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통합별관 건축공사장에 붙은 '유치권 행사' 현수막. /사진=김노향 기자
한국은행이 서울 중구 남대문로3가의 통합별관 건축공사를 위한 철거 과정에서 공사비 삭감을 둘러싸고 건설업체와 마찰을 빚고 있다. 착공 전 철거를 맡은 하도급업체는 한국은행이 일방적으로 예정 공사비 27억원 가운데 5억원을 삭감했다며 ‘유치권 행사’를 주장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 통합별관 착공 전 철거공사는 2017년 6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진행됐다. 한국은행은 조달청을 통해 우림산업과 공사계약을 체결했고 우림산업은 다시 승길산업개발과 27억원에 철거 하도급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철거공사 완료 이틀 남겨둔 2018년 1월4일 "계약금액 중 5억원이 적은 22억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고 승길산업개발은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조달청이 이 프로젝트의 건설사업관리업체인 무영CM으로부터 5억원을 삭감한 22억원만을 지급토록 하는 보고를 받고 승인해 줬다고 설명했다. 김천선 한국은행 별관건축본부 팀장은 "제품가격 하락을 반영해 정상적인 절차를 밟은 공사비 변경이었다"고 말했다.

철거를 담당한 승길산업개발 주장은 다르다. 한국은행이 계약서에 기재한 철거장비와 제품 등은 이미 단종됐거나 공법 문제로 적용이 불가해 설계변경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승길산업개발 관계자는 "공사 도중 통보했다면 다른 대책을 강구했을 것"이라며 "완공을 코앞에 두고 하도급업체로선 감당할 수 없는 공사비 삭감을 일방적으로 책정당했다"고 말했다. 실제 제품가격 하락분은 2억~3억원이라는 게 승길산업개발 측의 주장이다.
승길산업개발은 공사비를 정산받기 위해 공사장 내 설치했던 컨테이너 사무실을 철거하지 않았다. 한국은행은 시공사인 우림에 승길산업개발의 컨테이너를 임의로 이동시키도록 지시, 두업체 사이에 법정 소송도 벌어졌다. 법원은 현장 철거가 공사대금 지급의무와 이행관계가 있는 만큼 승길산업개발이 당장 컨테이너를 수거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다만 승길산업개발이 주장한 유치권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한국은행 측 설명이다. 김 팀장은 "유치권은 타인의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대한 권리여서 승길산업개발의 자산인 컨테이너에 대해선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통합별관 건축공사는 지난해 12월 착공, 2022년 3월 완공 예정인 사업으로 업무시설과 문화·집회시설을 건설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지하 4층~지상 16층 규모의 통합별관을 신축하고 기존 한국은행 본관과 제2별관을 리모델링한다.


계약금액은 2832억원(도급 기준)이다. 계약금액에 포함되지 않는 관급금액 528억원을 합산하면 총 공사금액은 3360억원이다. 한국은행 통합별관은 당초 올 6월 창립 70주년 행사에 맞춰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조달청의 시공사 입찰 과정에 계룡건설과 경쟁사인 삼성물산간 분쟁이 발생해 착공이 2년여 지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