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인수합병(M&A) 매물이 쏟아진다. 이미 시장에 나온 KDB생명에 이어 더케이손해보험도 지분 판매를 공식화했다. 부실 경영으로 회사 운영에 빨간불이 켜진 일부기업도 시장에 나올 분위기다. 잇따른 보험사 매물 등장에 대해 본격적인 업황 부진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매물은 많지만 군침을 흘릴만한 먹잇감은 없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제기된다. 보험업계 M&A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머니S>가 보험업계 M&A시장을 진단해봤다.【편집자주】
[M&A바람 부는 보험업계-상] M&A, ‘해피엔딩’될까
인력 구조조정은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항상 마찰이 발생하는 작업 중 하나다. 인수든 합병이든 물리적, 화학적 통합 시 중복부서의 인력 효율화가 필요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정리해고가 불가피해서다.
최근 보험업계는 업황부진으로 수입이 감소하고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앞서 경영효율화 작업에도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인력 구조조정에 관한 이슈가 불거졌다.
◆직원 수 2000명, 효율성 논란 ‘시끌’
지난해 9월 신한금융지주 품에 안긴 오렌지라이프는 신한생명과의 통합 작업으로 분주하다. 신한지주는 장기적으로 오렌지라이프의 완전 자회사화를 진행 중이다. 지주와 주식교환방식으로 오렌지라이프의 나머지 지분을 모두 매수할 계획이다. 오렌지라이프(34조원)와 신한생명(33조원)이 합병하면 총자산이 67조원이 돼 업계 4위 NH농협생명(65조원)을 뛰어넘는 대형 생보사가 탄생한다.
관심사는 통합 작업 중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에 집중되고 있다. 양사의 방대한 임직원수 때문이다. 2019년 7월 기준 오렌지라이프의 임직원 수는 782명, 신한생명은 1260명이다. 이 둘을 합치면 전체 임직원 수가 2000명을 넘어선다.
신한생명 측은 지점이 많아 임직원수가 많아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2019년 7월 기준 신한생명의 지점 수는 137개, 오렌지라이프는 103개로 각각 생보업계 1, 2위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총자산 67조원 회사에서 2000명 직원 수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지점수도 많아 오히려 직원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2000명 수준의 직원 수는 업계 4위권임을 감안해도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생보사 빅3(삼성·한화·교보)를 제외하고 임직원 수가 2000명이 넘는 생보사는 한곳도 없다. 업계 4위인 NH농협생명의 임직원 수도 1000명 수준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각 회사별 영업채널과 환경이 달라 적정 임직원수에 대한 정답은 없다”면서도 “영업직이 지점으로 빠져도 양사 중복부서별 직원은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부 영업직원을 고려해도 1500명 이상의 임직원을 수용할 사옥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신한생명은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최근에는 오렌지라이프 직원의 신한생명 이동 인사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신한지주가 이미 인력 구조조정 시행 의지를 보였다고 말한다.
이러한 시그널은 지난해에도 감지됐다. 신한지주는 지난해 12월 정문국 현 오렌지라이프 사장을 신한생명 새 대표로 내정했지만 회사 노조의 강력한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그에게 ‘구조조정 전문가’란 꼬리표가 붙어서다.
정 사장은 과거 알리안츠생명(현 ABL생명) 사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성과급제를 도입했고 이 과정에서 노조가 장기파업에 돌입하자 지점장을 포함해 100여명을 해고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대표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도 구조조정으로 200여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신한지주 측은 정 사장의 대표 선임 이유로 ‘다양한 보험업황 경험’을 꼽았지만 노조 측의 생각은 달랐다. 결국 정 사장은 노조의 반발이 이어지자 스스로 대표이사 자리를 고사했다.
◆인력 감축, 효율성 무시 못해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M&A가 거론되는 생보사들이다. 최근 양사의 주인인 중국안방보험은 경영권이 국유화된 이후 잇따라 해외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이에 동양생명과 ABL생명도 매각이 유력하다.
양사 직원들은 최근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한다. 합병이나 매각 전 후로 희망퇴직 등 퇴직제가 실시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동양생명은 하반기 중 상시퇴직제를 실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퇴직제 계획이 없는 ABL생명은 내부 직원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언론에서 제기되는 합병·매각설 기사에 동요하지 말라고 공지한 사실도 확인됐다. 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안방보험의 해외자산매각 소식에 ‘곧 퇴직제가 실시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는 실정이다.
인력 구조조정은 M&A 전 후 경영효율화 측면에서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지난해 3월 PCA생명과 합병한 미래에셋생명이 합병 후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간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말 희망퇴직과 점포통폐합 등을 실시해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이 과정에서 118명이 퇴사했다. 합병 후 1265명이었던 미래에셋생명의 임직원수는 지난해 말 1085명, 올해 7월 기준 1032명으로 230여명이 줄었다. 합병 전인 2018년 2월 미래에셋생명의 총 임직원 수는 1024명이었고 PCA생명은 297명이었다. 미래에셋생명의 임직원수는 사실상 합병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미래에셋생명은 인수 당시 PCA생명 전 직원 고용승계를 약속했었다. 미래에셋생명 측은 “실제 퇴직을 희망한 사람이 많아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생명의 올 상반기 당기순익은 604억원으로 전년 동기 541억원과 비교해 11.5% 증가했다. 올 상반기 생보사 순이익이 30% 이상 감소한 시장 불황을 고려하면 나름 선방한 셈이다.
당기순익의 증가는 미래에셋생명이 변액보험 등에서 꾸준한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력 효율화로 비용을 절감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미래에셋생명은 희망퇴직 등의 구조조정으로 약 1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업계 불황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대부분의 보험사가 실시하는 분위기”라며 “합병 후 1인당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인력 감축만큼 효율성 있는 대안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6호(2019년 10월29일~11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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