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가 갤럭시 폴드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폴더블폰에 대응할 콘텐츠를 만드는 건 기술적으로 어렵진 않아요. 대신 화면비율이나 접고 펼 때 꺼지지 않도록 만드는 과정이 까다롭긴 합니다. 제품도 언제 나올지 몰라서 막막하네요. 아, 출시가 지연됐다고요? 그나마 조금 여유가 있겠네요. MMORPG라면 넓은 필드를 보여줄 수 있어 가독성 면에서 유리할 텐데 나머지 게임장르는 폴더블 환경에 최적화시키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네요.”
한 중소게임사의 개발자는 폴더블폰 콘텐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갤럭시 폴드가 결함을 이유로 출시일정을 재조정하면서 게임업계는 한박자 쉬어갈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그러나 폴더블폰이 출시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콘텐츠 기대치만 높아진 상황이다.

◆아직은 시기상조? “지켜본다”


현재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등 주요 게임사들은 폴더블폰 게임 개발을 위해 삼성전자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중소개발사 역시 블루오션을 선점하기 위해 폴더블에 최적화된 콘텐츠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폴더블폰 게임시장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콘텐츠가 없어 블루오션으로 평가받는다. 기존 스마트폰보다 2배가량 큰 화면에 대응할 콘텐츠만 확보한다면 치열한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폴더블폰이 글로벌전역에 출시될 경우 콘텐츠 하나로 세계시장 진출의 교두보까지 마련하는 1석2조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변수는 폴더블폰의 보급 속도다. 지난 2월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엄 센터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 2019’를 통해 첫선을 보인 갤럭시 폴드는 펼쳤을 때 7.3인치 대화면 디스플레이를 제공하며 접을 경우 4.6인치 스마트폰으로 활용할 수 있어 큰 관심을 받았다. 올 2분기 한국을 비롯해 유럽, 중국, 미국 등 주요시장에 출시할 것으로 예상돼 게임업계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홍콩과 상하이에서 각각 갤럭시 폴드 공개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혀 글로벌 출시가 임박했음을 알렸는데 최근 상황이 반전됐다. 지난 4월15일부터 미국 미디어 및 리뷰어에 한정해 제공한 갤럭시 폴드 시제품에서 화면꺼짐·깜빡임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

결국 삼성전자는 시제품을 회수해 자체 조사에 들어갔고 접히는 부분의 상·하단 디스플레이 노출부 충격과 이물질에 의한 화면 손상을 발견해 출시일정을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초기 리뷰과정에서 가능성과 잠재력을 인정받았으나 일부 제품 관련 이슈가 발견됐다”며 “제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갤럭시 폴드 출시를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폴더블폰 출시가 미뤄지면서 게임업계도 시장선점과 완성도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당장 개발인력을 투입해 폴더블폰 콘텐츠를 만들 경우 신작 타이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고 후순위로 미루자니 블루오션 선점에 미련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사 고위 관계자는 “폴더블폰 게임 개발을 위해 제조사와 꾸준히 협의 중인 상황에서 출시가 지연돼 난감한 입장”이라며 “무리한 투자보다 신작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폴더블폰 콘텐츠는 예의주시하며 지켜보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갤럭시 폴드. /사진제공=삼성전자

◆MMORPG·퍼즐, 주 콘텐츠 유력

게임업계에서는 갤럭시 폴드 출시지연으로 시간을 벌었지만 여전히 연내 출시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문제점으로 지적된 보호막과 화면꺼짐 및 힌지 충돌 현상의 경우 이를 바로잡는 데 오랜 시일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갤럭시 폴드가 올 2분기 출시를 목표로 했던 만큼 늦어도 3분기 안에는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올해는 5G 상용화 원년인 만큼 증강·가상현실(AR·VR)산업도 큰 폭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게임업계 입장에서는 5G를 기반으로 한 폴더블폰과의 접점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개발 환경에서는 갤럭시 폴드에 맞춰 기존 콘텐츠를 최적화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는 인폴딩 방식으로 설계됐다. 접을 경우 외부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다 펼치면 내부 디스플레이 두면을 동시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최대 화면비 21대9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며 자유자재로 변하는 디스플레이 환경에도 앱이 멈추지 않도록 구현해야 한다.

콘텐츠 측면에서 볼 때는 대규모 필드를 기반으로 한 MMORPG가 가장 최적화된 모델로 평가받는다. 리니지M, 트라하,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 검은사막 모바일 등 기존 MMORPG를 폴더블폰에 이식하는 형태가 유력하다.

애니팡 등 3매칭 퍼즐게임도 폴더블폰에 최적화된 콘텐츠로 떠올랐다. 가로화면에 최적화된 퍼즐게임의 경우 일반 스마트폰보다 더 넓은 시야를 제공할 수 있다.

출시가 지연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게임업계의 시선은 폴더블폰으로 향하고 있다. 일부 게임사는 타사의 동향을 파악하며 폴더블 콘텐츠를 통한 효율성 찾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개발진의 경우 일정에 대한 우선순위의 모호함 때문에 실무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게임사 개발자는 “올해 출시를 목표로 한 신작이 늘어나 폴더블폰 콘텐츠 만들기가 여의치 않다”며 “폴더블폰 출시시기에 맞춰 개발해야 하는데 회사에서 선순위를 정하지 못해 개발단계에서 멈춘 프로젝트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0호(2019년 4월30일~5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