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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결국 정무위원회 법안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해당 법안은 다른 안건에 밀려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10년 묵은 실손 청구 간소화는 왜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일까.◆논의 순서 밀린 실손 청구 간소화…왜?
지난 21일 정무위원회에서는 10년간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공방을 펼쳐온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심의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실손 청구 간소화’ 법안은 인터넷은행, 신용정보법 등 굵직한 사안에 밀려 논의 되지 못했다. 이날이 20대 국회의 마지막 법안소위였던 점을 감안하면 실손 청구 간소화 법안 통과 여부는 21대 국회로 넘어간 분위기다.
실손 청구 간소화 관련 법안은 지난해 9월과 1월 고용진·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환자가 요청하면 병원이 의료비 증명 서류를 보험사에 의무적으로 보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손보험금 청구 시 영수증과 진료비 내역서가 의료기관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혹은 제3의 중개기관 전산망을 통해 보험사에 전송하도록 하는 근거도 마련했다.
하지만 정무위에서 해당 법안은 논의도 되지 않고 폐기돼 버렸다. 보험업계와 소비자단체들은 국회가 실손 청구 간소화 법안을 아예 통과시킬 의지가 없었다고 지적한다.
이날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의 주요 논의 안건은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하 데이터3법)의 통과였다. 실손 청구 간소화 법안 논의 순서는 29번째였다가 21일 갑자기 42번째로 밀렸다.
이날 정무위는 오후 2시에 시작해 저녁 7시가 조금 넘어 끝났다. 총 127건의 사안 중 80여개는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데이터 3법을 떠나서 실손 청구 간소화 법안을 통과시킬 의지가 있었다면 굳이 안건 순서를 뒤로 미루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40번대로 밀렸다는 것은 사실상 국회도 실손 청구 간소화 통과에 대한 의지가 크게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실손 청구 간소화 법안은 앞서 지난달 24일 열린 법안심사소위에서도 안건에는 포함됐으나 논의 진행에는 실패한 바 있다.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 제도 개선 권고 이후 실손 청구 간소화는 관련 법안이 꾸준히 발의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결국 의료계의 반대를 10년째 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7월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가운데)이 '실손보험 간편 청구 시연회'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해 실손보험금을 직접 청구해보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지난해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실손 청구 간소화에 대해 "심평원을 활용하게 될 경우 청구 절차가 굉장히 간편해지는 효과가 분명히 있고 바람직하다"며 "의료계가 환자들 입장에서 생각을 해야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금융위원회는 최근 해당 법안에 대한 입장을 ‘신중 검토’에서 ‘동의’로 선회했다. 중개기관을 두는 방식이면 의료계가 우려하는 보험사의 환자진료기록 수집을 방지할 수 있다고 여겨서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실손 청구 간소화법 통과가 무르익은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8개 소비자단체들도 "소비자권익을 위해 실손 청구 간소화가 시급히 도입돼야 한다"며 입장을 내놓으며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의료업계는 지난달 말부터 대한의사협회를 시작으로 각종 의료협회 및 단체들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나섰다. 악법인 실손 청구 간소화가 절대로 실행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이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법안 통과를 막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국회가 의료계 눈치를 보다 법안이 논의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 초래됐다.
보험업계는 이번 실손 청구 간소화 법안이 논의조차 되지 못한 것을 두고 의료계 파워를 새삼 확인했다는 반응이다.
한편 법안 발의자인 고용진 의원은 계속해서 실손 청구 간소화법 추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용진 의원실 측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손 청구의 불편함을 지적하며 개선을 권고한 만큼 법안 통과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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