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여의대로를 점거한 택시. /사진=뉴시스 DB


천상천하유아독존. 기원전 563년경 석가모니가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나면서 외쳤다는 말로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내가 홀로 존귀하다”는 말로 해석된다. 그로부터 2600여년이 지난 현재 인도로부터 이역만리 떨어진 한국에서 또 다른 ‘천상천하유아독존’이 탄생했다. 바로 택시업계다.
택시업계는 수년 전부터 끊임없는 투쟁을 벌였다. 2014년 우버, 2018년 카카오, 2019년 VCNC 타다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도로 위를 놓고 택시는 계속 싸웠다. 상대는 번번이 나가 떨어졌고 택시업계는 백전백승했다.

이 시기 바다 건너 일본, 중국은 물론 동남아시아에서도 승차공유서비스가 활성화됐다. 동남아시아의 우버 그랩은 서비스 시작 약 6년 만에 동남아 8개국 336개 도시로 규모를 확장했다. 등록기사는 260만명, 누적 운행건수는 30억건에 달하며 마이크로소프트(MS), 현대차, 소프트뱅크, 디디추싱 등 글로벌기업의 투자를 받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하지만 국내는 이 흐름과 전혀 다른 이야기가 전개됐다. 택시업계는 매번 승차공유서비스업계와 갈등을 빚었고 그럴 때마다 정부는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못한 채 타협기구 설립에만 급급했다. 대타협이라는 취지는 좋았으나 소득은 없었다. 그렇게 한국은 4차 산업혁명을 외치면서도 승차공유서비스라는 기본적인 체계도 갖추지 못한 ‘갈라파고스’가 됐다.


◆백전백승 ‘무적의 택시’

한국에서 유난히 승차공유서비스가 활성화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택시업계의 완강한 반대에 막혀서다. 택시업계는 새로운 승차공유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들불처럼 일어났다. 파업은 물론 도로를 점거하는 불법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택시업계가 대대적인 집단행동을 벌인 것은 지난해 카카오의 카풀서비스에 대항하면서부터다. 택시업계는 지난해 10월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모빌리티 사옥 앞에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여의도·광화문 등 서울시내 각지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이면서 승차공유서비스에 반감을 드러냈다.


지난 5월부터는 카풀에서 타다로 타깃이 바뀌었다. 택시업계는 ‘VCNC 타다 아웃’을 외치며 힘을 과시했다. 택시업계는 타다가 불법을 일삼으며 택시기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경기 안산시에서 택시를 운행하는 A씨는 “타다와 택시가 다른 것이 무엇이냐”며 “택시면허 없이 택시와 같은 운행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과 달리 타다가 불법은 아니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제18조에 따르면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의 렌터카를 빌리는 경우에는 운전기사의 알선이 가능하다. 엄밀하게 말해 택시업계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이런 주장을 펴는 것일까. 조합과 택시업계가 아닌 개인택시에 초점을 맞추면 이해가 된다. 개인택시는 정부의 사회적 대타협 안에서 배제됐다. 법인택시는 새로운 택시플랫폼과 월급제 시행 등으로 다양한 제도가 구축되는 데 반해 개인택시는 대타협을 통해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다. 설상가상 면허 시세도 하락하는데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국내에서 승차공유서비스가 활성화되지 못한 원인은 정부와 국회의 안일한 대책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정부는 택시업계와 승차공유업계가 갈등을 빚을 때마다 ‘대타협’을 내세우며 중재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정부의 안은 매번 부작용을 낳거나 제대로 시행조차 되지 않았고 국회도 연일 파행을 계속했다.

◆갈등 조장하는 ‘상생안’

지난 3월 택시업계와 카풀은 ▲영업시간 제한 ▲플랫폼 택시 출시 ▲택시월급제 시행 등의 내용에 동의하고 서명을 완료했다. 하지만 120일 가까이 국회는 열리지 않았다. 야당은 정부에 월급제 도입의 근거가 되는 도시별 택시수입현황 통계자료를 가져오라고 요구하면서 어깃장을 놨다.

정부도 속 시원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11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택시업계와 승차공유 서비스업계 간 상생을 골자로 하는 ‘택시-플랫폼 상생 종합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당시 국토부가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던 상생안은 크게 세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승차공유서비스업체는 ▲플랫폼사업 면허를 취득해 기여금을 납부하고 여객운송을 하거나 ▲택시운송가맹사업을 벌이거나 ▲택시 호출 중개 등으로 택시사업자와 협력해야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쉽게 말해 국토부가 전국 25만여개의 택시면허 한도 내에서 여객운송사업을 관리하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정부가 원만한 합의를 위해 제시한 상생안은 또 다시 갈등을 낳았다. 대부분의 승차공유 서비스 업계가 찬성하는 가운데 핵심사업자인 VCNC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승차공유서비스업계가 반으로 나뉘어 대립하자 택시업계도 “(타다가) 상생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도 상생하지 않겠다”고 반발하면서 악순환이 계속될 조짐을 보인다. 당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타다와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타다와 택시사업자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결국 갈등을 불러온 상생안 발표는 연기됐다. 국토부는 타다에 차량 한대당 매월 운영비용을 보조하는 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타다도 부정적이던 기존의 입장에서 선회해 상생안에 동의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택시업계와 승차공유서비스업계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점을 두고 “정부정책 실패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영학 전문가는 “관련 부처와 정치인들이 별다른 입장이나 해석없이 관망하면서 사태 수습을 뒤로 미루는 모양새”라며 “혁신을 강조하기보다 승자와 패자의 양자 대결구도를 만들고 합법과 불법을 언급하면서 협박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결정권을 가지고 책임을 질 수 있는 그 누구도 나서려 하지 않는다면 사태는 반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1호(2019년 7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