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뉴시스 DB
유치권을 행사 중이던 건물을 강제경매를 통해 아들 명의로 사들인 뒤 열쇠를 바꿔 못 들어가게 한 행위는 권리행사방해죄를 물을 수 있을까.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권리행사방해 및 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황모씨(59)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황씨는 2017년 7월 강제경매를 통해 아들 명의로 서울 강남구 건물의 한 호실을 사들였다. 건물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부동산업체 H사가 잠가두고 유치권을 행사하던 곳이었다.


황씨는 같은해 9월 새벽 이 호실 창문을 열고 침입한 뒤 열쇠수리공을 불러 잠금장치를 바꿔달아 H사의 유치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황씨가 야간에 창문으로 건물에 들어간 뒤 새벽에 가족들과 짐을 나른 행위는 H사가 유치권을 포기했다고 생각한다면 설명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두 혐의 모두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형법상 권리행사방해죄는 ‘자기의 물건’을 갖고 가거나 은닉, 손괴해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 성립하는 것인데 이 경우 자신 명의 건물의 열쇠를 바꾼 게 아니라는 것.


재판부는 “부동산을 매수하려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의 명의신탁약정 아래 그 사람 명의로 매각허가 결정을 받아 자기 부담으로 매수대금을 완납한 때는 그 부동산 소유권은 명의인이 취득하게 된다”며 “황씨가 해당 호실에 대한 H사 점유를 침탈했다 해도 황씨의 물건에 대한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