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리포트-②] 공인중개사 매점매석 수수방관하는 당국
#. “제가 이 동네에서 공인중개사만 30년 하다가 은퇴했거든요. 10년 전에 교수나 부동산 전문가들이 강연 와서 ‘여기는 무조건 개발되니 사놓으라’고 했어요. 저처럼 팔아서 이익 낸 사람도 있지만 더 오를 걸 기대하고 못판 사람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보상가격이 호가의 10분의1도 안되니 ‘강제수용’이라며 반대하는 거죠.”
정부가 3기신도시로 개발 중인 경기 남양주시의 편의점을 운영하는 50대 공인중개사의 말이다. 그는 “10년 동안 땅과 빌라를 사고팔아 많은 이익을 냈다”며 “공공개발의 경우 보상이 낮기 때문에 최근에 땅을 산 토지주 입장에선 차익실현이 힘들다”고 했다.
#. 서울시내에서 30년 넘게 공인중개사를 한 김모씨(60)는 부동산 갑부다. 서울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에 여러채의 빌라를 소유하고 있고 일부는 아파트로 개발돼 조합원 지위도 보유했다. 아파트가 준공되면 결혼한 자녀들에게 하나씩 나눠줄 계획이다.
부동산 재벌 출신의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전설적인 공인중개사다. 세계경제·금융의 중심지 뉴욕에서 약 1만4000가구의 아파트를 관리하고 맨해튼에 소유한 부동산을 매매해 거액의 부동산 중개료를 취한 그는 공개한 총재산이 31억달러(약 3조6000억원)로 알려졌다.
국내에도 직접 건물을 짓거나 매매에 나서며 중개 수수료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올리는 공인중개사가 많다. 자격증 취득과 함께 개업이 늘면서 부동산 공인중개시장은 포화상태다. 때문에 더 이상 중개수수료에 의존해선 먹고살기 힘들어지자 공인중개사들은 직접 매매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불필요한 매매거래를 부추겨 부동산가격을 좌지우지하고 실제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의 주거비용 부담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미분양 아파트 증가나 공급과잉이 심각한 지역에 새 아파트를 지을 때마다 공인중개사들이 소위 ‘떴다방’이나 ‘떼분양’을 하는 일은 이미 업계에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공인중개사 매매 문제없나
현재 개업한 공인중개사는 전국 10만6504명으로 포화상태다. 정부의 부동산규제 영향으로 거래량이 줄어들고 상시 단속과 처벌 등에 따른 영업 위축이 공인중개시장의 침체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시내 공인중개사무소 폐업수는 441개로 같은 기간 개업수 419개보다 더 많았다. 서울에서 공인중개사 폐업이 개업보다 많은 것은 지난해 6월과 12월 두 차례다. 부산·울산·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 등 부동산경기가 침체된 지방 시·도 역시 지난해 공인중개사 폐업이 개업보다 많았다. 울산·경북·경남은 2년 연속 폐업수가 개업수를 넘었다.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일부 공인중개사는 세탁소, 문구점, 카페, 보험 컨설팅 등의 부업을 한다. 중개하는 부동산의 관리비 업무나 청소를 대행해 사업을 유지시키는 곳도 있다. 서울 용산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인근 빌라의 청소 관리를 대행하고 관리비를 받아 운영한다”고 말했다.
일부는 단순한 부업에 그치지 않고 모델하우스에 나타나 투기나 불법거래를 부추기는 ‘떴다방’ 내지 ‘떼분양’ 등의 불법적인 매매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해 말 충북 청주에선 새 아파트 무순위청약 현장에 떴다방이 기승을 부려 당국이 단속에 나선 바 있다. 지자체는 떴다방을 운영한 공인중개사 2명을 적발해 경찰에 고발했다.
무순위청약은 미분양 아파트가 발생했을 때 청약통장이 없고 주택수나 소득 등 청약자격을 갖추지 않아도 분양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공인중개사들의 먹잇감이 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서울에서 중개수수료로 돈 벌기 힘든 젊은 공인중개사들이 수도권 비규제지역이나 지방에 떴다방을 차려 돈을 벌고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일종의 ‘메뚜기’를 뛰는 것이다. 전매제한이 없거나 짧아서 가능한 일이다.
미분양 지역에선 이른바 ‘떼분양’도 기승을 부린다. 떼분양은 분양대행사 등이 수십에서 수백명의 영업사원을 투입해 주변 지인이나 때로는 무작위로 마케팅 전화를 돌려 호객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전매제한 규제가 약한 지방 분양시장에서는 떼분양을 이용해 계약률을 높이는 사례가 손쉽게 이용된다. 분양가의 10%만 내도 계약이 가능하고 전매제한기간이 지나면 중도금대출없이 ‘프리미엄’을 받고 되팔 수 있다는 말로 수요자들을 현혹시키는 것이다.
문제는 전매제한 해제 후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아파트가격이 하락해 결국 실수요를 위해 분양받은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2~3년 후엔 두배가 된다거나 계약금을 대신 내준다는 말로 현혹해 투자를 끌어들인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단속 강화에 나선 바 있다. 부동산가격이 급등한 2018년에는 청약제도를 개편해 미계약분의 인터넷청약을 의무화했다. 다만 서울과 일부 수도권, 세종 등 조정대상지역에 한정해 지방은 여전히 규제 사각지대라는 지적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미분양이 예상되는 현장은 분양 전 수백명의 떼분양 조직을 세팅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법망 피한 매점매석 가능해”
공인중개사들의 이런 부동산 독점행위는 불법적인 소지가 많다. 현행 ‘공인중개사법’ 33조1항1호에 따르면 중개대상물의 매매를 업으로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33조1항6호에는 중개의뢰인과 직접 거래하거나 거래당사자 양쪽을 대리하는 행위도 금지토록 한다. 다만 불법인지 아닌지는 당국도 모호한 부분이 있다는 설명이다.
유혜령 국토교통부 부동산산업과장은 “공인중개사 매매가 자유업이어서 업으로 했느냐는 부분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얼마나 자주했느냐가 관건일 텐데 시세차익을 상습적으로 취득했다면 불법이 맞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뢰인의 대상물을 직접 사는 것 역시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 있는데 옆 사무실에 등록된 물건을 사는 경우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법의 허점을 교묘히 피한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공인중개사사무소에 중복 등록되는 물건이 많아 직접 의뢰 받은 물건이 아니라고 주장하면 사실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공인중개사들의 불법적인 거래는 부동산가격만 교란시키는 것이 아니다. 불법건축물을 짓고 임대해 비정상적인 시장을 형성하기도 한다. 서울 강남엔 골목골목 불법건축물을 철거해달라는 현수막이 즐비하다. 근린생활시설을 짓고 원룸으로 임대하거나 불법증축을 해 옥탑방을 만들어서 몸을 절반으로 숙여야 계단을 오를 수 있게 만들어진 빌라를 흔히 볼 수 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불법 용도변경이나 증축으로 피해를 입는 건 대부분 세입자들”이라며 “대출을 받을 수 없고 보증금을 떼여도 법적으로 보호받을 장치가 없는데 집주인이 미리 세입자들에게 주의를 줘 단속을 나가도 숨어서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0호(2019년 2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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