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부결에 반발해 회의 참석을 거부해온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 위원들이 지난달 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 참석했다. 회의 도중 류기정 사용자 위원과 이성경 근로자 위원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 사진=뉴시스 강종민 기자
최저임금 제도개선을 둘러싼 논의가 쉽사리 첫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경영계는 업종별·규모별 차등화 방안 적용을 비롯한 즉각적인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노동계가 이를 반대하고 있어서다.
경영계는 현행 최저임금제도는 30여년 전 경제·사회 환경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임금수준이 크게 상승한 현재 상황에는 맞지 않는다며 제도개선 논의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현재 경영계가 요구하는 것은 ▲업종별, 기업규모별,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의 합리적 해결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합리적 최저임금 적용 방안 등이다.


이 가운데 최저임금 차등적용 방안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우리나라는 최저임금법에 ‘최저임금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4조)’고 명시하고 있으나 법 시행 첫해인 1988년을 제외하고는 실제로 차등적용한 사례가 없다.

반면 주요 선진국은 지역·업종·연령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거나 예외근거를 마련해 차별적인 운용을 하고있다. 
일례로 미국은 연간매출과 거래규모가 50만달러 이상인 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연방정부가 최저임금을 정하면 주별로 지역과 산업 특성에 맞게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차등적용 방안은 2020년도 최저임금 논의 과정에서도 문제가 됐다. 경영계 입장을 대변하는 사용자위원들이 차등적용을 주장하다 거부당하자 전원회의 보이콧을 선언, 최저임금위원회의 운영이 파행을 빚었던 것.


결국 박준식 위원장이 앞으로 제도개선위원회를 설치해 해당 사안을 논의하기로 약속, 사용자위원들을 회의에 복귀시키며 최임위 운영을 정상화했다.

이런 가운데 사용자위원들은 박 위원장이 약속했던 제도개선위원회 설치와 제도개선 논의를 본격화하자며 최근 최임위에 전원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제도의 본격적인 개선논의를 통해 2021년 최저임금 논의부터는 차등지급안을 반드시 포함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주휴수당을 비롯한 최저임금 산입범위 또한 본격적으로 개선을 건의할 전망이다. 경영계는 근로자가 일하지 않는 시간까지 임금을 지불해야하는 주휴수당을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폐지를 요구하는 한편 임금을 부담하는 사업자의 임금 지불능력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같은 논의는 쉽게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가 제도개선 논의에 아예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최근 경영계의 제도개선 논의를 위한 전원회의 소집 요구와 관련해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을 보호하기는커녕 더욱 악화시키려는 최저임금 제도 개악과 관련한 일체의 논의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이콧을 선언했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 인상 저지에 탄력 받은 사용자 측은 최저임금제도의 근간을 허무는 차등적용을 요구하며 전체회의 소집을 요구하고 있다”며 “경영계의 최저임금제 개선 요구는 근거 없는 사측 요구에 공익위원들과 정부가 백기 투항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어렵게 전원회의가 열린다고 해도 경영계의 주장이 수용될지도 미지수다. 정부가 경영계의 요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차등적용 방안에 대해 “같은 업종 내에서도 임금수준이 직종별로 결정되는 경우들이 더 많다”며 “5인 미만 사업장의 임금수준 등 근로조건이 훨씬 열악한 상황에서 이들 사업장의 지불능력만 갖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주휴수당 폐지에 대해서도 “주휴수당은 오랫동안 노동현장에서 지켜져 왔던 것”이라며 “주휴수당을 그냥 뺐을 때는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근로자들의 임금이 16.7% 삭감되는 문제들이 있다”고 사실상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