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강종민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가 미로에 빠졌다. 경영계가 주장해온 업종별 차등적용이 무산되면서 사용자위원 전원이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최저임금위원회 운영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하는 법정 심의기한도 넘겼다.
지난 27일 진행된 최저임금위 전원회의는 재적 위원 27명 가운데 근로자위원 9명과 공익위원 9명 등 18명만 참석한 ‘반쪽짜리’로 진행됐다.

사용자위원 9명이 지난 26일 전원회의에서 ‘사업 종류별 구분’(업종별 차등) 안건이 부결된 데 반발해 기약없는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사용자위원들은 28일 열린 운영위원회에는 참석하긴 했지만 이는 공익위원 측 입장을 위한 것일 뿐 앞으로 전원회의 참석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예고된 파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경영계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지난 2년간 29%에 달해 중소기업과 영세사업자, 소상공인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업종별·규모별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노동계는 업종별 차등적용이 최저임금 제도 운영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대해 왔고 정부 역시 차등적용은 어렵다는 입장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현행 최저임금 결정체계는 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선 공익위원이 결정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공익위원은 정부가 추천하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의 정책방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과 같은 쟁점 역시 정부의 입장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사용자위원들이 보이콧을 선언한 것은 이 같은 결정체계의 부당함에 항의하는 한편 공익위원들을 압박해 앞으로 진행될 회의를 경영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가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사용자위원들의 보이콧이 장기간 이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현행 최저임금법상 사용자위원이나 노동자위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두번 이상 불참하면 어느 한쪽이 빠지더라도 재적 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사용자위원들이 복귀한다고 하더라도 전원회의는 난항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놓고 경영계과 노동계의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은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2년간 과도한 인상으로 사업주는 물론 근로자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었고 경제심리가 위축된 만큼 이번엔 동결을 통해 시장에 안정적인 시그널을 줘야 한다다는 것이다.

반면 노동계는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은 대통령 공약임을 강조하며 1만원 인상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결국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의 키는 공익위원들이 쥔 셈이다. 그러나 공익위원들이 섣불리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공식화 한 상황에서 1만원 인상은 이뤄지지 않겠지만 인상률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결정하느냐가 하느냐가 관건”이라며 “노사가 모두 양보할 수 있는 적정수준을 찾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