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거 삼성 TV 아냐?”
지난 7~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박람회 ‘CES 2020’에 설치된 중국 TCL의 전시장을 둘러보던 기자는 다소 놀랐다. 전시장 곳곳엔 삼성전자 제품과 너무도 닯은 제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삼성전자의 주력 TV제품인 QLED 8KTV는 물론 모바일 시대를 겨냥해 만든 세로 직사각형 모양의 ‘더 세로’ TV도 이름과 디자인만 살짝 다르게 TCL 매장에 전시돼 있었다. 명화가 담긴 액자 형태의 삼성 ‘더 프레임’은 아예 컨셉과 이름마저 똑같은 ‘프레임TV’로 TCL의 로고를 단 채 관람객을 맞았다. 함께 전시장을 둘러보던 동료 기자들도 “이건 대놓고 카피 아니냐”며 혀를 내둘렀다.
TV 뿐만 아니다. TCL의 냉장고, 세탁기는 LG전자의 제품과 흡사했고 다른 중국기업들 역시 삼성과 LG의 제품을 그대로 모방했다는 의심이 들만큼 비슷한 제품을 자사의 혁신제품인양 전시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똑같은 제품을 이렇게 방치해도 되는 것인지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권봉석 LG전자 사장도 “전시장에 너무 똑같은 제품들이 많이 전시돼 있다”며 “카피를 너무 빨리 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개발자들이 수년간 실패와 좌절을 딛고 피땀 흘려 만들어낸 제품을 너무나도 간단히 훔친 중국업체들에 법적조치를 비롯한 제재가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법적인 조치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전시회에 참가한 또 다른 한국기업 관계자는 “중국기업은 한국기업의 고객사이기도 하다”며 “중국시장에서 사업을 펼치는 한국기업 입장에선 괜히 현지기업을 잘못 건드렸다가 중국정부의 눈 밖에 날 수도 있지 않겠냐”고 했다.
결국 한국기업들이 택한 것은 ‘초격차’ 전략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사장은 중국이 8KTV를 만들더라도 화질에는 차이가 난다며 “격차를 더욱 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우리가 기술 차별화를 빨리 하고 진입장벽을 치고 가야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IT가전업계의 흐름을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후발주자와 시비를 가리기보단 혁신에 박차를 가해 격차를 더 벌리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미다. 실제 한국기업들이 기존에는 없던 세계를 또다시 놀라게 할 제품으로 K기술 한류를 이끌어가길 기대해 본다.
☞ 본 기사는 <머니S> 설합본호(제628호·제6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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