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왼쪽)이 최근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회동을 한 것으로 27일 뒤늦게 알려졌다. /사진=뉴스1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정원장의 비공개 회동에 관한 공방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한국당은 서 원장에 대한 검찰고발을 예고했고 바른미래당은 정보위 개의를 통한 진실규명을 주장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법 위반으로 서훈 원장에 대한 고발장을 가급적 이날 안에 제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위반법률은 국정원의 정치관여 금지를 규정한 국정원법 제9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 원내대표는 "총선을 1년도 채 앞두지 않은 아주 민감한 시점에 대체 왜 정보기관 수장이 선거 실세와 만나야 했는지 국민들의 의구심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며 "여당 내 공천 추천자에 대한 정보수집, 야당 죽이기 위한 정보수집, 선거 앞두고 모든 대북정보 및 대내정보의 수집통인 국정원을 통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의 등 여러 시나리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의 국내정치 관여를 제1적폐로 몰아붙이며 국정원 본연 기능마저도 마비시키려한 정권, 그런 정권이 앉힌 국정원장이 여당 실세와 밀회로 아예 대놓고 직접 선거에 개입하겠다는 것이냐"며 "최대의 정보 관권 선거가 시작된 것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당 실세와 정보기관 수장의 회동을 두고 "한 사람은 총선 준비하겠다고 나와서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이고, 또 한 분은 국가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국정원의 책임자"라며 "지금 이 시기에 두 분이 만난다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저희가 철저하게 어떤 내용들이 오갔는지 여러 방법을 통해서 알아보고 그에 마땅한 대처를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이은재 의원은 "국가 정보를 총괄하는 엄중한 자리인 국정원장이 대통령의 측근 요청에 따라 공개된 장소에서 만난 것은 정보기관장 자질을 의심케 하는 함량미달의 대단히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서훈 국정원장은 책임을 느끼고 스스로 거취를 표명해야 할 것"이라고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바른미래당도 두 사람의 회동이 국정원의 총선 개입 의혹을 부를 소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총선을 불과 10개월 앞둔 민감한 시기에 국정원장이 여당의 총선전략을 책임지는 대통령의 최측근과 장시간 만난 것은 국정원의 정치개입 시비를 자초하는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나아가 두 사람이 대체 무슨 얘기를 나눴느냐에 따라서 국정원의 총선 개입 의혹을 부를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청와대는 국정원장과 대통령 최측근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서도 최소한 주의라도 주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상식적인 대응이다"며 "청와대와 국정원장을 비롯한 여권 전체가 이 사안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몹시 오만불손하며 국민을 무시하고 있다.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유의동 원내부대표는 "서훈 원장과 양정철 원장의 4시간 회동은 일과 후 '사적인 만남'이 아니라 '금지된 만남'이다"며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막기 위한 국회의 제도적 노력이 아무리 커도 이런 노력을 보란 듯이 무력화시키는 국정원장과 여당 싱크탱크 원장의 비정상적 만남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부대표는 "적폐청산은 바로 이런 행위들을 일벌백계하고 국민이 위임한 신성한 권력이 오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청와대는 즉시 서훈 원장을 그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고 양정철 원장도 그 자리에서 물러남으로써 국정원을 정치로부터 자유롭게 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을 반드시 증명해 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혜훈 의원은 양정철 원장이 사적인 만남이라고 해명한 데 대해 "독대가 아니라도 문제가 분명히 있다. 독대라면 더 문제가 있다"며 "양정철 원장은 '총선 승리의 병참기지가 되겠다'고 들어와서 불과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수많은 총선 관련 행보를 했다. 총선 전략을 짜는 분이 북한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수장인 서훈 원장을 만나서 무슨 얘기를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의원은 "상식적인 추론은 '북한 문제를 총선 국면에서 어떻게 여당에 유리하게 활용할 것인가' 그런 의논을 하지 않았을까 라는 것은 합리적 의심"이라며 "지금 여당은 '일고의 가치 없다', '대꾸할 가치가 없다' 이런 식으로 짓밟아 깔아뭉개는 발언을 하고 있는데 상상초월의 오만"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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