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협
[실손 간소화 무산되나-②] 의료계, 규모 따라 다른 입장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 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청구 과정이 기존보다 간편해지면 환자편의를 높이고 과잉진료 등을 개선할 수 있어 찬성하지만 의료계는 행정 부담과 데이터유출‧악용 가능성 등의 이유로 강력 반대하고 있다. 특히 의료계는 병‧의원 규모와 비급여 진찰 건수에 따라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쟁점 ① 비급여 전문 의원급 ‘직격타’?
병원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 청구가 간소화되면 비급여 위주의 의원들이 직격타를 맞는다. 정부가 의료 가수요‧과잉진료 우려가 큰 비급여 정보를 한 곳에 모으면 수가에 손 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부 병원은 환자에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먼저 묻고 도수치료나 고가의 의료기기 사용을 권장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에 개원한 의사 A씨는 “비급여 정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보험사에 흘러가면 비급여 항목 당 통계가 나온다”며 “정부가 비급여 통계를 토대로 수가를 표준화하는 등 의사에게 돌아오는 불이익은 안 봐도 뻔하다”고 말했다. 또 비급여 데이터가 전자화되면 해킹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부는 의원가의 우려에 선을 그었다. 심평원 관계자는 “실손보험 청구 서류가 전자화되더라도 제공하는 정보가 늘어나거나 유출 위험이 커지는 것이 아니다”면서 “오히려 종이문서가 외부 유출이나 분실 등 우려가 크다”고 반박했다.
의료계가 심평원의 실손의료보험 청구 자동화에 반대하지만 대형병원은 자체적으로 간소화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실제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이 실손보험 간소화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쟁점② 실손보험은 사보험… “의무 없다”
실손보험 간소화를 두고 의료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병원이 실손보험 청구 업무를 맡으면 행정적 부담이 가중될뿐더러 실손보험은 사보험이기 때문에 법적인 의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대한의사협회를 포함한 39개 의료단체는 연이어 반대 성명을 발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 관계자는 “이 법안은 궁극적으로 실손보험 가입거부 차단 등 손해율을 낮추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실손보험은 정부가 주관하는 국가건강보험이 아닌 사보험에 속한다. 이에 일각에서 실손보험 청구를 왜 의료계에서 담당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손보험은 환자가 개인 선택에 의해 가입한 보험인데, 정부가 나서서 청구대행을 의무화하는 것은 월권행위라는 주장이다.
병원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에 있어 병‧의원은 보험계약자도 아니며 어떠한 법률적 관계도 없어 의료기관이 실손보험 청구를 수행할 의무는 전혀 없다”면서 “공적재정이 투입되는 공보험의 운영원리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는 사보험 시장의 업무 위탁을 허용하는 것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처사”라고 지적했다.
보험업계는 의료계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 6월 기준으로 실손보험 가입인구가 약 3400만명이라고 하는데 이 정도면 사적관계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2호(2019년 12월10일~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