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최초로 칸 황금종려상에 이어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아웃스탠딩 퍼포먼스 바이 캐스트(앙상블)인 모션픽처’ 트로피까지 전세계 영화상을 휩쓸며 한국영화 신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는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미국영화배우조합은 1월 1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슈라인 오디토리엄에서 제26회 SAG 어워즈 시상식을 열고 기생충을 ‘아웃스탠딩 퍼포먼스 바이 캐스트 인 모션픽처’ 부문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기생충은 ▲밤쉘 ▲아이리시맨 ▲조조래빗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과 경합했다.
미국영화배우조합 시상식에서 미국이 아닌 외국 영화가 작품상 격인 ‘아웃스탠딩 퍼포먼스 바이 캐스트 인 모션픽처’ 부문을 수상한 것은 21년 전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이후 역대 두 번째다. 대표로 수상 소감을 전한 송강호는 “기생충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공생에 관해 고민하는 영화다. 오늘 앙상블, 최고의 상을 받고 보니까 우리가 영화를 잘못 만들지는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블랙 코미디에서 스릴러, 호러, 드라마까지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변화무쌍하게 장르의 얼굴을 바꾸는 기생충에 전세계가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봉테일’ 봉감독의 디테일로 본 한국사회의 현실
영화 ‘기생충’은 더 나은 삶을 꿈꾸는 빈곤한 자들과 그들이 선을 넘어오는 것을 경계하는 부자들의 동선이 우연히 겹치게 되었을 때 벌어지는 희비극을 조명한다.
한국의 과도한 사교육 열풍은 이미 미국에도 소개된 지 오래다. 봉 감독은 “부잣집 과외를 한 적이 있다. 남자아이였는데 부모님 안 계실때 집 투어를 시켜주더라. 침실도 보여주고. 안 그래도 되는데 그때 이상한 기분이 들더라. 남의 가정에 침투한 느낌이랄까, 사생활을 보게 되니까”라고 답했다. 봉 감독의 청년시절 과외 경험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셈이다.
영화에서 기택네 가족 모두 박사장네에 취직해 잘 지내고 있다가 감정이 격해지는 동기를 제공하는 요소가 ‘냄새’다. 박사장은 자신의 운전기사로 일하는 기택에 대해 “냄새가 선을 넘어온다”고 말하고 이를 들은 기택의 분노가 치밀어 오르며 후반부 소동으로 이어진다.
봉 감독은 “냄새는 가장 내밀한 사적 영역이다. 우리가 서로의 냄새에 대해 (예의상) 잘 얘기하지 않잖아요. 부부도 하기 힘들죠. 서로 다른 계층의 냄새를 맡기가 쉽지 않습니다. 동선이 겹치지 않기 때문이죠. 비행기 좌석만 해도 퍼스트 클래스와 이코노미 클래스로 나뉘잖아요. (기택의 장남 기우의) 과외 교사란 일자리가 그나마 가난한 사람과 부자가 서로의 냄새를 맡을 만큼 가까운 거리로 접근하는 거의 유일한 기회에요. 냄새는 이 영화의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모티프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지하는 한국만의 독특한 뉘앙스를 가진 장소’. 봉준호 감독은 전원백수 기택네의 반지하 집을 언급하며 “한국에서만 보이는 반지하가 있다. 한국만의 독특한 뉘앙스를 가진 곳이다. 지상이라 믿고 싶은 지하다. 햇살이 들지만 눅눅하고 곰팡이가 핀다. 자칫 잘못하다간 지하로 꺼지는 느낌이 있다. 묘한 반지하만의 뉘앙스가 있는데 서구 영화에선 볼 수 없는 우리 영화만의 지점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할리우드 뚫은 기생충… ‘미드’, ‘교재’ 어디까지?
한국 영화 신기록을 써내려가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영화 4편이 미국 대학의 수업 교재로 쓰인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현지 한인매체 ‘뉴스앤포스트’에 따르면 조지아공대(일명 조지아테크)는 4학년생을 대상의 고급 한국어 수업 강좌로 ‘한국영화: 봉준호 특집’(강좌코드 KOR 4183)을 개설했다.
이 강좌에선 봉 감독이 연출한 ▲살인의 추억(2003년) ▲괴물(2006년) ▲마더(2009년) ▲기생충(2019년) 등 네 작품을 교재로 삼아 한국의 현대사회를 공부하게 된다. 수업을 맡은 김용택 교수는 “문학이나 음악을 통한 한국 근현대사 수업을 해본 적은 있지만 영화를 소재로 수업하기는 처음”이라며 “봉준호 감독에 대한 학생 반응이 워낙 좋고 봉 감독이 (칸영화제)황금종려상을 받고 아카데미 (예비)후보에도 올라 어느 때보다 관심이 많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생충이 미국 드라마로 리메이크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기생충을 투자 배급한 CJ ENM 측은 “아직 최종 사인은 하지 않았지만 기생충을 HBO 드라마로 만들기로 사실상 합의했다”고 밝혔다. HBO는 드라마 왕좌의 게임과 체르노빌 등을 만든 미국의 유명 유료 케이블 채널이다.
제작에는 영화 ‘빅쇼트’, ‘바이스’를 연출한 애덤 매케이 감독과 봉준호 감독, CJ ENM이 책임 프로듀서로 참여한다. 봉 감독 역시 지난해 10월 “기생충의 드라마 제작 문의가 미국에서 들어온다”며 “각 캐릭터에 대해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 드라마로 구성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 배우들이 동료들에게 인정받은 것이 가장 큰 기쁨이다. 오스카에서 일어날 일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언급한 봉 감독의 말처럼 기생충의 마지막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영화제 외에도 해외에서만 약 30여 개 시상식에 걸쳐 주요 부문 수상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기생충. 미국배우조합(SAG), 미국작가조합(WAG), 미국감독조합(DGA), 전미영화제작자조합(PGA) 등 미국 4대 조합상 후보에도 올라 있는 만큼 아카데미 완주까지 축하할 순간은 더 많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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