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S Report] ③ '사회적 거리두기'… 달라진 일상
접촉이 사라진다. 그 자리엔 서비스 혹은 기계가 대신한다. 신용카드 온라인 결제액은 50% 가까이 늘었고 스마트폰으로 객실 문을 여닫는 호텔 서비스가 등장했다.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점포들이 온라인 배송서비스를 시작했는가 하면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확대하면서 화상채팅앱과 온라인 사무 도구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현상이 일상생활까지 속속 파고들면서 라이프스타일이 모두 ‘언택트’화 되고 있다.
◆사스 땐 ‘알리바바’ 메르스 땐 ‘쿠팡’
이런 위기가 만들어 낸 현상은 때론 기회가 때론 변혁의 시초가 되기도 한다. 현재 ‘세계 시가총액 상위 10위’ 알리바바 신화의 시작과 국내 이커머스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쿠팡의 성장 역시 전염병에 기인한다.
#.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중국을 강타했다. 감염병 공포로 너도나도 외출을 자제하면서 온라인쇼핑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알리바바의 타오바오, 징둥 등 중국의 대표적 이커머스업체들이 이 시기에 몸집을 불렸다. 특히 알리바바의 그해 매출은 전년대비 5배 이상 뛰었다. 9개월 동안 5327명 확진, 349명 사망. 사스가 남긴 공포 뒤엔 알리바바 신화가 남았다.
#. 2015년 국내에 불어닥친 메르스 공포는 ‘쿠팡’의 성장 불씨를 당겼다. 그해 5월 첫 감염자가 나왔고 확진자 총 186명, 이 가운데 38명이 사망했다. 온라인쇼핑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곳은 쿠팡. 2014년까지 연매출 3000억원대의 중소기업에 불과했던 쿠팡은 메르스를 겪으면서 매출이 1조원대로 뛰어 올랐다. 알리바바에 투자해 재미를 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10억달러를 쿠팡에 투자한 시기도 메르스가 한창이던 그해 6월. “될 것을 알아본” 셈이다.
사스와 메르스 뿐일까. 관련 업계에선 이번 코로나19 사태 역시 질병의 공포로 인해 사회경제적 구조의 변화가 클 것으로 본다. 언택트를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다. 이미 시장도 반응 중이다. 온라인 교육이나 간편식, 택배산업이 커지고 있다. 배달전문 식당이나 배달업체는 호황이다. 반면 오프라인 매장은 울상이다.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편의점업체다. 코로나19 사태로 점포별 배달서비스를 시작한 편의점업체들은 언택트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무인점포 출점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1년간 오픈한 무인 편의점 수만 200여개에 달한다.
◆‘무인편의점·공유주방’이 뜬다
최근 하이브리드 점포 100호점을 오픈한 CU는 올해 무인 점포를 2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마트24도 스마트 매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7년 9월 처음으로 도입한 이후 현재 94개 스마트 편의점을 운영 중이다. 이마트 24는 특히 미국의 ‘아마존고’와 유사한 스마트 점포인 김포DC점도 운영하고 있다. 이 점포는 인공지능, 머신러닝 등 첨단기술이 적용돼 있어 매장 입장부터 퇴장까지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
특히 지난 2주간(2월10~23일) 먼슬리키친 논현점의 홀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직전 2주보다 약 20% 매출이 증가했다. 고객이 키오스크로 직접 주문하고 호출 시스템에 따라 음식을 직접 수령하는 만큼, 점원과의 접촉이 매우 적기 때문에 외식을 꺼리는 시기에도 오프라인 매출이 안정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배달주문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배달이 전체 주문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먼슬리키친 논현점의 한 입주사는 코로나10 사태 이후 배달 매출이 약 10%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라보고 입어보고’… 립스틱·셔츠도 가상으로
패션·뷰티업계에서도 언택트 소비가 강화될 전망이다. 일찍이 이니스프리는 매장 내에 ‘혼자 볼게요’ 바구니를 마련하면서 언택트 마케팅에 성공했고 이를 기반으로 동대문 DDP에 스마트 기기를 적극 도입한 무인매장 ‘셀프 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피부 톤에 맞는 파운데이션을 찾아주는 셰이드 파인더와 스마트 미러에 얼굴을 비추면 가상 메이크업을 해주는 유캠, 무선 주파수 인식 장치 기술이 도입된 셀프 카운터가 결제와 자동 포장을 돕는다.
고객은 키오스크를 통해 세상에 단 하나 뿐인 맞춤 셔츠를 만들어 볼 수 있으며, 맞춤 제작을 통해 기성 제품의 불만족스러웠던 점까지 충족시킬 수 있어 만족도를 높여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가져온 일상의 변화는 이처럼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또 다른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질병은 건강을 지키는 소소한 행동방식부터 구조적인 소비패턴의 변화까지 이어진다”며 “이러한 변화는 기업들에게 위기이자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면 타격을 입고 있는 공유경제업체도 있다. 공중보건이 강조되면서 신원을 알 수 없는 대중과 물건이나 공간을 공유한다는 게 전염병에 치명적일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숙박공유 서비스업체인 에어비앤비의 경우 코로나19가 국내에 확산하기 전인 1월 초에는 주간 이용자가 20만 명에 육박했으나 사태가 확산하기 시작하면서 17만명대로 감소했다.
국내 최대 카셰어링 서비스업체인 ‘쏘카’와 공유오피스업체들도 매출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업체들도 한때 신산업으로 여겨지는 언택트, 공유경제였지만 무조건적인 언택트 비즈니스가 각광받는 건 아니다”라며 “기존 노하우를 최적화하고 언택트 내에서 최적의 환경을 만들기 위한 소비자 중심 서비스를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5호(2020년 3월10~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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