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 사진=NH투자증권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정 사장은 재임 기간 중 안정적 실적을 올리고 미래사업 기반을 다져놨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부각된다. 지주 입장에서도 안정적으로 배당수익을 받고 있어 실적 상황이 만족스럽다.
정 사장은 우리투자증권 출신으로 ‘농협맨’은 아니다. 하지만 농협증권보다 우리투자증권 출신이 IB 등 경험이 더 풍부하다는 점에서 2015년 통합(우투-농협) 출범 후에도 우투 출신이 CEO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IB 중심의 탄탄한 실적
NH투자증권은 올 3분기 누적 50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3.9% 증가했다. 이는 동 기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실적 호조는 투자금융(IB) 성장이 이끌었다. IB 부문 영업이익은 2099억원으로 전년보다 34.4% 증가했고 트레이딩 부문도 2102억원으로 14.4% 늘었다. 리테일(소매)이 포함된 세일즈 부문은 증시부진 등의 여파로 78.4% 급감한 1026억원에 그쳤지만 IB의 성장으로 이를 상쇄한 모습이다.
이 같은 실적 개선은 정 사장의 역량이 십분 발휘됐다 평이다. 정 사장은 1998년 대우증권에 입사한 뒤 투자금융(IB)2담당 상무까지 지냈다. 이후 2005년 우리투자증권 IB사업부로 자리를 옮겼고 IB사업부 부사장까지 역임하는 등 장기간 IB 시장에 몸을 담았다.
우리투자증권은 정통적으로 IB 사업이 강한 증권사 중 하나였고 농협증권과 통합 출범한 이후에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주식자본시장(ECM) 주관(28.6%), ECM 인수(25.9%), 기업공개(IPO) 주관(32.7%), 유상증자 주관(25.5%), 유상증자 인수(22.9%)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고 국내채권(DCM) 대표주관(17.2%)과 DCM 인수(10.1%)에서는 각각 2위를 차지했다.
과거 증권사들은 리테일(소매)을 중심으로 한 브로커리지 비중이 높았지만 사업 다변화와 안정적 수익구조 창출, 글로벌 경쟁력 제고 등에 나서며 IB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대체투자·해외진출 포석 다져
정 사장은 재임 기간 동안 미래먹거리 기반도 착실히 다져놓고 있다. 올해는 미국 사우스필드 발전소, 영국의 게트윅(Gat Wick)공항 등의 인프라 투자에 나섰고 조만간 일본 도쿄내 하루미타워, 미국 브루클린 복합용도 신축자산 등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또 북미 지역 파이프라인대출 등의 투자에도 나설 방침이다.
내년 IPO 최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팜의 상장도 씨티글로벌마켓과 공동 대표주관사로 선정돼 세부 일정을 조율 중에 있다. 지난해는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발행어음 2호 사업자로 등록돼 대형 IB로서 입지도 다져가고 있다.
해외 법인설립에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펼쳐갈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현재 베트남, 미국, 인도네시아 등에 해외법인을 두고 있는데 인도네시아법인(NH코린도)이 올 1~3분기 70억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모두 흑자를 내는데 성공했다.
정 사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한중 대체투자 서밋’에서 “전세계 25%의 유니콘 기업을 보유한 중국과 한국의 자본시장이 상호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이라며 중국 합작증권사 설립 의도를 내비치기도 했다.
◆배당도 착실… 비농협 출신 ‘이상 무’
우리투자증권은 2014년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아바비생명(현 DGB생명)과 패키지로 묶여 NH농협금융지주에 인수됐다. 당시 KB금융지주와 우리투자증권을 놓고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였을 정도로 매물가치가 높은 증권사였다.
농협 입장에서 우리투자증권 임직원들은 외부인이었다. 하지만 당시 농협증권에 비해 IB 등 대형사업 수주 경험 등이 많았던 만큼 피인수 기업 출신 임에도 대다수가 회사의 주축으로 자리잡았다.
김원규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NH투자증권으로 재출범한 후에도 CEO로 낙점됐으며 후임 사장도 우투 출신인 정 사장이 바통을 이어가 일반적인 M&A 기업과 다른 인사 양상을 보였다. 대신 수석부사장직엔 농협 출신이 자리하고 있어 농협금융지주와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이대훈 농협은행장, 홍재은 농협생명 사장, 오병관 농협손보 사장 등은 모두 농협에 입사한 정통 ‘NH맨’이다.
NH투자증권은 농협금융 계열사 중 유일한 상장사로 지주사 지분율이 49.11%다. 농협금융지주 입장에서도 만족할 만한 배당금을 받고 있으며 농협생명과 농협손보가 건전성 등의 이율 3년째 배당을 하지 못하는 점을 감안했을 때 효자 계열사로의 가치는 더 높아진다.
2015~2016년 연간 1200억원 규모던 배당금은 2017년과 지난해 1500억원대로 뛰었다. 올해 배당계획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전년보다 양호한 실적으로 내고 있다는 점과 연간 40~50%대의 배당성향을 유지하는 점을 감안했을 때 배당 확대의 기대감도 가져볼 만하다.
농협금융지주는 건전성 지표인 BIS비율이 타 금융지주보다 낮은 편이어서 계열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이나 브랜드수수료(농업지원사업비)가 중요하다. 농협 계열사의 경우 조합원의 입김이 상당히 중요하지만 NH투자증권은 완전 자회사가 아니어서 이런 측면에서도 보다 자유롭다. 실적만 내준다면 외부인의 기용이 문제되지 않는다.
농협금융 한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의 경우 지주 지분이 과반을 넘지 않은 만큼 CEO 인선시 농협 출신만 선호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며 “통합 출범 후 우투 출신이 자리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실력과 평판에 문제가 없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은 완전 자회사가 아니어서 자체적으로 임원후보추춘위원회(임추위)를 구성하고 CEO를 선임하는 구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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