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점이 곧 독이 된 것일까. 독립보험대리점(GA)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금융당국이 보험 수수료체계를 개편하는 규제 카드를 꺼내들면서 GA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전망이다. 높은 수수료를 경쟁력으로 성장세를 이어온 GA입장에서는 이번 개편안이 두렵다. 수수료 때문에 날개를 폈다가 다시 접을 모양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GA '메리트' 사라지나
GA설계사들은 보험사 전속설계사보다 높은 판매수수료를 받는다. 똑같은 상품을 팔아도 전속설계사보다 GA설계사가 더 많은 수수료를 받는 이유는 지급되는 비용에 대리점 운영비 33~35%가 포함돼서다. 운영비를 보험사가 지원하는 전속설계사는 이 부분을 빼고 수수료를 받아 GA설계사보다 받는 판매수수료가 적다. GA는 높은 수수료를 무기로 많은 설계사 모집에 성공했고 몸집을 불렸는데 이제 상황이 반전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GA의 보험 모집액은 40조56567억원으로 판매채널 점유율 52.8%를 기록했다. 이는 보험사 전속설계사의 모집액 23조8141억원(31%)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GA설계사 역시 22만5238명으로 전속설계사 17만8358명을 크게 앞지른다. 이처럼 GA는 많은 설계사 수로 보험모집액 부분에서 보험사 전속설계사를 압도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금융위원회는 8월1일, 보험상품 사업비와 모집 수수료 관련 새로운 개편안을 발표했다. 주 골자는 수수료 체계개편이다. 오는 2021년부터 보험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첫해 수수료는 특별수당(시책)을 포함해 월 보험료의 1200%로 제한된다. 또 계약 초기에 집중했던 보험모집 수수료도 분급해 지급하는 방안이 도입된다.

GA가 반발하는 지점은 수수료 부분이다. 현재는 보험을 판매한 첫해, 설계사에게 월 보험료의 1700%까지 수수료를 지급한다. 월 보험료가 10만원인 상품을 판매했다면 170만원의 수수료가 선지급됐다. 하지만 개편안이 적용되면 설계사들은 월 보험료 10만원 상품 판매 시 120만원의 수수료를 선지급 받는다. 대부분의 설계사들은 보험계약 첫해와 다음해에 80~90%의 모집수수료를 받아왔다.

금융위는 보장성보험의 경우 가입 후 1년차에 지급하는 모집수수료와 해약환급금의 합계액이 납입보험료 이내로 설정되도록 했다. 월 보험료가 10만원이라면 120만원 내에서 1년차 모집수수료를 지급하라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입 2차년 이후 추가 모집수수료 지급이 가능해 수수료 총액 제한은 아니다”라며 “다만 첫해 수수료에 집중해왔던 GA설계사 입장에서는 힘이 빠지는 정책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계약 첫해 집중 지급되는 모집수수료를 분할해 지급하는 방안도 도입된다. 금융위는 수수료를 분급해서 지급할하면 선지급방식보다 5% 이상 금액을 높게 책정하도록 했다. 그동안 수수료가 1000만원이면 1년차에 900만원, 2년차에 100만원을 선지급했다. 하지만 분급지급 시에는 1년차에 450만원, 2년차에 400만원을 선지급하게 된다. 설계사들은 최소 1년만 계약을 유지해도 모집수수료 90%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60%로 30%가 감경된 셈이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2년 안에 보험계약을 깨는 가입자가 많아 첫해에 모집수수료를 많이 받는 것이 유리하다. 또 GA는 전속설계사보다 더 많은 첫해 수수료를 지급했기 때문에 설계사 모집도 수월했다. 하지만 지급수수료 자체에 한도가 생기면 설계사들이 굳이 GA를 선호할 이유가 사라진다. GA업계가 유지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도는 이유다.



◆“오히려 자정노력 기회 삼아야”
GA업계의 반발 이유는 명확하다. GA모집수수료는 회사 운영경비를 포함하므로 새로운 규제가 시행되면 GA설계사가 보험사 전속설계사보다 적은 수수료를 받는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대형GA 관계자는 “GA가 대형화되면서 당국이 요구하는 준법감시실을 만들고 설계사 관리 측면에서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도 적잖은 운영비가 들고 있다”며 “수수료를 개편하면 GA업계 자체가 크게 침체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GA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보험대리점협회는 8월23일까지 10일간 25만여명에 달하는 GA업계 종사자에게 반대서명을 받았다. 협회는 서명과 의견을 취합해 규제개혁위원회, 금융위원회, 국회 등에 전달할 예정이다. 했다. 시행 유예기간을 늘리든 개편안 내용을 관철시키든 정부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협회 측은 “수수료 개편은 보험업법 및 상법상 회사인 GA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GA소속 설계사 22만5000명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보험사 전속설계사에 비교해 역차별을 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형평성과 공정성이 결여된 정책이므로 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형 보험사들은 이번 수수료 개편안을 전반적으로 환영하는 눈치다. 이미 일부 보험사는 설계사 수수료 분급 지급을 시행 중이라 이렇다 할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부 GA업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수수료 개편안을 계기로 삼아 자정 노력을 강화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한 GA업체 관계자는 “수수료 개편안에 강력히 반대하는 GA설계사들은 정착률이 높지 않은 설계사들”이라며 “정작 고수익을 올리는 GA설계사들은 이번 개편안에 따른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GA가 불완전판매의 온상이 된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며 “GA업계도 이번 수수표 개편안을 통해 이곳저곳에서 첫해 수수료만 받고 옮겨 다니는 철새 설계사를 줄일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은 높은 수당과 수수료를 무기로 설계사 간 경쟁을 부추기고 무리한 계약을 추진해 불완전판매를 양산한 책임이 있는 GA에게 보내는 당국의 경고 메시지”라며 “GA가 중장기적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현 단계에서 그들 스스로 바뀌려는 자정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7호(2019년 8월27일~9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