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대기업 직원이 어느 날 갑자기 차량관리 스타트업을 설립하겠다며 퇴사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이는 장병후 카버샵 대표(36)의 이야기다.
카버샵은 자동차(Car)와 이발소(Barbershop)의 합성어다. 차량차를 위한 이발소, 즉 세차장이나 카센터 등 자동차 관련 서비스숍을 대신 방문해 준다는 의미를 담았다. 자동차 전문가도 아닌 그가 차량관리 스타트업을, 그것도 1인 창업으로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머니S>는 장 대표를 만나 카버샵 히스토리를 청취했다.
◆세차·정비 대신 해드립니다
카버샵은 ‘카버샵 게이트’라는 사물인터넷(IoT) 기반 무인보관함에 차키를 맡기면 원하는 서비스를 대신 해주는 스타트업이다. 이용자는 모바일로 원하는 서비스를 예약하고 카버샵 게이트에 차키를 넣는 것으로 모든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
카버샵. /사진제공=카버샵
이른바 ‘카시터’(자동차+베이티시터, 차량돌보미)가 차키를 회수해 차량을 운전하고 해당 서비스를 완료한 후 다시 카버샵 게이트에 돌려놓는 방식이다. 현재 아셈타워, 코엑스 옥상주차장, 도심공항터미널타워 등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일대를 중심으로 카버샵 게이트가 설치된 상태다.
장 대표는 차량관리업체에 들러 시간을 허비하는 것에 염증을 느끼다 사업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에 다니면서 시간 여유가 없어 주말에 차량을 정비했는데 어느 날 세차장 대기실에서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며 “생각해보면 정비소나 세차장은 본인이 직접 가지 않아도 똑같은 결과물을 얻는 공간이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시스템만 구축하면 사업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장 대표는 “차량관리서비스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비슷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보니 모든 과정마다 차키를 두번씩 주고받는 불편함이 있었다”며 “불편한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까 생각하다 아파트 무인택배함을 보고 차키 전용 보관함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고 덧붙였다.
2017년 11월 카버샵을 설립한 장 대표는 특허 출원을 통한 시스템 구축과 무인 차키보관함 설치에 집중했다. 차키보관함을 활용한 차량관리 대행 비즈니스모델(BM) 특허를 등록해 지난해 4월부터 삼성동 일대에 ‘카버샵 게이트’를 설치한 후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특히 카버샵은 차키를 직접 주고받는 대면서비스에서 벗어난 언택트(비대면) 형태에 주목했다. 이를테면 출근 후 차키를 넣어두면 퇴근 전에 세차가 완료되기 때문에 이용자와 공급자가 얼굴을 보며 마주할 일이 없다. 미리 시간을 정하고 만남을 반복하는 불편함을 개선하면서 오픈 초기 삼성동 인근 많은 직장인의 관심을 받았다.
장 대표는 “삼성동 인근에 설치된 카버샵 게이트를 보고 검색을 통해 문의를 주시는 고객이 많다”며 “경험해 본 고객 중 절반가량인 50명이 매달 정기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차량관리에 어려움을 느끼는 여성 직장인 고객의 재이용이 많다”고 말했다.
카버샵게이트. /사진제공=카버샵
◆‘드랍 더 키’로 생태계 바꾼다
서비스는 획기적이다. 누구나 귀찮아할 만한 세차나 차량정비를 대신해 준다고 하니 이용자 입장에서는 편리하게 느껴진다. 다만 자동차를 맡겨야 한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발생할 수 있다.
카버샵은 고객의 불안감을 카버샵 게이트와 인프라로 해결할 계획이다. 카버샵의 차키보관함은 무인택배시스템 전문업체인 주식회사 헤드가 만들어 안전성을 확보했다. 탁송운전을 통해 서비스를 수행하는 카시터 교육과 인력관리를 위해 벤처캐피탈(VC) 등 외부 투자도 유치할 예정이다.
장 대표는 “카시터가 왜 안전하고 어떤 보험에 가입돼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마케팅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미흡한 상태”라며 “회사의 존속과 성장을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 VC와 꾸준하게 미팅하며 투자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언택트 차량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버샵의 목표는 무엇일까. 장 대표는 회사 슬로건인 ‘드랍 더 키’(Drop The Key)처럼 전 국민이 세차장, 카센터, 주유소에 갈 일이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9월과 10월 각각 iOS와 안드로이드용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고 강남 근처 대형건물 50곳에 카버샵 게이트를 설치해 월이용자 500명을 확보할 계획이다.
장 대표는 “투자가 진행되면 내년까지 서울·경기 권역에 160개 카버샵 게이트를 설치하고 월 3만건 이상의 이용층을 확보하고 싶다”며 “협업 중인 헤드의 노하우를 살려 판교나 하남 권역에 아파트 무인보관함을 설치하고 심야서비스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난 후 장 대표는 언택트와 자율주행차시대에서의 카버샵의 목표를 전했다.
“언택트 방식이 발전하고 자율주행차가 다니는 시대가 오면 주유소, 세차장, 카센터에 가고 싶어 하는 고객은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카버샵도 차키보관함까지 갈 필요 없는 개인형 디바이스를 보급해 버튼 하나로 차량관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볼까 합니다. 고객의 경험으로 미래를 마중 나가자는 모토에 맞게 프로세스를 개선하겠습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7호(2019년 8월27일~9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