맹은 이번 개선안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한다. 반면 보험업계는 개선안의 절반은 동의하는 분위기다. 독립대리점(GA)은 설계사 수수료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연맹 “금융당국 개입해야”
소비자연맹은 초년도 수수료를 50%보다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초년도 수수료는 70~90%로 대부분 같은 해에 수수료를 지급한다. 반면 싱가포르는 40%, 미국·영국의 경우는 25~50%를 초년도 수수료로 제한하고 있다. 개선안이 반영돼도 외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수수료 관련 통계도 부정확하다. 소비자연맹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수수료 선지급과 관련된 이렇다 할 통계가 없다. 설계사 수수료 문제가 꾸준히 불완전판매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음에도 금융당국에서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르는 이유다.
금융당국도 오는 7월부터 보험설계사의 불완전판매비율 등의 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보험 정상 모집 여부를 포함해 설계사에 관한 제재, 불완전 판매 비율 등을 공개해 소비자와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결한다는 입장이다.
김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보험설계사 수수료 문제는 업계 자율로 이뤄지면 좋겠지만 그동안 현장에서 지켜봤을 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수수료는 소비자의 보험료와 관련될 수밖에 없으니 금융당국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적절한 조치” vs “개입 안 돼”
보험협회는 초년도 수수료 제한에 동조하며 오히려 1년 후 수수료 지급에 관한 풍선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반면 GA협회는 설계사가 받는 수수료가 일시적으로 크게 줄어 생계를 위협받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초년도 수수료 제한으로 과다경쟁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신중한 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수수료 개선안이 초년도에만 한정하고 있어 1년 이후 수수료를 몰아주는 풍선효과도 추가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는 설계사 수수료를 지급할 때 각각 2년, 3년 분급제도와 선지급제도를 병행해 사용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선지급 수수료만 제한하면 업권에 따라 설계사 수익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초년도 지급액 제한과 함께 분급제도를 의무화하면 나머지 기간 동안 지급하는 수수료 총액이 늘어나 보험사의 수익도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초년도 수수료를 지급하더라도 2년차 이후 수수료에 관한 경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재구 손해보험협회 상무는 “업권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제도개선으로 문제를 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신영선 생명보험협회 상무도 “점진적이면서 설계사 수당 축소 및 GA와의 불공정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 꼼꼼한 배려와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GA협회는 수수료 지급 개선에 대한 문제는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으로 사측 자치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GA 설계사와 보험사 전속 설계사는 인식을 달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A협회에 따르면 보험회사가 전속설계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보험사의 지원비용인 반면 법인대리점에 지급되는 수수료에는 임대료를 비롯한 전산시스템, 구축비 점포운영비 등 35% 정도의 간접비용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대리점을 운영하며 들어가는 임대료 등 간접비용을 뺀 나머지를 설계사들에게 수당으로 주는 구조인데 보험사와 똑같이 수수료를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이동우 GA협회 전무는 “설계사 소득이 급격히 감소해 생계를 위협받을 것”이라며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는 모집 조직이 위축되고 보험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제도는 심층적인 검토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소비자 보호 최우선”
금융당국은 업계와 GA의 입장을 인정하지만 소비자 보호가 최우선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금융위는 특정 채널의 수수료 감소를 목적으로 한 제도 개선이 아닌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는 수수료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설득했다. 다만 금융위를 포함한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에 좀더 무게를 실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7월부터 운영될 ‘e-클린보험 시스템’ 개편작업에 착수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보험소비자가 보험설계사의 불완전판매비율 등을 직접 조회할 수 있게 된다. 또 불완전판매 해소를 위해 대형 GA 내부통제 강화, 설계사 교육 의무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김소연 금융감독원 보험영업검사실 실장은 “고수수료 정책은 설계사에게 수수료가 높은 상품판매의 유인을 높이고 경유계약, 작성계약 등이 발생해 분쟁을 유발한다”며 “금감원은 수수료 문제와 관련한 제재와 감시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