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지원금 공시제도 폐지와 장려금 규제 등 시장상황을 고려해 단통법 종합 법률개정안 논의에 착수했다. 방통위는 “단통법에 대한 개선시점이 도래했다고 판단, 제도개선 협의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논의에서 도출된 개정안을 21대 국회에서 입법 추진할 예정이다.
다만 이통사와 대리점,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단통법 개정 논의에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 통신비 인상 원흉 ‘지원금’ 개선될까
최근 방통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 3사, 시민단체, 통신업계 전문가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제도개선협의회’(이하 협의회)를 구성했다. 협의회는 단통법의 현황을 점검하고 제도가 적절하게 시행 중인지를 확인, 개선방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단통법은 2014년 10월1일 시행됐다. 조해진 전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며 전병헌, 이재영, 노웅래, 김재윤 의원이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 4건을 통합해 최종 법안을 도출했다.
단통법이 시행된 이후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이통사가 지원금에 상한선을 두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단말기 가격이 급등했다는 점이다. 현재 최신형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소비자는 약 20만~30만원 수준의 지원금을 선택할 수 있다. 흔히 ‘공시지원금’으로 불리는 지원금은 이통사와 제조사가 일정부분 부담하는 구조다. 2014년 단통법 시행 이전 수십만원씩 제공되던 지원금은 단통법 이후 30만원으로 제한돼 소비자의 원성을 샀다.
단통법의 핵심조항이자 가계통신비 인상의 원흉이었던 ‘지원금 상한제’는 3년 한시규정으로 도입됐다. 지원금 상한제는 소비자가 단말기를 구입할 때 이통사와 제조사가 지급하는 지원금을 30만원으로 제한하는 제도다. 이는 소비자가 단말기를 구입할 때 모두 같은 수준의 지원금을 받도록 유도하고 유통망의 무분별한 경쟁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당초 취지와 다르게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을 제한해 가계통신비를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낳았고 2015년 상한선이 33만원으로 상향조정된 뒤 2017년 사라졌다.
지원금 상한제가 일몰되면서 현행 단통법상 지원금 상한 제한은 없지만 이통사는 공시지원금과 유통망의 15% 추가지원금을 초과하는 지원금을 내놓지 않는다. 지난해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 시점에는 예외적으로 수십만원의 공시지원금이 제공된 적이 있지만 이통3사가 단말기 지원금을 통한 경쟁을 자제하자는 협정을 맺으면서 막힌 상황이다. 정부는 이같은 부작용을 대신하기 위해 공시지원금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약정할인율을 기존 통신요금의 20%에서 25%로 인상했지만 소비자가 단통법에 가진 불만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이번 협의회에서는 최근 이통3사가 사전예약 과정에서 지원금을 공시하지 않는 것과 관련한 내용이 논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울러 스마트폰을 비롯해 태블릿과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대한 일관된 기준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려금’ 제한 두고 시끌
또 협의회는 지원금과 더불어 이통사와 제조사가 휴대폰 대리점과 판매점에 지급하는 리베이트 금액인 ‘장려금’을 둘러싼 논의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장려금은 단말기 판매를 유도하기 위해 제공되는 금액으로 통신사의 마케팅비용으로 책정된다. 지난해 갤럭시S10 시리즈와 LG전자의 LG V50 씽큐에 제공된 수십만원의 불법보조금이 이 장려금에서 나왔다.
국회와 이통사는 장려금 차별을 금지하고 모든 대리점에 같은 수준의 장려금을 제공하고 최고 지급수준을 법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통사와 제조사가 유통망에 과한 장려금을 제공할 경우 소비자에 대한 지원금으로 사용돼 소비자 간 차별을 유도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차별적으로 제공한 장려금이 불법지원금을 유발하는 원인이 됐다”며 “단말기 ‘대란’의 원인이 되는 장려금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이통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려금 제한에 반대하는 입장도 적지 않다. 이동통신사가 높은 수준의 지원금을 제공하지 않는 상황에서 장려금마저 제한할 경우 단말기 유통시장의 경쟁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교수 A씨는 “장려금마저 제한할 경우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효용이 더 제한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며 “그나마 시장경쟁을 촉발하는 장려금을 제한하면 소비자가 피해를 보고 이통사 등 기업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해관계자 합의가 최우선
방통위는 협의회를 구성하면서 정확한 의제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통시장을 둘러싼 각계의 입장을 모두 수렴한 뒤 다양한 부분과 주제에 대해 토론를 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협의회에는 이통시장을 둘러싼 이해관계자가 모두 참석하는 만큼 각계가 원하는 개선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해관계자의 입장차가 큰 만큼 진통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이번 협의회에서 다양한 거론되는만큼 합리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협의회의 본질이 퇴색하는 것은 물론 이해관계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은 상당부분 개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5G 상용화 등 이통시장이 최근 적지 않은 변화를 거친 탓에 종합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면서도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4호(2020년 3월3일~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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