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매각설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양사는 대주주인 중국의 안방보험그룹에 각각 2015년과 2016년 인수된 이후 끊임없이 합병·매각설에 휘말렸다. 

이번에 불거진 매각설은 양사 대주주인 안방보험의 자산 매각 때문이다. 안방보험이 자산 매각에 나서며 해외자산인 동양생명과 ABL생명도 정리할 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양사 직원들은 곤욕스럽다. 꾸준히 제기되는 합병·매각설에 매번 구조조정 우려를 안고 있다. 심지어 동양생명은 하반기 상시퇴직제 도입을 결정해 ‘매각 전 구조조정 수순아니냐’는 말이 직원들 사이에서 나오는 실정이다.


(왼쪽부터)동양생명, ABL생명. /사진제공=각 사

◆잇따른 매각설에 지친 직원들
안방보험은 9월 중순,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미국 15개 호텔을 58억달러에 매각했다. 15개 호텔은 안방보험이 2016년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으로부터 매입한 우량자산이다. 대부분 5성급 호텔로 희소가치도 높다. 안방보험은 경영권이 국유화된 이후 잇따라 해외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안방보험이 해외자산인 동양생명과 ABL생명도 매각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

안방보험은 중국 현지 보험업법 위반으로 경영관리 조치를 받아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가 위탁경영을 하고 있다. 위탁기간은 내년 2월 만료될 예정으로 그 전에 양사 지분을 매각할 것이란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양사 직원들은 계속된 합병·매각설에 우려가 크다. 지난해 초 안방보험그룹 우샤오후이 전 회장이 구속됐을 때도 경영권이 중국 당국으로 넘어가며 동양생명과 ABL생명 매각설이 대두된 바 있다. 이번에는 안방보험이 실제로 해외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어 양사 직원들은 불안감을 씻어내지 못하는 눈치다.


특히 동양생명은 하반기 전직군을 대상으로 상시퇴직제를 실시할 예정이어서 매각 전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상시퇴직제는 임직원이 스스로 금전상 보장을 받고 근로계약을 철회하는 제도지만 강제퇴직용으로도 쓰인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동양생명 재직 10년차 직원 A씨는 “안방보험이 두회사에 관심이 떨어졌다는 것은 직원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며 “회사를 다니면서도 눈칫밥을 먹는 기분이다. 구조조정을 반길 직원은 아무도 없다”고 밝혔다.

ABL생명은 당장 하반기 임직원 퇴직 관련 계획이 없다. 하지만 내년에는 달라질 수 있다. ABL생명 노조는 안방보험에 인수될 당시 3년간 고용보장을 약속 받았다. 2016년 12월에 인수 승인이 난 ABL생명의 고용보장은 올해 12월에 끝난다. 현재 불거진 합병·매각설이 실제로 진행되면 ABL생명도 내년에 인력 구조조정을 시행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셈이다.

ABL생명의 8년차 직원 B씨는 “저 말고 다른 직원들도 회사 합병·매각소식에 관심이 많은 상황”이라며 “하지만 어디에서도 확실한 정보를 얻기 힘들다. 앞으로 인사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직도 고려하지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ABL생명 4년차 직원 C씨는 “차라리 대형금융지주사에 매각돼 빨리 안정화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일단 양사는 잇따른 합병·매각설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동양생명 측은 “안방보험그룹이 결정할 사안으로 저희가 현재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상시퇴직제도는 인력구조 효율화에 따라 시행되는 것으로 매각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ABL생명 측도 “직원 퇴직 관련 계획은 세워둔 것이 없다. 매각에 대해서도 아는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합병 후 통매각 시 “구조조정 불가피”
현재 동양생명에 남은 안방보험 출신은 뤄젠룽 대표와 단범 경영지원부장 등 단 두명이다. 앞서 야오따펑 전 동양생명 이사회 의장은 지난 6월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고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던 짱커 부사장도 지난해 8월 회사를 퇴사했다. 이처럼 안방보험 인물들이 잇따라 회사를 떠나며 매각설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방보험이 내년 2월, 양사의 지분 매각 전 올해 안에 합병해 통매각에 나설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인수합병시장에서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각각 매물로 내놓는 것 보다는 합병시킨 후 매각하는 것이 더 흥행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동양생명의 총자산은 약 32조, ABL생명은 약 20조원으로 합병 시 52조원 규모의 대형보험사가 탄생한다. 총자산 65조원인 NH농협생명을 위협하는 규모다. 생명보험사 인수에 관심이 많은 매수자 입장에서는 군침을 흘릴만한 매물이다.

통매각을 위해 양사가 합병할 경우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 지난해 미래에셋생명은 인위적 구조조정 없이 PCA생명 전 직원의 고용을 보장했었지만 매우 드문케이스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미래는 매각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매각가를 높이기 위해서도 양사가 매각 전 인력 구조조정 등 비용효율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직원들이 동요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2호(2019년 10월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