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5부제보다 마스크인센티브제가 낫다
‘대통령의 지시’ 경직된 탁상행정 부작용 낳는다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공적마스크를 사기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DB

“후속 열차가 곧 도착할 예정이니 무리하게 승차하지 마시고 다음 열차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하철역에서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흔히 들을 수 있는 안내방송이었다. 요즘은 승객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에만 가끔 들린다. 평상시에는 거의 사라졌다. 승객들이 콩나물시루라고 불리는 과밀열차에 타지 않고 자발적으로 다음 열차를 기다리게 된 것은 왜일까. 복잡한 이번 열차를 보내면 열차가 곧 도착하고, 후속열차는 지금보다 훨씬 여유 공간이 많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믿기 때문이다.
반면 지금 열차가 복잡해서 안내방송을 믿고 다음 열차를 기다렸는데, 도착시간도 늦고 보낸 열차보다 더 복잡하다면 어떻게 될까. 아무리 안내방송을 해도 승객들은 기를 쓰고서라도 지금 열차를 타려고 할 것이다. 과밀열차에 타지 않도록 하는 효과적인 대책은 열차를 지금보다 늘려 여유 공간이 있는 열차가 곧 온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단군 이래 첫 마스크5부제

3월9일부터 마스크5부제가 시행됐다. 마스크5부제란 출생연도 끝자리 숫자가 1과 6이면 월요일에, 2와7이면 화요일, 3과 8이면 수요일, 4와 9면 목요일, 5와0이면 금요일에만 마스크를 살 수 있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해당 요일에 사지 못한 사람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살 수 있다. 그것도 신분증을 갖고 가서 전국 2만2500개 약국(우체국 하나로마트)에서 1주일에 2장만 살 수 있다. 장당 가격은 1500원. 만 10세 이하 어린이 458만명과 만80세 이상 노인 191만명, 장기요양수급자 31만명은 보호자가 대신 살 수 있다. 다만 주민등록등본 같은 증명서를 함께 갖고 가야 한다.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공급물량이 부족해서 ‘마스크 대란’을 해결할 수 있는 뾰쪽한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이해할만하다. 하지만 5부제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다. 5부제로는 마스크대란을 해결하는 데 적지 않은 한계와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5부제로는 여전히 마스크의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힘들다. 2만2500개 약국에 하루 800만장의 마스크를 공급하면, 약국 당 평균 250장 정도가 할당된다. 1인당 두 장이니 125명만 살 수 있다. 다른 볼 일이 있어 126번째 이후로 약국에 가면 줄을 서도 살 수 없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 이들은 토, 일요일이나 다음 순번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번 주에 못 샀다고 다음 주에 넉 장을 살 수도 없다.

사정이 이러니 남보다 먼저 125명 안에 줄 서기 위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5100만명을 2만2500개 약국에 5부제로 배정하면 평균 453명이다. 인구와 약국 분포에 따라 마스크를 살 수 없는 사람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모든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가 마스크 사는 것이 되고 마스크를 산 사람은 운이 좋다고 씁쓸하게 웃을 것이지만, 사지 못한 사람의 불평은 하늘을 찌를 것이다. 헌 짚신짝처럼 흔하던 마스크가 ‘금 마스크’가 된 것도 웃지 못 할 일인데 돈을 갖고 줄을 서고서도 살 수 없으니 울화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마스크5부제로 잃는 것은?

마스크5부제가 성공하려면 국민들의 이해와 자발적 참여가 절대 필요하다. 국민의 이해와 참여는 정부 정책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 기대할 수 있다. 국민이 신뢰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民無信不立). 안타깝게도 5부제는 국민의 신뢰보다는 불안감을 높이지 않을까 우려된다. 만원 지하철처럼 다음에 여유 있는 열차가 온다는 믿음을 주어야 하는데, 5부제는 이번에 사지 못하면 언제 살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스크5부제는 자유로운 시장경제기능을 심각하게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마스크 대란’의 원인은 마스크 공급량이 수요량을 턱없이 밑도는 것이다. 생산량은 일정한데 코비드19로 수요량이 갑자기 폭증한 탓이다. 따라서 문제해결 대책은 수요억제보다는 공급확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마스크5부제는 공급확대보다는 수요억제에 중점이 있다. 단기적으로 수급불균형이 더욱 확대돼 대란은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마스크5부제에선 현재 생산량의 거의 대부분을 정부가 일괄 구매해, 공적마스크로 개당 1500원에 공급한다. 공적마스크 외에 3000개 이상 거래하려면 정부에 신고해야 하고, 1만개 이상은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공적마스크 외에 다른 공급가능성을 낮출 수밖에 없다.

5부제는 행정력을 비롯한 국가자원을 낭비한다는 측면도 있다. 코비드19에 대한 대응은 확산되고 있는 전염을 막는 방역도 중요하지만, 점차 무너져 내리는 경제기반을 추스르는 일도 시급하다. 방역은 방역당국에 맞기고 경제안정과 한국인 입국 금지 및 제한 등은 기획재정부외 외교부 등이 나서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 그런데도 마스크공급이란 이슈에 모든 행정력과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공장에서 5개나 10개 등으로 포장돼 나오는 마스크 포장을 뜯어 2개씩 다시 포장하는 일에 국군장병까지 동원한다고 발표되기까지 했다.

공급 많이 하는 업체와 개인에 인센티브 주면…

코비드19가 문제되기 전에 마스크는 다이소에서 30개 들이 한봉투에 1000원이면 살 수 있었다. 하지만 마스크 수요가 폭증하면서 부르는 게 값이 되고 있다. 정부의 공적마스크가 1500원이고 온라인쇼핑몰에서 3000원 넘는 곳도 적지 않다. 공급이 딸리고 수요는 늘어나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생수 한 병이 마트에선 900원이지만 사막에서는 수십만, 수백만원을 줘도 구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마스크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경제적 대책은 기업들이 마스크 생산을 늘리고, 무역업체들이 마스크 수입을 늘리며, 사재기한 사람들이 보유하고 있는 마스크를 내놓도록 유도하는 것이 다. 마스크를 많이 만들어 적정가격(수요자들이 기꺼이 지불하겠다고 하는 가격)에 많이 공급하는 기업들에게 인센티브(포상 같은 것)를 제공하면 어떨까. 사재기한 사람들이 마스크를 내놓으면(어느 정도 차익을 남기고 팔거나 이웃에게 선물하는 방식으로) 매점매석을 처벌하는 대신에 표창장을 준다면….

마스크5부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보기엔 이런 방안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하지만 일시적 공급부족과 수요폭발로 인한 마스크대란을 조기에 진정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는 5부제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경제문제를 해결하는데 시장은 늘 정부보다 효과적이었다. 10세 미만 어린이와 80세 이상 노인들의 마스크를 부모나 보호자가 대신 사는 것조차 ‘대통령의 지시’로 결정되는 경직된 탁상행정으로는 마스크 대란을 해결하는데 많은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6호(2020년 3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